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보타(Mario Botta)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다. 16세 때 스위스의 티치노(Ticino) 지역에 주택을 설계한 것이 그의 첫 번째 건축 디자인. 20세기의 위대한 건축가들로 꼽히는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와 루이스 칸(Louis Kahn),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를 사사한 그는 자신만의 건축 세계를 발전시키며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70대 후반인 지금도 건축에 대한 열정은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형태를 기반으로 기하학적 형태를 띠는 것이 그의 특징적인 건축 스타일.  

스위스 티치노 지역에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그의 작품들이 있고 그 외에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독일의 도르트문트 도서관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과 삼성미술관 리움, 제주 아고라 등 한국에도 그가 설계한 작품들이 있다. 주거, 문화공간, 와이너리 등 다양한 작업을 해온 그는 특히 많은 종교적 공간을 작업했는데 1월 23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에서 종교적 건축에 대한 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에서 그는 말한다. “물질적인 것을 넘어 인간의 영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건물을 짓고 싶어요”라고. 세속화된 사회 속에서도 무한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신성한 공간들, 그의 대표적인 종교 건축물들을 소개한다.  

영화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 스틸

 

프랑스의 에브리 대성당 

프랑스 중북부 에브리 지역에 있는 에브리 대성당(Évry Cathedral)은 1995년 문을 열었다. 이 건축물을 위해 1991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마리오 보타는 34.5 미터의 원통형 타워 형태로 현대적인 대성당을 설계했고, 그의 건축을 대표한다 해도 좋을 만큼 상징적인 재료인 붉은 벽돌 8만 4천여 개를 사용했다. 곡선 형태가 절단된 듯한 원통형 건물 맨 꼭대기에는 마치 왕관처럼 나무가 심어진 모습으로, 자연과 교감하고자 한 의도가 반영됐다. 20세기에 새롭게 대성당으로 건축된 건물로는 프랑스에서 에브리 대성당이 유일하다.  

 

스위스 몬뇨의 산 지오바니 바티스타 교회 

스위스 티치노주의 몬뇨(Mogno) 마을 중앙에 자리한 산 지오바니 바티스타 교회(The Church of San Giovanni Battista)는 영화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에도 등장하는 곳이다. 1986년 큰 눈사태로 인해 17세기에 지어진 교회가 무너졌고, 마리오 보타는 그때부터 새 교회를 짓기 위한 구상을 시작했다. 1996년 완공된 산 지오바니 바티스타 교회는 그의 첫 번째 교회 건축물로 꼽힌다. 당시엔 특이한 형태로 인해 교회 건축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스위스에서 꼭 봐야 할 주요 건축물이자 문화유산 중 하나로 꼽힌다. 마을 현지에서 구한 화강암과 대리석을 재료로 사용했고,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을 창조하는 요소로 빛을 활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스라엘 텔 아비브의 심발리스타 유대교 회당 

1998년 완공된 심발리스타 유대교 회당(Cymbalista Synagogue and Jewish Heritage Center)은 마리오 보타의 의뢰인이자 이곳을 후원한 노버트 심발리스타(Norbert Cymbalista)의 이름을 딴 건축물이다.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 유대교 회당이면서 동시에 교육적 장소가 될 수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종교성과 세속성의 절묘한 균형감각이 필요했다. 마리오 보타는 직사각형으로 시작해 원으로 끝나는 두 개의 타워를 설계했고, 각 타워의 상단에는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는 캐노피를 설치했다. 사각형에서 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통합을 상징하며 유대교 회당과 교회의 스타일을 연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

영화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 스틸

영화 <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에는 마리오 보타가 경기도 화성시에 남양 성모마리아 대성당을 짓는 과정과 종교적 건축물에 대한 그의 신념이 담겨 있다. 이 건물이 세워진 곳은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사람이 순교한 자리다. 이상각 신부가 남양 성모 성지를 조성했고, 마리오 보타는 순교의 역사 위에 성스러운 의미를 되살리는 공간으로 대성당을 짓기로 했다. 2010년대 초 이 프로젝트를 맡아 설계를 진행했고 현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성지 안쪽에 자리한 성당에는 40m 높이의 탑 두 개가 세워졌는데 그사이의 열린 공간으로 빛이 통과해 내부를 밝히며 공간을 창조한다. 영화의 제목 그대로 ‘영혼을 위한 건축’이란 그의 신념이 깃든 작품이다.

 

Writer

잡지사 <노블레스>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사람과 문화예술,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글을 쓴다. 지은 책으로는 에세이 <마음이 어렵습니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행서 <Tripful 런던>, <셀렉트 in 런던>이 있다.
안미영 네이버포스트 
안미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