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고 지낸 것들을 생각하고, 마주하느라 바쁜 12월이다. 올해 12월은 2019년과 2010년대를 함께 되돌아봐야 하기에 더 많은 것들을 과거로 떠나 보내는 느낌이다. 여기 정리한 2010년대 해외 음악 결산 리스트로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자.

이미지 출처 - 각 앨범 커버 편집

2010년대는 히트곡들의 차트 장기 집권이 유독 길었다. 'Moves Like Jagger' 부터 'Call Me Maybe', 'Uptown Funk', 'Happy' 등 적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는 기간을 차트에 머문 곡들이 몇 곡 존재한다. 이 리스트의 앨범들은 그와 같은 히트곡과는 무관하다. 정량화 된 차트 위의 음악이 아닌 새롭거나, 장르의 발전을 이뤘거나, 2010년대 사회를 반영한 앨범들이다. 후대에 갖는 영향력과 음악을 만드는 기술력 역시 살폈다. 음악에서도 눈부신 기술 발전을 빼놓을 수 없는 시기이기에. 물론 주관적인 선정이니 아래 순위는 가이드 정도로만 참고하자. 우리가 놓치고 있었거나 잊고 있었던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순위 역순

 

10.

Angel Olsen <My Woman>(2017)

© Jagjaguwar

2010년대 음악계엔 수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프로듀서 마크 론슨(Mark Ronson)이 발견한 새 목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엔젤 올슨(Angel Olsen)이다. <My Woman> 활동 이후, 마크 론슨의 새 앨범 <Late Night Feelings>에 마일리 사이러스, 카밀라 카베요 같은 대형 팝 스타와 함께 메이저 신에 자신의 목소리를 알렸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인 엔젤 올슨은 세 번째 앨범 <My Woman>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빛나게 하는 음악을 만드는 법을 찾았다. 이 앨범은 울고 싶거나 감정을 느끼고 싶은 음악이 필요할 때 우리의 마음을 맡기기에 좋다. 엔젤 올슨의 힘 있는 보컬이 밴드의 살아있는 연주와 함께 마음을 움직여 뜨겁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9.

Ariel Pink <Before Today>(2010)

© 4AD

<Before Today>(2010)는 그 어느 때보다 레트로가 유행했던 2010년대 음악 신의 미래를 일찌감치 예견한 앨범일 지도 모른다. 1990년대 후반부터 에어리얼 핑크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환각적이고 흐릿한 사운드의 로우파이 팝을 개척해왔다. 카세트 음색 추종자인 에어리얼 핑크(Ariel Pink)*는 <Before Today>에서 변화를 시도한다. 그는 처음으로 앨범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했고, 카세트가 아닌 CD와 LP의 형태로 발매했다. 로파이 음색을 걷어낸 <Before Today>는 'Round and Round' 같은 명곡으로 가득하지만, 1970년대 팝의 향기가 여전히 풍기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엔 추억할만한 노래가 없을 것이라며 새로움을 체념한 그가 과거의 것을 새것처럼 만드는 시도를 한 것처럼 보인다. 앨범 표지에서도 밴드보다 빛나는 건 오늘 이전(Before Today)의 환상이다.

* 밴드 Ariel Pink's Haunted Graffiti는 <Before Today> 이후 해체

 

8.

Lana Del Rey <Born to Die>(2012)

© Polydor, Interscope Records

<Born To Die>는 매혹적인 새드 팝(Sad Pop)의 시대를 연 앨범이다.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가 등장하기 전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파티 음악에 취해 있었다. 'Party Rock Anthem' 같은 술과 밤을 위한 트랙들을 기억할 것이다. 한 개인의 우울함과 슬픔이 일반 대중의 관심을 움직이기까지 라나 델 레이가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슬픔과 행복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사는 그의 캐릭터와 힘 있지만 연약한 그의 보컬 톤은 많은 사람을 새드 코어의 세상으로 끌어당겼다. <Born To Die>의 성공 이후, 리한나, 마일리 사이러스도 어두워진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이렇게 미츠키나 빌리 아이리시의 음악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다.

 

7.

