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랜 옛날부터 인류를 괴롭혀 오던 바이러스성 전염병은 전쟁이나 기근보다 훨씬 더 위험한 재난이었다. 14세기 흑사병은 유럽 인구를 절반으로 줄여 놓았고, 제1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의 스페인 독감으로 약 5천만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1981년에 확인된 AIDS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지금까지 3,200만명에 이른다.

넷플릭스 6부작 다큐멘터리 <판데믹: 인플루엔자와의 전쟁> 예고편

바이러스 변이에 의한 새로운 전염병이 급속히 확산하여 세계적으로 전파된 상태를 판데믹(Pandemic)이라 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한 6단계 중 최고 등급을 말한다. 치료약이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전파를 막기 위해 감염지역 폐쇄나 감염 환자의 격리가 이루어져 사회는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를 다룬 판데믹 재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이 중 <컨테이젼>은 판데믹 과정을 정확하게 묘사한 교과서적인 영화로 교육 가치도 높아 강력히 추천한다.

 

<아웃브레이크>(Outbreak, 1995)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고한 리처드 프레스톤의 베스트셀러 <The Hot Zone>(1994)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로, 더스틴 호프만, 르네 루소, 모건 프리맨, 케빈 스페이시, 쿠바 구딩 주니어 등 초호화 배우진이 출연했다. 실제 중앙아프리카의 자이르 지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시기라, 극장 수입으로 1억 9천만 달러를 올리며 흥행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평단의 평가는 그리 좋지는 않았다. “과장된 용단으로 어떤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는 얕은 영화”라고 뉴욕 타임스가 꼬집었다. 숙주 원숭이를 미국으로 옮기는 화물선으로 한국 국적의 '태극호'가 등장하여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고한 첫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아웃브레이크> 예고편

 

<컨테이젼>(Contagion, 2011)

스물여섯의 나이에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칸 영화제 최연소 황금종려상을 받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작품으로,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의 발생부터 백신이 개발되어 판데믹 상황이 종료되는 130여 일을 그렸다. 로렌스 피시번, 마리옹 꼬띠아르, 맷 데이먼, 주드 로, 케이트 윈슬렛 등 배우들의 명연기와 함께 과학적인 묘사가 정확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여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래리 브릴리언트(Larry Brilliant)와 같은 유행병학자들의 자문이 주효했다. 질병관리본부(CDC)의 수뇌부와 위험을 무릅쓰고 역학 조사를 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학자들, 가족을 잃고 사회적 공황 상태를 견디는 일반인들, 그리고 거짓 사실을 퍼뜨려 사람들을 선동하고 돈을 버는 기회주의적 사업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과장 없이 현실적으로 담았다. 발병 두 번째 날부터 사건을 시간대별로 차례대로 배치하고, 마지막 장면에 바이러스 창궐이 시작되는 첫 번째 날을 보여준다.

영화 <컨테이젼> 예고편

 

<감기>(2013)

<무사>(2001)의 김성수 감독이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작품으로, 약 1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분당에 들이닥친 판데믹 상황을 연출했다. 홍콩에서 건너온 밀입국 컨테이너를 통해 유입된 100% 치사율의 조류 인플루엔자가 급속히 분당에 퍼지고, 정부는 도시를 봉쇄하여 상황을 통제하려 한다. 개봉 초기에 예매율 수위를 달리며 선전했으나 갈수록 힘이 떨어지며 310만 명의 관객에 만족해야 했다. 영화에서 설정한 바이러스의 독성이 너무 강하다거나, 서울 인근 분당을 봉쇄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정부의 부실하고 비상식적인 대응이나 미국의 지나친 간섭과 개입 등 비현실적 각본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화 <감기>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