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인물, 대체로 감상을 배제한 플롯, 소형 촬영기와 장비를 사용한 사실적 영상과 음향, 인간과 우주의 부조리함에 대한 실존주의적 감각은 1950년대 후반에 시작해 1962년 절정에 이른 프랑스의 영화 운동 누벨바그(Nouvelle Vague, 영어로 New Wave)의 대표적 경향이다. 문자 그대로 ‘새로운 물결’을 불러일으킨 누벨바그 시네마의 두 기수가 한국에 잠시 깃발을 꽂았다. 7월, 서울에서 누벨바그 거장들의 회고전이 나란히 열리는 것. 영화광에서 평론가로, 평론가에서 감독으로 다다르는 과정까지 닮은 프랑수아 트뤼포와 자크 리베트. ‘새로운 물결’의 나비효과를 직접 목격할 수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두세 가지… 그리고 그 너머
- 프랑수아 트뤼포 특별전


“영화를 사랑하는 첫 단계는 두 번 영화를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관한 평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 -프랑수아 트뤼포

프랑수아 트뤼포(1932.2.6~1984.10.21)는 누벨바그의 시작이자 핵이다. 영화사를 꿰뚫는 통찰과 지식은 그를 영화광, 프랑스 영화평론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위대한 필진, 데뷔작부터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범상치 않은 감독이라는 이력을 갖게 했다. 7월 시네마테크KOFA는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영화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영화를 위해 살았던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영화 이야기를 준비했다. 그의 장편 데뷔작이자 프랑스 누벨바그의 서막을 올린 기념비적 작품인 <400번의 구타>를 비롯한 젊은 감성을 울리는 <쥴 앤 짐> 등 총 22편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추천작 리스트]

1. <400번의 구타> (Les 400 Coups)

엄마와 새아버지의 냉대, 학교의 무관심 속에서 14살 앙투안은 단짝 르네와 함께 학교를 빼먹고 거리를 배회하거나 영화관에 가는 등 사소한 일탈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앙투안은 쪽지 한 장만 남긴 후 가출하고, 르네 아버지의 회사에서 타이프를 훔친 죄로 소년원에 갇힌다. 트뤼포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데뷔작으로, 프랑스 누벨바그 시네마의 신호탄을 알린 작품. 1959년 칸국제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트뤼포 감독과 배우 장피에르 레오의 빛나는 조화를 끌어낼 ‘앙투안 드와넬 시리즈’의 시작 작품이고, 다음해 이어지는 <피아니스트를 쏴라> 또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2. <쥴 앤 짐> (Jules Et Jim)

금발의 귀여운 독일인 쥴과 까만 머리에 콧수염이 매력적인 프랑스인 짐은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여인 카트린을 만나 동시에 사랑에 빠진다. 쥴은 적극적인 애정 공세로 카트린과 결혼하지만, 결혼에 회의를 느낀 카트린은 짐과 새로운 사랑을 하고, 세 사람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줄 앤 짐>은 앙리 피에르 로셰가 73살에 발표한 첫 장편이자 자전적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혁신적인 기법이 다채롭게 활용된 작품으로 당시 프랑스 영화계의 새로운 사조였던 누벨바그의 대표작 중 한편으로 손꼽힌다. <타임>은 <줄 앤 짐>을 역대 최고의 영화 100편 중 한편으로 선정했고, 조르주 딜레루의 영화음악 또한 역사상 최고의 사운드트랙 10개 중 하나로 꼽았다.


3. <아메리카의 밤> (La Nuit Americaine)

프랑스 니스의 한 스튜디오에 <파멜라를 소개합니다>라는 영화 촬영이 한창이다. 할리우드 스타 줄리가 합류하면서 비로소 원활한 촬영이 이뤄지는가 싶었으나, 알고 보니 줄리는 노이로제에 시달려 틈만 나면 촬영을 거부하고, 다른 배우들도 저마다의 사정으로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다. 감독 페랑은 연출하랴, 배우들 다독이랴, 시도 때도 없이 빵빵 터지는 문제들 해결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소동과 갑작스러운 사고, 복잡한 인간관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끝없는 불안과 짜증, 그를 극복하기 위해 요구되는 무한한 인내심과 위기관리 능력, 그런데도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사소한 즐거움과 희열의 순간을 풍성하게 묘사한다.