Solange <A Seat at the Table>(2016)

© Columbia Records, Sony Music Entertainment

어느 누가 솔란지(Solange)가 <A Seat at the Table> 같은 음악을 들고 나타나리라고 예상했을까? 이 앨범 이전의 솔란지는 '비욘세 동생'이라는 타이틀에 갇혀 있었다. 그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앨범을 준비하며 자신의 새로운 비전을 나타낼 사운드를 위해 50명이 넘는 참여진과 함께 혼을 쏟아 부었다. 라파엘 사딕, 삼파 등의 프로듀서와 함께 느슨하고 아름다운 1960년대 스타일의 네오 소울, 펑크(funk) 사운드를 만들었고, 여기에 흑인 여성으로서 겪은 고충과 즐거움을 담백하게 녹여냈다. 특히 'Cranes in the Sky'는 앞으로 솔란지가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흑인 여성으로서 해나가야 할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6.

Robyn <Body Talk>(2010)

© Konichiwa Records

2010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로빈(Robyn)은 자신의 새로운 길을 가는 데 성공한다. 10대 때부터 함께 해온 대형기획사에서 나와 독립 레이블을 세웠고, 일렉트로닉 팝 장르에서 자신의 사운드를 찾았다. <Body Talk>의 기념비적인 성과는 'Dancing On My Own', 'Call Your Girlfriend' 같은 트랙의 "슬픔을 춤으로 승화시키는" 감성을 로빈의 트레이드 마크로 각인시킨 데에 있다. 이후 Carly Rae Jepsen의 <Emotion>, Lorde의 <Melodrama>가 그 감성의 계보를 이어갔고, Zara Larsson, Charlie XCX, Rihanna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로빈의 <Body Talk>에서 음악적 영향을 받았다. 이제 로빈 스타일의 음악은 2010년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 되었다.

 

5.

SOPHIE <Oil Of Every Pearl's Un-Insides>(2018)

© MSMSMSM/Future Classic

"이번 10년 동안은 새로운 음악이 없었어"라고 외치는 사람이라면 소피(Sophie)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Oil of Every Pearl's Un-Insides>의 사운드는 소피가 아니라면 이전 시대의 다른 누구도 만들 수 없었을 것처럼 충격적이고 신선하다. 소리만으로 우리의 원초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신선한 경험이다. 소피의 성 지향성(트렌스젠더)이 반영된 '너다워도 돼(It's Okay to Cry)'라는 위로로 시작한 앨범은 소리의 왜곡, 변형의 과정을 거쳐 의미가 해체되며 무형의 존재가 사는 새로운 세계관('Immaterial', 'Whole New World')에 이른다. 앨범 타이틀이 'I Love Every Person's Insides'란 주제에서 몬데그린으로 인해 새로운 의미를 띈 문장 'Oil of Every Pearl's Un-Insides'로 왜곡되는 과정을 음악으로 고스란히 표현한 것만 같다.

 

4.

Frank Ocean <Blonde>(2016)

© Boys Dont' Cry

앨범 <Blonde>는 모두가 프랭크 오션(Frank Ocean) 같은 음악을 하고 싶게 만들었다. 앰비언트 요소가 가미된 R&B 사운드를 기반으로 듣기 좋은 멜로디를 얹었으며, 프랭크 오션의 복잡한 자아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가사를 통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흥미로운 말 장난까지 가미했다. Blonde(여성)와 Blond(남성)의 삶을 살아온 정체성, 어린 시절 Blonde 머리 색은 성장과 함께 변한다는 속성을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표현하는 방식과 사랑, 약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사운드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탁월함을 보인 앨범이다.

이제는 한 뮤지션의 정신 세계를 주제로 한 음악이 많아졌지만, <Blonde>는 특히 2010년대 중반에 아티스트의 자아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신선하게 제시한 앨범이다. 그가 언제 또 새 앨범을 낼지는 모르지만, 그 전까지 <Blonde>가 꾸준히 회자될 것이란 것과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에서 그 영향을 게속 찾을 수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얼마 전 인디포스트에서 소개한 98년생 싱어송라이터 렉스 오렌지 카운티(Rex Orange County)처럼 말이다. (링크))

 

3.

Vampire Weekend <Modern Vampires Of The City>(2013)

© XL Recordings, Vampire Weekend LLC.

누군가 2010년대에 핑크 플로이드처럼 사회를 바라보고, 밥 딜런처럼 시를 노래한 음악이 있냐고 묻는다면, 뱀파이어 위켄드의 3집 <Modern Vampires of The City>이 좋은 대답이 될 것이다. 밴드 멤버 전원이 아이비리그 콜롬비아 대학 출신(본 앨범 이후 멤버 구성에 변화가 생기지만)인 이들은, 1집 <Vampire Weekend>와 2집 <Contra>에서 1970, 1980년대 아프리카 리듬에 밴드 음악을 섞는 이지적인 시도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며,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인정을 동시에 거두었다.

