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으로 팽창하고 질적으로 성장하며 더욱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한국 인디밴드. 하지만 여전히 설 자리가 많지 않고 경제적 여건도 좋지 않다. 여전히 '부흥기'인 인디밴드들의 '전성기'가 도래할 날을 바라며, 주옥 같은 1집 앨범을 소개한다.

**발매년도 순으로 작성

 

Achime(아침)
1집 <Hunch>(2010)

추천 곡‘맞은편 미래’, ‘Pathetic Sight’

이 앨범을 두고 혹자는 말했다.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고 바람 맞아가면서 듣고 싶은 음악”이라고. 5인조 록밴드 Achime(아침)의 1집 <Hunch>는 재즈, 뉴웨이브, 모던락, 포스트록 같은 다채로운 장르 위에 보컬 권선욱의 퉁명스러운 듯 독특한 목소리가 덧입혀진 앨범이다. 신나는 비트와는 반대로 눈물 한 방울 떨어질 것만 같은 씁쓸한 가사도 매력적이다. 이들은 결성 첫 해인 2008년 클럽데이 오디션을 통과한 것을 시작으로 지산벨리록페스티벌 ‘락앤롤 슈퍼스타’, EBS 스페이스공감 ‘헬로 루키’, 쌈지싸운드페스티벌 ‘숨은 고수’ 등 각종 페스티벌 무대와 오디션 프로그램을 석권하며 가능성을 검증 받았다. 아쉽게도 2014년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아침 '맞은편 미래'

 

가을방학
1집 <가을방학>(2010)

추천곡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취미는 사랑’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가을방학’이란 이름을 모를 리 없다.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혼성 2인조 밴드로, ‘언니네이발관’, ‘줄리아하트’의 정바비(produce, chorus, guitar, vocal)와 ‘브로콜리너마저’ 출신 계피(vocal)가 2009년 결성했다. 밴드 명은 처음 작업한 곡의 제목에서 따왔다. 서정적인 노랫말과 가사, 담백하고 청아한 계피의 목소리는 맑은 하늘에 흘러가는 깨끗한 조각구름 같다. 항상 꼭 필요한 음과 가사보다 20% 정도를 더 써넣는다는 정바비의 작법과, 20% 정도 힘과 감정을 빼서 부르는 계피의 창법이 이루는 미묘한 조화에 귀 기울여보자. 특히 정바비가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난 형을 떠올리며 쓴 곡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는 담담한 멜로디와 목소리가 마음에 먹먹히 남아 맴돈다.

가을방학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얄개들
1집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2011)

추천곡 ‘청춘 만만세’, ‘우리 같이’

“당신은 슬픔을 좋아하나요?” 한때 이 문구가 인터넷을 떠돌았던 적이 있다. 훗날 ‘얄개들’의 노래 가사(곡 ‘우리 같이’)라는 걸 안 뒤에는, 무작정 이들의 팬이 된 사람이 많다. 둔촌동 출신 20년 지기 친구들로 구성된 4인조 록 밴드 얄개들. 1집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우리네 청춘과 닿아 있는 앨범이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청춘들의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성과 솔직한 가사. 그중 ‘청춘만만세’는 도입부의 기타 사운드로 소녀팬들을 ‘얄얄’거리게 만든, 얄개들의 대표곡이다. 일화로, 앨범에 실린 노래들은 경기도의 한 펜션에서 4박 5일 밤낮 잠과 술을 아끼며 원테이크로 녹음했다고. 그러니 끊지 말고 가만히 누워 끝까지 들어보시길! 얄개들은 이 데뷔 앨범을 끝으로 2013년 해체했다.

얄개들 '청춘 만만세'

 

Glen Check(글렌체크)
1집 <Haute Couture>(2012)

추천곡 ‘French Virgin Party’, ‘60’s Cardin’

머릿속에 비비드색 물감이 가득 풀어지는 느낌, 글렌체크의 음악이 그러하다. 보컬 김준원, 신시사이저 강혁준은 어렸을 때 해외를 오가며 국제학교에서 만남을 가졌고, 이후 유럽과 자신들의 지하 작업실을 오가며 모든 곡의 녹음과 믹스를 스스로 완성했다. ‘Justice’, ‘다프트 펑크’ 같은 프랑스 일렉트로 하우스 밴드들의 영향을 받은 1집 <HAUTE COUTURE>은 그야말로 해외 음악을 직수입한 느낌을 자아낸다. 평론가와 팬들에게는 ‘이디오테잎’과 함께 한국 일렉씬을 이끌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과 이듬해 연달아 한국대중음악상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했다.

Glen Check 'French Virgin Party'

 

메인 이미지 밴드 Achime, ⓒ붕가붕가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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