[프랑수아 트뤼포 특별전]
기간 2016년 7월 12일(화) ~ 7월 31일(일)
장소 시네마테크KOFA 1관
가격 무료
문의 02-3153-2001
홈페이지 및 시간표 [바로가기]

* 추천작에 대한 설명은 [세계영화작품사전: 영화에 관한 영화] (씨네21)를 참고했다.




자크 리베트 회고전- 비밀스러운 픽션의 집

“이 신비로운 것을 찍는 순간 어떻게 스스로 사기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자크 리베트

자크 리베트(1928.3.1~2016.1.29)는 시네클럽에서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같은 동료들을 만나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를 배웠다. 청년 시절 문학을 배운 사람답게 1950년대에 평론으로 먼저 활동을 시작한 리베트는 [카이에 뒤 시네마]의 창립 멤버로 후에 1962년부터 1965년까지 편집장도 역임한다. 영화 연출뿐 아니라 앙리 랑글루아 해고 반대, 1968년 칸영화제 저지 같은 당시 프랑스 영화계의 핵심 사안에 열정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올해 초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자크 리베트의 작품을 상영하는 ‘자크 리베트 회고전- 비밀스러운 픽션의 집’을 준비했다. 자크 리베트의 데뷔작 <파리는 우리의="" 것="">부터 유작인 <작은 산="" 주변에서="">까지 총 15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의 개념을 확장하며 관객이 ‘영화적인 것’의 조건에 관해 묻게 만들었던 자크 리베트의 비밀스러운 픽션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추천작 리스트]

1. <파리는 우리의 것> (Paris nous appartient)</작은></파리는>

1957년의 파리. 안 구필은 문학을 전공하는 여학생이다. 안의 오빠 피에르는 그녀를 어느 파티에 데려가는데 그곳에는 미국에서 온 작가 필립 카우프만과 테리라는 신비한 여인, 연극 연출가 제라르 랑츠 등 몇 명의 손님이 있다. 그들은 최근 테리와 헤어진 동료 후앙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자크 리베트의 장편 데뷔작. 클로드 샤브롤의 <미남 세르쥬>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에 들어가면서 첫 누벨바그 작품이 될 뻔한 영화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몇 년이 소요되다 1960년이 지나서야 개봉했다. <400번의 구타>와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가 지나간 자리에 등장한 리베트의 데뷔작은 혁명적인 누벨바그 영화들에 비해 다소 전통적인 외양을 지녔다.


2. <누드모델> (La belle noiseuse)

화가인 에두아르는 명작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랫동안 붓을 놓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두아르는 매력적인 여인 마리안을 만나 그녀를 모델로 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 하지만 작업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런저런 갈등들이 발생한다. 영화는 발자크의 단편 <미지의 걸작>에 기반을 두고 만들었고,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영원한 프랑스의 뮤즈 제인 버킨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탐미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3. <작은 산 주변에서> (36 Vues du pic Saint-Loup)

자크 리베트의 유작이다. <누드모델>에 젊음의 아름다움을 뽐낸 제인 버킨이 있었다면, 이 작품에는 원숙하게 나이 든 제인 버킨이 등장한다. 비토리오는 어느 산길에서 차가 고장 나 곤란에 처한 케이트를 도와준 뒤 그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는다. 케이트의 가족은 서커스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녀의 애인은 15년 전 의문의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더 많은 호기심이 생긴 비토리오는 당분간 그녀의 공연을 보면서 마을에서 지내기로 한다. 2009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상영했다.

[프랑수아 트뤼포 특별전]
기간 2016년 6월 30일(목) ~ 7월 24일(일)
장소 서울아트시네마
가격 일반 8,000원, 단체/청소년/경로/장애인 6,000원, 관객회원 5,000원
문의 02-741-9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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