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 새삼 고양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동물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거의 모든 종류의 SNS는 고양이가 접수한 지 오래입니다(개도 그렇다고요? 에이, 설마). 물론 고양이들에게도 수난의 역사는 있었습니다. 고전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서 고양이 톰은 쥐 제리를 잡아먹으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실패뿐이겠어요. 영악한 제리에게 온갖 괴롭힘을 다 당합니다. 그런데도 톰은 악당, 심지어 멍청한 악당으로 그려집니다. 말이 되나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는 고양이에 대한 오해, 즉 검은 고양이를 복수 혹은 저주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한 주범입니다. 소설 속에서 잔혹한 일을 저지르는 것은 인간이건만, 그에 대한 두려움은 고양이가 다 덮어씁니다. 이런 이런, 인간들이란. 고양이라는 완벽한 존재에 대한 인간들의 시기와 질투가 만들어낸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죠. 하지만 봐요, 얼마나 많은 예술가가 고양이를 사랑해왔는지. 그리고 그 사랑을 얼마나 많은 작품으로 승화시켜왔는지를.

 

<고양이에 대하여>

찰스 부코스키 | 시공사 | 2016
▲ <고양이에 대하여> 한국판 표지(좌), 고양이와 함께 있는 찰스 부코스키(우, Via journaldejane.wordpress.com)

고양이를 사랑한 예술가들, 너무 많죠. 피카소도, 앤디 워홀도, 살바도르 달리도 고양이와 함께 살았습니다. 소설가는 또 얼마나 많게요. 헤밍웨이에게는 스노우볼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에게는 대피가, 마크 트웨인에게는 밤비노가, 헤르만 헤세에게는 티거와 레베가 있었습니다. 보르헤스와 필립 K 딕, 무라카미 하루키…. 아아, 끝이 없어요.

하지만 부코스키와 고양이라니. 이 문장에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찰스 부코스키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죠. 단 한 문장으로 그를 표현해보자면, “매일 마셔댄 술이 온몸을 뚫고 나와 내출혈을 일으켰어도 퇴원 후 여전히 술을 마셔댄 작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웃사이더’라거나 ‘호색한’ 같은 단어로 설명되기도 합니다만. 여하튼, 이런 인물이 자신 외의 생물에게 마음을 주다니. 그것도 고양이라니. 저는 그가 생전에 그의 고양이 밍크와 함께 찍힌 영상을 보고 다시 한번 경악했습니다. 시가를 물고 인터뷰하던 부코스키가 발밑을 지나가던 밍크에게 말을 겁니다. “밍키! 일루와 우리 애기.” 맙소사, 부코스키 너마저!

▲ 고양이 밍크가 등장하는 찰스 부코스키 인터뷰 

부코스키의 에세이집 <고양이에 대하여>는 그와 함께했던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역시 부코스키답게, 고양이에 대한 찬사만 늘어두진 않았습니다. 고양이라는 생명체를 통해서 본 삶을 거칠고 담담하게, 하지만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이토 준지의 고양이일기 욘&무>

이토 준지 | 대원씨아이 | 2010

만화가와 고양이는 당연한 조합이 되어버린 듯한 수준이에요. 고양이와 함께 사는 만화가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니까요. 그러니 그들이 그린 고양이 만화도 당연히 많습니다. 공포만화의 대명사 이토 준지도 고양이에 대한 만화책을 냈으니 말 다했죠. 섬세함과 그로테스크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만화가인 그가, 그 세계에 고양이라는 존재를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역시 고양이는 고양인지라, 그 소용돌이의 세계에서도 그만, 애정이 흘러넘치고 맙니다.

▲ W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만화가와 고양이의 상관관계는 노래로도 만들어졌습니다. 흔히들 고양이는 ‘제멋대로’라 말하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들의 기준과 기대를 ‘제멋대로’ 가져다 댄 이야기예요. 사실 고양이는 사려 깊은 동물입니다. 같이 사는 인간이 정신없이 바쁠 때, 슬프고 우울할 때 고양이의 배려는 빛을 발합니다. 한밤중에 집안을 우다다 돌아다니며 바쁜 인간을 대신해 스트레스를 풀고, 높은 목소리로 밥투정과 화장실의 질 높은 위생을 요구하며 우울할 틈을 주지 않죠. 물론 W의 가사처럼 기다리는 법도 알고 있습니다. 투실투실한 엉덩이를 가져다 대며 아주 잠깐의, 그러나 극상의 기쁨을 선사하기도 해요.

이래도 고양이의 매력을 더 설명해야 할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영화 <수면의 과학>의 주인공 ‘스테판’(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스테파니’(샤를로뜨 갱스부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르는 노래, ‘If you rescue me’입니다(영리한 친구예요, 고양이 이미지를 활용하다니).

▲ <수면의 과학> OST ‘If you rescue me’

노래의 주인공은 길고양이입니다. “당신이 나를 구해준다면 나는 영원히 당신의 친구가 되어줄 거에요”라고, “당신의 세상에 들여보내 준다면 난 당신을 따뜻하고 즐겁게 해줄 거에요”라고 노래하는 이 고양이를 외면할 만큼 비정하고, 몰염치하고, 올겨울 북유럽보다 추웠던 서울 날씨처럼 차가운 사람? 없어요, 그런 사람. 암요. 전 알아요. 당신, 지금 고양이를 떠올리며 이렇게 읊조리고 있잖아요. “Hello, You’re my very special kitten.”

 

Writer

심리학을 공부했으나 사람 마음 모르고, 영상 디자인을 공부했으나 제작보다 소비량이 월등히 많다. 전공과 취미가 뒤섞여 특기가 된 인생을 살고 있다. 글을 쓰고 번역을 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가끔 영상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