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터들이 사용하던 은어로 “집안을 페인트 칠하다”(Paint a house)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는 “누구를 죽이다”라는 뜻으로, 집을 다시 칠하여 죽은 사람의 흔적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잔인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화제작 <아이리시맨>의 바탕이 된 서적이 <I Heard You Paint Houses>(2004)다. 이 책은 필라델피아의 이탈리아 갱스터의 살인 청부일을 맡아서 하던 '아이리시맨' 프랭크 쉬란(Frank Sheeran)의 죽기 전 고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자신이 페인트공이었다는 것이다.

프랭크 쉬란과 그의 고백을 근거로 한 서적 <I Heard You Paint Houses> 표지

영화는 3시간 반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프랭크 쉬란 역의 로버트 드 니로의 독백 형식으로 진행되며, 펜실베니아 지역에서 암약하던 버팔리노 크라임 패밀리나 전미 트럭운송조합의 유력 인물들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등장한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가장 현실에 가까운 조직범죄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영화의 강점이다. 영화에서 주요 인물로 나오는 네 명의 실존 인물들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보았다.

영화 <아이리시맨> 최종 예고편

 

노조 지도자, '지미 호파'(알 파치노 분)

프랑크 쉬란의 고백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1975년 갑자기 실종되어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미 호파를 자신이 마피아의 명령을 받아 직접 살해했다는 것이다. 전미 트럭운송조합의 위원장을 10년 동안 재임하였던 유명 인사가, 마피아 간부들을 만나러 나갔다가 레스토랑 주차장에 차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그 후 대대적인 수사와 수색이 진행되었으나 아직 실마리나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미스터리로 남았다. 실종된 지 20여 년이 훨씬 지나 그의 측근이던 프랑크 쉬란이 자신의 범행이었음을 고백했으나, 여전히 사실 여부에 관한 논란이 분분하다.

 

버팔리노 조직 보스,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분)

트럭 운전사였던 프랭크 쉬란과 우연히 만나 그의 후원자로 나서 조직의 일을 맡기거나 지미 호파 노조와 연결고리 역할로 나선다. 'Quiet Don'이라는 별명대로 조용한 성격이었으며, 지미 호파의 변호사였던 사촌 형 빌 버팔리노를 통해 각종 노조 이권사업에 개입했다. 크지 않은 규모의 버팔리노 패밀리 보스였지만, 마피아 가문 출신인 아내의 인맥을 활용하여 힘 있는 마피아 조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다. 1960~1970년대에 번성하나 그의 말년 잦은 수감 생활로 조직은 쇠락하고, 1994년에 90세의 나이로 병사한다.

 

앤소니 '토니 프로' 프로벤자노(스티븐 그레이엄)

전미 트럭운송조합의 간부이자 뉴욕 마피아였던 지노비스 가문의 부두목으로, 지미 호파와 공생 관계를 형성하며 노조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감옥에 가게 되면서 불화가 싹트기 시작되어 극렬하게 다투는 과정이 영화에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두 사람은 노조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면서, 우연히 만난 공항에서 병을 깨면서 싸웠다는 설도 있다. 지미 호파의 실종 당일 그와 만나기로 했던 두 명의 마피아 간부 중 하나다. 1978년에 각종 혐의로 30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사망하였다.

 

필라델피아 마피아의 보스, '앤젤로 브루노'(하비 케이틀 분)

1959년에 필라델피아 크라임 패밀리의 보스가 된 뒤로 20여년 간 큰 전쟁없이 조직을 이끌어 'The Gentle Don'으로 불렸다. 뉴욕의 최대 조직 갬비노 패밀리의 보스와 친밀한 사이로 불화가 될 만한 사안을 사전에 조율하였고,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방식을 가급적 배제하여 그의 재임 중 조직은 번성했다. 하지만 내부 불만이 쌓이다가 폭발해 내부 반란이 일어났고, 1980년 집 앞의 차 안에서 총을 맞고 살해되었다. 영화에서도 온화한 성격의 마피아 보스 이미지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