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건 적요뿐이라 첫눈에 쓸쓸해지는 곳, 그런 곳은 마음이 지쳤을 때 말없이 곁을 내어 주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외로운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편안해지므로. 이것은 짐 홀랜드의 그림, 어쩌면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다.

'Unknown Title', 이미지 출처 - 'pinterest'
'Book of Dreams', 이미지 출처 - 'pinterest'

어떤 것들은 유독 말이 없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창문, 덩그러니 놓인 의자, 햇빛이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는 길가의 나무. 그런 것들은 그래서 더욱 마음이 간다. 거기에 어떤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지 은근슬쩍 상상하게 만드니까.

'Bay window', 이미지 출처 - 'pinterest'
'Unknown Title', 이미지 출처 - 'pinterest'
'Unknown Title', 이미지 출처 - 'pinterest'
'Unknown Title', 이미지 출처 - 'artodyssey'

미국의 화가 짐 홀랜드(Jim Holland)는 그런 것들을 그린다. 배경이 되어주는 곳은 미국 동부의 케이프 코드. 생선 대구(Cod)가 많이 잡혀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곳은 여름철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휴양지지만, 홀랜드의 그림 속에선 모든 것이 지워지고 고요한 풍경만 남는다. 카메라가 꺼지고 모두가 돌아간 영화 세트장처럼.

'The Green Room', 이미지 출처 - 'pinterest'
'Keepsakes', 이미지 출처 - 'pinterest'
'The Blue Shirt', 이미지 출처 - 'pinterest'

한 자리에 오래 있었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사물들만 존재하는 이곳에도 볕은 든다. 단정한 이불과 커튼 위로, 벽에 드리워진 나뭇가지 옆으로 빛은 비스듬히 기울어진다. 구부정하게 몸을 접은 채 곳곳을 누비고, 때로는 누군가의 흔적을 쓰다듬는다. 읽다 덮어둔 책이나 느슨하게 걸어 둔 셔츠처럼 사소한 것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쓱 지나쳐버리고 말 것들.

'Sunset Reflections', 이미지 출처 - 'North Water Gallery'
'Through an open door', 이미지 출처 - 'pinterest'
'Interior with Library Chair', 이미지 출처 - 'Pinterest'

거기서 우리는 본 적 없는 기억을 떠올린다. 누군가 소리 없이 들어와 조용히 머물다 갔을 모습을, 그러니까 이 세계가 모두 지켜보고도 묵묵히 품어주었을 비밀들을. 하나둘 흔적을 읽어낼 때마다 이곳은 쓰이지 않은 책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로 변한다. 묘한 고독이 아늑한 평화를 겹쳐 입는다.

'Twilight Farmhouse', 이미지 출처 - 'Left Bank Gallery'
'Sunset Spot', 이미지 출처 - 'pinterest'
'Sunset Sonata', 이미지 출처 - 'North Water Gallery'

어떤 것들은 말이 없어 더욱 기대고 싶어진다. 이를테면 편안한 사람의 등 혹은 익숙한 사람의 민낯처럼. 누군가 짐 홀랜드의 그림 속에서 쓸쓸함을 읽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다정함이란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Writer

언어를 뛰어넘어, 이야기에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마음속에 새로운 씨앗을 심어주고, 새로운 세계로의 통로가 되어주니까. 그래서 그림책에서부터 민담, 괴담, 문학, 영화까지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모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중. 앞으로 직접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며 더 풍성하고 가치 있는 세계를 만들어나가기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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