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개봉한 영화 <문라이트(moonlight)>는 스스로 정체성을 깨닫기도 전에 남들에게 먼저 ’동성애자’란 말을 배운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자아이의 성장 과정을 시적인 리듬과 담담하고도 아름다운 영상미로 담아낸 이야기다. 연극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첫 공개 이래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꼬마일 때는 ‘리틀’로, 청소년기에는 진짜 이름 ‘샤이론’으로, 성인이 된 후론 ‘블랙’이라 불렸던 소년. 마이애미 슬럼가의 먹이사슬 최하위에 머물던 한 소년의 성장기 <문라이트>의 안팎을 미리 살펴보자.

 

1. 올해의 영화 TOP 1, 그리고 212관왕

2016년 <타임(Time)>,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 <인디와이어(IndieWire)>, <가디언(The Guardian)>, <플레이리스트(The Playlist)> 같은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영화’로 선정, 제74회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 및 북미 주요 비평가 협회 및 영화제 주요 부문 작품상, 감독상 등 2017년 초까지 212관왕 수상이라는 무시무시한 수식어를 단 영화 <문라이트>. 이처럼 유수 언론사와 영화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 괴물 같은 영화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8%, 메타크리틱스 99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작품상 포함 3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문라이트> 예고편

  

2. 브래드 피트와 ‘플랜 B’

바로 그 브래드 피트다. 배우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그지만, 영화인으로서 그것만으론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2002년 제작사 ‘플랜 B(Plan B)’를 설립,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 차별화된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제작자로 변신한 그는 처음 그 다짐대로 엄청난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빅쇼트>(2015), <퓨리>(2014), <월드워Z>(2013), <노예 12년>(2013), <머니볼>(2011), <디파티드>(2006) 등 저예산 영화부터 블록버스터까지, 만드는 족족 평론가들의 호평과 흥행을 모두 달성한 그다. <문라이트> 역시 브래드 피트의 제작자로서의 재능을 여실히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 <문라이트>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줄리아 로버츠, 배리 젠킨스 감독, 주연배우 트레반테 로데스, 제작자 브래드 피트

 

3. 배리 젠킨스 감독

첫 상영 이후부터 영화계 센세이션의 중심에 선 <문라이트>는 배리 젠킨스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데뷔작 <멜랑콜리의 묘약>(2008) 이후 8년 만의 신작. 그는 “<문라이트>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몰입력이 강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나의 이야기라고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남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밀한 개인적 고백이며, 이 고백이 타인을 이해하는 어떤 계기로 작용하길 바라는 따뜻한 소망을 반영한 영화인 것이다.

 

4.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

주인공 ‘샤이론’이 아주 작고 약한 어린 소년 ‘리틀’이었던 시절, 생판 모르는 타인 ‘후안’은 그에게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후안은 마이애미 슬럼가의 마약상으로 거칠고 무자비한 면모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사랑하는 연인과 따스한 가정을 꾸리고 자기와 아무 관련도 없는 리틀에게 연민을 베푸는 다정한 면모를 가진 복합적 인물이다. 후안을 연기한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는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로비스트 ‘레미’ 역으로 에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배우로, <문라이트>를 통해 36개의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5. 자넬 모네

후안의 여자친구로 처음 리틀과 만났고 마약에 중독된 친모 대신 평생 그의 친구이자 보호자로 샤이론의 곁을 지켜온 ‘테레사’ 역은 배우이자 가수, 래퍼인 자넬 모네가 맡았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FUN.의 ‘We are young’에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뮤지션으로서 보컬과 랩 실력뿐만 아니라 SF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의 콘셉트와 비주얼로 자신만의 예술관을 구축한 아티스트다. 그런 자넬 모네는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아메리칸 여성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 같은 해 개봉한 <히든 피겨스>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 Janelle Monáe ‘Q.U.E.E.N.’ (feat. Erykah Badu) MV

▲ <히든 피겨스> 예고편

  

6. 배리 젠킨스와 왕가위

1979년생 ‘씨네필’ 배리 젠킨스 감독이 왕가위 감독을 사랑하는 건 전혀 위화감이 없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문라이트>를 두고 “왕가위 스타일의 <보이후드>”라 부를 정도로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을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속 처연한 색감과 빛의 사용, 몇 가지 구도 등은 과연 왕가위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팬이 만든 비교 영상을 함께 보자.

 

7. 쿠쿠루쿠쿠 팔로마

배리 젠킨스의 씨네필적 면모는 영화 곳곳에서 나타난다. 영화에서 브라질의 전설적 뮤지션 까에타노 벨로주(Caetano Veloso)가 부른 버전의 ‘쿠쿠루쿠쿠 팔로마(Cucurrucucu Paloma)’가 나오는 순간은 어쩌면 <문라이트>의 가장 영화적 순간이 아닐까.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2002),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1997) 등에 삽입된 것과 같은 버전이다. 이 노래는 스페인 작곡가 토마스 멘데스 소사가 멕시코 여행 중 원주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듣고 만든 곡이다. 한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가 이승을 떠난 후에도 그 사랑을 못 잊고 끝내 비둘기가 되어 연인의 창가에 내려와 ‘쿠쿠루쿠쿠’ 하고 운다는 내용. 많은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던 이 노래가 <문라이트>에선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직접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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