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는 18세기 말 프랑스 식민지 시대부터 미시시피강과 대서양을 잇는 항구도시로 번성했다. 미국 남부의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재배한 목화와 사탕수수의 집산지였고, 농장에 노예를 공급하는 중개 항구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유럽과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의 문화가 뒤섞여 독특한 문화와 종교가 형성되었고, 음습한 부두교와 흑마술이 성행하였다. 여기서 자라난 서던 고딕 문학이나 판타지 영화에는 자연스럽게 노예제도나 인종차별적 요소, 주술이나 제물을 이용한 초자연적 종교, 외부에 노출을 꺼리는 집단주의와 폐쇄주의, 그리고 때때로 폭력이 등장하게 되었다. 뉴올리언스의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대표 영화 다섯 편을 뽑았다.

* 개봉 오름차순

 

<캣 피플>

1784년부터 동물을 전시하였고 1846년에 본격 개장한 뉴올리언스의 오두본 동물원

흑백 시절의 영화 <캣 피플>(1942)을 40년 만에 에로틱 스릴러로 리메이크한 작품. 영화 <테스>에서 스타로 부상한 독일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Nastassja Kinski)가 흑표범으로 변하는 장면을 연출하였고, 표범이 길들여지지 않아 길들인 퓨마를 검은색으로 염색하여 촬영했다. 영화의 대부분 장면이 뉴올리언스 거리나 유서 깊은 오두본 동물원(Audubon Zoo)에서 촬영되었다.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조지오 모로더와 데이비드 보위가 참여한 사운드트랙이 영화보다 더 인기를 끌었고, 메인테마는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rious Bastards)나 <아토믹 블론드>에 다시 사용되기도 했다.

<캣 피플>에 수록된 조지오 모로더의 ‘Irene’s Theme’

 

<엔젤 하트>

1789년에 개장한 뉴올리언스의 세인트 루이스 제1 묘지

윌리엄 요르츠버그(William Hjortsberg)의 원작소설 <폴링 엔젤>(1978)을 바탕으로 알란 파커 감독이 각색하고 감독한 영화로, 당시 박스오피스에서 부진했으나 후일 수많은 컬트 팬을 낳았다. 주인공 '해리 엔젤'(미키 루크 분)이 기억을 잃은 과거 직업이 뉴올리언스의 재즈 뮤지션으로 나오며, '사이퍼'(로버트 드 니로 분)란 이름의 악마, 핏빛이 난무하는 부두 의식, 그리고 남부 특유의 장례 문화가 묘사되어 서던 고딕의 컬트 클래식으로 인정된다. 'Magazine Street' 같은 상업지구나 18세기에 형성된 세인트루이스 제1 묘지, 로럴 밸리 빌리지 플랜테이션 같은 뉴올리언스의 유서 깊은 장소가 영화 배경으로 나온다.

영화 <엔젤 하트> 예고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데스트레한 플랜테이션은 남북전쟁 이전의 생활상을 간직한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뱀파이어와 마녀가 등장하는 고딕 소설로 유명한 앤 라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18세기부터 뉴올리언스에서 살아온 두 명의 뱀파이어 '레스타'(톰 크루즈 분)와 '루이스'(브래드 피트 분)를 주인공으로 한다. 당시 가장 잘 나가던 투톱 스타를 내세운 만큼, 박스오피스에서도 2억 2천만 달러의 성공을 거두었다. 18세기의 뉴올리언스를 표현하기 위해 1787년에 세워진 뉴올리언즈 인근 데스트레한 플랜테이션(Destrehan Plantation)과 1839년에 세워진 오크 앨리 플랜테이션(Oak Alley Platation), 그리고 유흥 지역인 프렌치쿼터에서 촬영되었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예고편

 

<스켈리톤 키>

1846년에 지어진 Felicity Plantation 저택. 이 곳에서 <스켈리톤 키>(2005), <노예 12년>(2013)이 촬영되었다

뉴올리언스 풍의 오래된 저택에서 벌어지는 후두(Hoodoo) 흑마술과 심령 현상을 소재로 한 영화로, 제목으로 사용된 'Skeleton Key'는 저택의 모든 방문을 열 수 있는 뼈 모양의 열쇠를 의미한다. 흑마술이 통하려면 제물로 지목된 사람이 진정으로 믿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마지막 장면의 반전을 이해할 수 있다. 배우 하정우의 이상형으로 알려진 '케이트 허드슨'(Kate Hudson)이 제물이 되는 주인공을 연기했다. 영화가 촬영된 저택은 1846년에 지어진 사탕수수 농장 저택 Felicity Plantation(사진)으로, 영화 <노예 12년> 역시 이 곳에서 촬영된 유서깊은 곳이다.

영화 <스켈리톤 키> 예고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F. S. 피츠제럴드의 동명 단편소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바탕으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판타지 로맨스 영화로 제작했다. 늙게 태어나 반대로 젊어 지는 주인공 역을 브래드 피트가 맡았고, 그와 가슴 아픈 사랑을 이어가는 '데이지' 역을 케이트 블란쳇이 맡았다. 약 2천억 원이 든 제작비 부담을 덜기 위해 뉴올리언스의 유서깊은 동네 Garden District에서 촬영하여 300억 원이 넘는 주정부 인센티브를 받았다. 무려 아카데미 13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아쉽게 메이크업, 비주얼 효과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