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 출신의 다이스케 요코타는 화가이자 포토그래퍼다. 그는 아날로그 필름의 암실 현상 방식을 바탕으로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반복함으로써 독특한 사진 세계를 형성한다. 언뜻 보면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친 흑백의 장면이지만, 그마저도 모두 의도된 부분이며 작품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다. 이는 마치 현대음악처럼 일부러 노이즈와 잡음을 삽입하여 더욱 풍부한 질감을 살리는 시도로도 여겨진다. 필름을 끓는 물 또는 아세트산을 이용하여 훼손하거나, 차단이 필수인 강한 빛에 노출시켜 시각적 노이즈를 생성하는 것이다. 끝없는 재촬영 역시 그렇다. 인물과 사물, 풍경을 디지털카메라로 먼저 촬영하고 화상 속 피사체가 흐릿해질 때까지 다른 카메라로 다시 현상물을 찍는다. 이렇게 몇 번의 동일한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작품 자체보다 작품이 형성되는 ‘과정’에 더욱 의미를 싣는다. 다시 말해 그는 작품 그 자체 대신, 작품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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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은 다이스케 요코타의 작품 자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생산한다. 바로 ‘기억’에 관한 사실적인 통찰이다. 하나의 기억이 형성된 후, 그 기억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해 작가는 심도 있게 탐구한다.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눌러 포착된 장면이 최초의 기억이라 가정했을 때, 그 기억을 품고 사는 삶, 즉 기억을 둘러싼 경험과 시간들 속에서 최초의 착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인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훼손된 기억을 소중히 품고 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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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피사체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의 사진 속 피사체는 보통의 모습이 아니다. 윤곽이 흐려진 육체나 얼굴이 지워진 사람, 허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수풀들과 흩어지는 나뭇잎들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으로 장면 속에 존재한다. 그건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방 안이나 빈 건물들을 찍은 그의 사진 속에서 우리는 음영으로만 이루어진 독특하면서도 낯선 장소에 초대된다. 하지만 사실 그곳은 익숙한 공터이며, 공원의 한복판이며, 안락한 방 안이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양극의 감정을 함께 선사하는 그의 작품은 같은 위치와 상황에서도 저마다 다른 개인의 경험과 기억들을 대변한다. 그는 작품 속에 스토리를 입히려 애쓰거나 피사체의 존재감을 극도로 드러내려는 대신 오히려 자연스러운 익숙함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디지털 방식이 지배하는 사진의 영역에서 이런 시도는 작가의 사진 세계를 더욱더 다층적이며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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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나를 보며 웃는 엄마의 얼굴 혹은 따스한 품속?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그송이 말했듯 “어둠 속에 잠재된 과거가 현재에 빛나게 되는 것이 바로 기억”이라면, 결국 우리 마음 속에 품은 소중한 기억들은 그게 어떤 모습이건 간에, 망망대해 한복판에 놓인 우리들을 이끄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다이스케 요코타의 작품들은 기억의 순수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억이 안착한 최초의 순간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만들고,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우리에게 열린 결말을 꿈꾸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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