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에 활동한 미래학자이자 소설가 H. G. 웰즈(1866~1946)는 '사이언스 픽션의 아버지', 더 나아가 '사이언스 픽션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렸다. 비행체, 탱크, 우주여행, 핵무기, 위성방송, 인터넷처럼 지금은 보편적인 과학적 발명들이 그의 상상력에 의해 소설이나 인터뷰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의 전쟁 디오라마 같은 게임이 H.G. 웰즈의 취미였다

그가 집필한 10여 편의 장편소설은 대부분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타임머신(The Time Machine)>(1895),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1897),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1898)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걸작들이다. 생물학을 전공하여 다윈의 진화론이나 우주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붉은 행성 화성에 관한 호기심을 소설로 발전시켰다. 당시 영국의 타즈매니아(호주 남서쪽 섬) 침략 사건을 참고하여, 자원이 고갈된 높은 문명의 화성인들이 세개의 발을 지닌 공격 무기 '트라이포드'을 앞세워 지구를 침공한다는 줄거리를 구상했고 이를 <The War of the Worlds>라는 제목으로 1895년부터 잡지에 연재했다.

외계인의 지구 침공 소설의 효시가 된 <The War of the Worlds>(1898)

1898년 소설로 출판된 <The War of the Worlds>는 1938년 배우 오손 웰스(Orson Welles)의 내레이션으로 라디오에 방송되면서 다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방송을 들은 청취자들은 이를 실제 상황으로 잘못 알고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어서 영화로 처음 제작된 것은 1953년.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원작을 바탕으로 당시의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각색하였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하여 선구적인 SF 영화로 인정을 받았다.

 

영화 <The War of the Worlds>(1953) 예고편

파라마운트는 CG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드림웍스와 손잡고 다시 한번 이 영화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나섰고, 전작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함께 손발을 맞추었던 톰 크루즈, 그리고 11세의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을 캐스팅했다. 이번에는 뉴욕을 배경으로 새롭게 각색되었고, 보잉 747 비행기가 추락하는 유명한 장면이 추가되었다. 참혹한 비행기 추락 현장은 이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한 섹션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시각효과에 대한 찬사를 들으며 박스오피스에서 6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영화 <The War of the Worlds>(2005) 예고편

원래 소설의 주된 배경은 H.G. 웰즈가 살던 빅토리아 시대(1837~1901) 말기의 영국 워킹(Woking) 지역이다. BBC는 H.G. 웰즈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원작에 가까운 3부작 미니시리즈를 기획했다. 올해 11월 17일에 첫 회를 방송했고 12월 1일에 마지막회를 방송했다. 로튼토마토 67% 평점을 얻었으나 영국 언론의 평가는 그보다 더 엄격했다. 가디언은 별 넷, 인디펜던트는 별 셋, 그리고 텔레그래프는 별 둘에 그쳤다. 원작의 각색에서 침략의 긴박성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BBC 3부작 <The War of the Worlds>(2019) 예고편

하지만 처음으로 원작에 최대한 가깝게 모국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시청할 만한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2016년 말 원작에 대한 파라마운트의 저작권이 종료되었다고 하니, 앞으로 더 많은 후속 작품들이 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워킹(Woking) 중심가의 트라이포드 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