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매스니(Pat Metheny)와 함께 최정상의 팻 매스니 그룹(Pat Metheny Group, PMG)을 이끌어 온 피아니스트 라일 메이즈(Lyle Mays, 1953~). 매스니가 전면에 나서 열정적으로 팬들과 교감하는 스타일이라면, 메이즈는 뒤에서 그들의 음악을 체계화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스타일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환상적인 음악 콤비고, 이런 관계는 대부분의 히트곡을 공동으로 작곡하는 기반이 되었다. 한 잡지는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과 빌리 스트레이혼(Billy Strayhorn)의 관계처럼, 메이즈가 매스니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들의 연주 모습을 보면, 감정을 표출하는 외향적인 매스니와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내성적인 메이즈의 상반된 성격이 잘 드러난다.

▲ 1989년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에서 ‘Better Days Ahead’를 연주하는 PMG 

메이즈는 살아오면서 크게 네 가지 관심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체스, 수학, 건축, 음악. 이를 보면 그가 상당히 총명하고 사색적이고 분석적인 성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면은 그가 공동 작곡을 맡은 팻 매스니 그룹의 음악적 색채에서도 드러난다. 곡의 전체적인 짜임새를 중요시하여 마치 교향곡 같은 초중종 구성 안에서 하이라이트로 달려가는 듯한 곡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에게 음악적 영감을 준 이들은 클래식부터 재즈에까지 걸쳐 있다. 브람스, 바하, 스트라빈스키, 버르토크 벨러, 알반 베르크, 빌 에반스, 마일스 데이비스를 주로 든다. 그러나 그는 음악에 대한 특별한 의지같은 건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네 가지 중에 음악을 제일 잘했기 때문에 음악을 직업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관심사 하나, 체스(Chess)

그가 어느 정도의 체스 실력을 가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음악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체스를 인용하곤 한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즉흥연주에 뛰어난 재즈 연주자는 남들보다 앞서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라는 질문에 대해, “위대한 체스 고수인 에마누엘 라스커(Emanuel Lasker)는 몇 수를 앞서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단 한 수라고 대답을 했어요. 단 한 수요. 그렇지만 항상 그 수는 최고의 수였다고 대답했죠”라고 받아 넘겼다.

▲ 두 번째 솔로 앨범 <Street Dreams>에 수록한 클래식 스타일의 ‘Chorinho’

 

관심사 둘, 수학(Mathematics)

그는 학창시절 교사도 풀지 못하는 수학 증명문제를 곧잘 풀곤 했다. 최근까지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즐겨 어려운 컴퓨터 언어인 C++를 배우기도 했고, 코딩에 대한 깊은 열망도 품고있다고 한다. 2011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줄여서 칼텍(Caltech))의 저명한 물리학자 마이클 루크스(Michael Roukes) 교수, TED와 협력하여 즉흥연주와 수학 방정식,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연계한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교수의 음성 패턴을 분석하여 즉흥연주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이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 TEDxCaltech이 기획한 공연에서 연주하는 라일 메이즈

 

관심사 셋, 건축(Architecture)

그는 스스로 건축에 관해서는 관심만 가진 아마추어라고 말했을 뿐 어떤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지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어릴 때부터 레고 블록으로 집 짓기 놀이를 즐겼고, 지금도 레고 마니아로서 짬짬이 시간을 내 복잡한 구조물을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레고에서 출시한 <ECM Music Studio> 시리즈에서는 매스니와 그를 캐릭터로 한 인형을 내놓기도 했다.

▲ 팻 매스니와 라일 메이즈를 캐릭터화 한 레고 블록 <ECM Music Studio> 시리즈

그는 건축가가 구조물을 만들 듯 음악을 작곡하느냐는 질문에, “아마 그럴 지도 모르겠다. 나는 연주를 할 때보다 뭔가 꿈꾸었던 것을 새로운 음악으로 만드는 것에 더 흥분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 그의 건축가적인 사고가 잘 드러난 역작 ‘Moses, The Lawgiver(모세, 법전제정자)’

 

관심사 넷, 음악(Music)

그는 기타리스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어릴 때부터 정규 피아노 레슨이 끝나면 곧잘 즉흥 연주를 덤으로 배웠다. 그는 음의 높낮이에 대해 정확한 청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시절 음향학(Acoustics) 수업에서 400번과 401번 소리굽쇠(Tuning fork) 소리를 비교하여 높은 음을 맞춰 강의실을 떠들썩하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우디 허먼(Woody Herman) 밴드에서 피아노를 치던 그는, 1974년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팻 매스니를 만나 오랜 음악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 메이즈가 가장 영향 받은 음악가 빌 에반스에게 바치는 헌정곡. 메이즈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다

팻 매스니 그룹은 2010년 여름 공연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라일 메이즈가 오랜 순회연주에 지쳐 L.A.에서 한가한 생활을 즐기고 있고, 팻 매스니는 순회공연이 뒤따르지 않는 스튜디오 앨범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즈가 건강과 의지를 회복한다면 곧 새로운 팻 매스니 그룹의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 PMG 시절의 메이즈가 가장 매력적인 솔로를 보여준 ‘First Cir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