<Modern Vampires of The City>는 앞선 두 앨범과 가사에서 연속성을 갖지만, 주제는 눈에 띄게 어둡고 로맨틱해졌다. 종말을 앞둔 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 이의 시선으로 본 세상, 신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에즈라 코에닉(리드 싱어, 작곡)이 이제 자신이 살아갈 세상은 회색 빛임을 예감한 듯하다. 신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성경 말씀을 행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태도는 앨범 내내 긴장감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지혜는 선물이지만 그것을 젊음과 바꿀 거야" ('Step')라는 태도는 현대판 뱀파이어스럽다. 덕분에 심오한 주제를 가지고도 훈계 대신 아름다운 소리들을 드러나게 한다.

 

2.

Kendrick Lamar <To Pimp A Butterfly>(2015)

© Aftermath/Interscope (Top Dawg Entertainment)

지난 10년 간 힙합은 가장 잘 팔리는 장르가 되었지만, 그 덕분인지 많은 힙합 뮤지션들은 차, 보석, 여자 등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는 데 바빠 보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켄드릭 라마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눈을 감지 않았다. 'Alright'은 <To Pimp A Butterfly> 앨범 작업 당시, #Blacklivesmatter 운동으로 격렬해진 흑인들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한 곡으로 평가 받는다.

<To Pimp A Butterfly>에서 켄드릭 라마는 자신을 돌아보며 미국의 성공한 흑인으로서 겪게 되는 착취를 고발하고, 다른 흑인들의 일에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 할 수 있을지 괴로움으로 고민한다. 그는 카마시 워싱턴, 퍼렐 윌리엄스 등 재즈, 랩, 펑크(funk) 각 분야의 전문 뮤지션과 함께 하여 황홀한 장르 혼합을 이뤘다. 시네마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서사 구조는 앨범을 듣다가 도중에 멈추는 일은 상상하지 못 할만큼 흡입력 있는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시대의 고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이 걸작은 멈춰있던 힙합의 생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1.

Kanye West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2010)

© Roc-A-Fella Records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이하 MBDTF)는 예술가가 실수를 만회하는 가장 멋진 방법을 보여준 앨범이다. 놀라움으로 가득한 앨범이지만 무엇보다도 카니예 웨스트가 앨범에 품은 의도(계획)가 모두 실현됐다는 사실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MBDTF>로 지위를 향상하고 등 돌린 여론을 되돌리는데 완벽히 성공한다.

카니예 웨스트는 힙합 올스타군단을 구성해 자기편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전략을 세운다. 백업 보컬로 비욘세, 엘튼 존, 엘리샤 키스 등의 목소리를 사용하고, 힙합 신의 거장 RZA, Jay Z, Rick Ross, Pusha T의 랩이 무게를 더하며 당시 신예였던 니키 미나즈와 본 이베르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

그는 어느 때보다 가사에 힘을 실었다. 돌아선 대중을 의식한 의도였는데, 그의 앨범 역사상 가장 많은 벌스와 바(bars)가 담겨 밀도를 높인다. 사운드의 분량 역시 압도적이고 화려하다. 다양한 소리를 겹겹이 쌓거나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사운드 스케일을 웅장하게 조합했다. 힙합과 연결 지을 생각도 못했던 1960~70년대 소울, 펑크(funk), 디스코, 록 등 레디 메이드 음악에 랩, 808 드럼 비트, 기타 연주, 관현악 선율과 신시사이저와 오토튠 사운드를 얹어 처음 듣는 음악처럼 들리게 했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소리는 생각할 틈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하다.

앨범을 홍보하는 전략 역시 그의 아이디어였다. 현대 미술 작가에게 의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앨범 표지를 의뢰하고, 온, 오프라인 매장에서 앨범이 거부당하는 상황을 야기한다. 30분이 넘는 비쥬얼 앨범 역시 시대를 앞서간 면모를 보여준다. <MBDTF>는 카니예 웨스트에 의한, 카니예 웨스트이기에 가능한 앨범이었다. 여기엔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상황에서 피워낸 가장 화려한 사운드와 자의식이 있었다. 2010년에 나온 본 앨범은 2010년대 음악이 어떻게 흘러가게 만들지 의도를 했든 아니든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 앨범별 주요 트랙 플레이리스트 (링크)

 

Writer

소니뮤직 코리아 팝 마케팅 팀에서 근무했음. 월드뮤직, 해외의 서브컬쳐 음악과 인디 음악이 취향입니다. 취향을 살려 아주 작은 해외음악 레이블을 혼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