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상 20회 수상에 5천만 장의 음반을 판매한 가수 토니 베넷(Tony Bennett)의 출생연도는 1926년. 그는 이제 94세를 맞았지만, 2018년 말에 다이애나 크롤과 콜라보 앨범 <Love Is Here to Stay>를 발표하며,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가창력으로 90대의 나이를 무색하게 한 바 있다. 그는 80대에 들어서 남들은 은퇴를 바라볼 나이에, 도리어 젊은 가수들과 듀엣 앨범을 내며 상대의 가창력에 조금도 눌리지 않아, 성대 관리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Tony Bennett & Diana Krall ‘Love Is Here to Stay’(2018)

한때 이혼과 마약 과용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그는, 70대 나이인 1990년대 <MTV Unplugged>에 젊은 뮤지션들과 나란히 출연하면서 인기를 회복할 기회를 마련했다. 당시 뉴욕 타임즈는 "그는 세대 차이를 극복한 게 아니라 아예 부숴 버렸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화가 피카소를 예를 들며 나이가 들수록 더 부지런해야 창작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며, 더욱 열심히 활동에 임했다. 꾸준히 음반을 내며 한 해 100회가 넘는 TV 출연과 공연을 소화하였고, 공연 중 'Fly Me to the Moon' 한 곡은 마이크를 모두 끄고 육성으로만 노래하기도 하였다.

Tony Bennett & Amy Winehouse ‘Body and Soul’(2011)

80대에 접어든 그는, 듀엣 곡으로만 채운 음반 <Duets: An American Classic>(2006)을 냈다. 여기에는 바브라 스트라이젠드, 빌리 조엘, 엘튼 존, 스티비 원더 등 팝 음악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함께 했다. 이 음반은 빌보드 200 차트 3위, 재즈음반 차트 1위에 올랐고, 그래미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어서 재즈 색채를 더한 후속 음반 <Duet II>(2011)과 레이디 가가와의 듀엣 앨범 <Cheek to Cheek>(2014)을 냈고, 둘 다 빌보드 200 차트와 재즈 음반 차트 수위에 오르며, 연속 그래미를 수상했다. 하지만 <Duet II>에서 'Body and Soul'을 함께 불러 그래미를 공동 수상한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몇 개월 후 마약 과용으로 사망하여 그의 마지막 녹음이 되었다.

Tony Bennett & Lady Gaga ‘The Lady Is a Tramp’(2011)

그는 뉴욕 퀸즈 태생이지만 첫 히트곡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로 1963년 첫 그래미 상을 안으며,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명사로 대접받았다. 40년 나이 차이를 극복한 그의 현재 아내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그의 팬클럽 대표였고, 어머니 역시 그의 팬이었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에 걸쳐 함께 자선 활동을 벌이며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전 부인과 공식 이혼한 2007년 공식적인 부부가 되었다.

페어몬트 호텔의 동상 제막식에 참여한 토니 베넷

샌프란시스코 시내에는 토니 베넷 거리(Tony Bennett Way)가 있고, 인근의 럭셔리 호텔 페어몬트 샌프란시스코는 그의 90세 생일을 맞아 그의 동상을 세웠다. 2010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에 초청되어 축가를 부르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자신의 본명인 앤소니 베네데토(Anthony Benedetto)란 이름의 화가로 활동하며, 지금도 매일 그림을 그리거나 스케치를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그가 그린 그림은 최근에 약 8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Tony Bennett & Norah Jones ‘Speak Low’(2011)

보통 90세까지 장수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는 90대에도 여전히 음반을 내고 힘든 순회공연을 소화한다. 2차세계대전의 참전용사로, 민권운동에 참여한 운동가로, 그는 미국의 살아있는 역사와 같은 존재로 존경을 받는다.

 

토니 베넷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