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맛집 시대. 넘쳐나는 맛집의 홍수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 누구나 마음속에 나만 알고 싶은 맛집 하나쯤을 품고 살아간다. 더는 유명해지지 않길 바라면서도 동네방네 소개하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이태원 중심가의 시끌벅적한 음악 소리,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을 지나 높고 촘촘한 동네를 오르면 보광동이 나온다. 빼곡하게 늘어선 까만 지붕과 작고 낮은 문 틈새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 보광동에는 주민들이 애정하는 작고 개성 넘치는 공간이 많다. 대부분 내부가 좁은 데다 찾는 이가 많아서 웨이팅하기 일쑤. 큰맘 먹고 나만 알고 싶은 보광동 맛집을 소개한다. 이 글을 읽는 모두, 더는 소문내지 말고 나만 아는 맛집으로 남겨두자.

 

요코스카쓰나미

이 글을 쓰게 만든 장본인. 일본 구루메(미식가)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레스토랑의 한국 지점이다. 일본 요코스카 지역의 카레와 규동, 쿠시카츠 등 다양한 일식을 맛볼 수 있다. 매일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횟감을 공수하기 때문에 재료 상태에 따라 메뉴가 달라진다. 덕분에 제철 음식으로 만든 메뉴판에 없는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요리에 대한 사장님의 깊은 열정과 신념이 느껴지는 곳이다.

술 한 잔 곁들이기 좋은 메뉴가 많지만, 추천메뉴는 단연 규동이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듬뿍 올라간 양념 된 소고기. 노른자를 톡 터트려 달달하고 짭조름한 고기와 함께 입에 넣으면 감동이 물밀 듯 밀려온다. 고기에 벤 딱 적당한 불맛이 압권. 함께 내는 파와 생강이 더욱 입맛을 돋운다. 대부분이 한적한 평일에도 가게 안이 꽉 찬다는 건, 주민들이 사랑하는 곳이라는 방증. 호불호가 없는 맛으로, 자신 있게 추천한다.

주소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2길 20
영업시간 화-금 12:00~23:00 | 토-일 12:30~23:00 | 월 17:30 – 23:00 (입장마감 11시/3시~5:30 브레이크 타임)

요코스카쓰나미 인스타그램

 

아날로그소사이어티키친

출처 – 아날로그소사이어티키친 인스타그램

요코스카쓰나미를 마주 보고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생각지 못한 곳에 생각지 못한 분위기로 자리하고 있다. 레이스 커튼,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난롯불이 타오르는 아늑한 유럽 가정집이 연상된다. 김이 나는 굴뚝 아래 소담한 주방에서는 수프가 뭉근하게 끓고 있을 것만 같다. 이탈리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장님이 개발한 따뜻하고 정겨운 한 끼가 준비되어있다.

출처 – 아날로그소사이어티키친 인스타그램

트러플 오일이 들어간 감자 스프로 가볍게 시작해보자. 부드러운 감자 수프에 향긋한 트러플 오일로 감칠맛을 더했다. 바질페스토 파스타는 일반적인 오일 파스타가 아닌 크리미한 바질페스토 파스타. 생바질을 갈아 넣어 바질의 독특한 향을 살리고, 크림소스로 조화를 맞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소스가 매력적이다. 반대로 화이트라구 파스타는 물기 없이 담백한 스타일. 예상을 벗어난 독특한 조리법이 먹는 즐거움을 배로 만든다.

주소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2길 19
영업시간 평일 17:30~22:00 | 토요일 13:00~23:00 | 월요일 휴무 (브레이크 타임15:00~17:30 | 라스트 오더 10시)

아날로그소사이어티키친 인스타그램

 

어제의 카레

간단하고 친숙한 음식 카레. 맛없는 카레를 만나기 쉽지 않지만, 진짜 맛있는 카레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이곳에선 깊은 맛의 ‘진짜 맛있는’ 카레를 맛볼 수 있다. 가게 이름처럼 어제 만든 카레를 내는 곳. 가게 내부에는 만화 ‘심야식당 - 어제의 카레 편’의 한 페이지가 붙어있다. ‘방금 만든 카레보다 하룻밤 재워둔 카레가 더 좋다는 사람이 꽤 있다. 나도 뭐 그렇긴 하지만.’ 카레를 전날에 끓여 숙성시키기 때문에 더욱 풍부하고 진한 맛이 난다.

날이 갈수록 찾는 사람이 많아져 원래 있던 작은 공간에서 맞은편으로 확장 이전했다. 역시나 간판은 없고, 노란색 입간판을 찾아가면 된다. 고로케, 치킨, 새우 어떤 토핑도 다 맛있다. 걱정하지 말고 취향껏 주문하시라. 서니사이드업은 필수, 잊지 말자.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자연주의 카레를 지향한다. 푹 익은 큼직한 감자와 당근이 기분 좋은 맛을 내고, 잘게 썬 파가 알싸하게 입안을 정리한다. 요청하면 카레와 밥을 아끼지 않고 더 주시니 먹는 양이 많아도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인심 좋은 사장님이 있어 안부를 묻는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주소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2길 3
영업시간 재료 소진 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어제의 카레 인스타그램

 

헬카페 로스터즈

맛있는 식사는 맛있는 커피로 마무리하는 게 인지상정. 폴리택 대학 정문에 위치한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헬카페 로스터즈. 이미 매스컴에서 여러 번 다뤘지만 그렇다고 빼놓을 수는 없다. 커피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두 바리스타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공간. 빈티지한 분위기로 조도가 낮아 깜깜한 내부가 ‘헬카페’에 어울린다. 재즈, 클래식에서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선곡하여 커피를 마시며 음악 감상하기 좋다. 서울의 행복한 커피 지옥, 이런 지옥이라면 백번 천번도 갈 수 있다.

출처 – 헬카페 로스터즈 인스타그램

전통적인 드랍 방식으로 메뉴 하나하나 정성껏 내린다. 더치커피와 라떼가 유명한데, 산미보다는 진하고 쓴 커피 맛이 특징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클래식 카푸치노와 헬라떼를 추천한다. 에스프레소와 스팀 밀크를 직접 눈앞에서 따라 즉석에서 커피를 만든다. 첫맛의 부드러움이 중요하기 때문에 즉석에서 제조해 바로 한 모금 마시는 것을 권한다. 진하고 부드러운 한 모금에 헬이 아니라 천국이 눈앞에 보인다. 수제 티라미수 케이크와 커피를 곁들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주소 서울 용산구 보광로 76
전화 070-7604-3456
영업시간 평일 08:00~22:00 | 주말, 공휴일 12:00~22:00

헬카페 로스터즈 인스타그램

 

Writer

김혜인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