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헤매도 사람을 만나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드문 깊은 숲속에는 전설이나 괴담이 전해 내려오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신이 등장하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요정이 나오기도 하고 사람들을 잡아먹는 무서운 맹수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호러 영화의 훌륭한 소재가 된다. 최근에 제작된 두 편의 호러 영화는 각각 스웨덴과 일본에 현존하는 깊은 숲을 배경으로, 여기에 들어온 사람들을 공포와 죽음으로 몰아넣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그렸다.

 

<리추얼: 숲 속에 있다>(The Ritual)

북부 스웨덴에 있는 킹스 트레일(King’s Trail, Kungsleden)은 약 440km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로, 북유럽의 광활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영화 <The Ritual>은 이 곳으로 트레킹 여행을 왔다가 발을 삔 친구 때문에 빨리 질러가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가게 된 네 명의 친구들을 따라간다. 이 영화에는 무시무시한 모습의 초자연적인 괴생물체와 이들을 숭배하고 제물을 바치는 무지한 인간들이 등장하여 전형적인 포크 호러(Folk Horror)의 장르 특성을 갖추고 있다.

영화 <리추얼: 숲 속에 있다> 예고편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에 대해 영화는 대사를 통해 '요툰 중의 하나', '로키의 사생아'로 묘사한다. 요툰(Jotunn)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요툰헤임에 사는 거인족으로 여러 형상과 특성을 지니고 있다. 로키는 토르와 함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가 된 북유럽의 신이다. 신들이 망치로 쳐서 만들었다는 북유럽의 웅장한 산악지대와 로키의 사생아라는 괴물을 만나는 것은 이 영화를 즐기는 관전 포인트다. 최근 넷플릭스에 업로드되어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

스웨덴 북쪽의 킹스 트레일 전경

 

<포레스트: 죽음의 숲>(The Forest)

일본 후지산 북서쪽 끝자락에는 아오키가하라(青木ヶ原)라 불리는 유명한 숲이 있다. 이곳은 'Yurei(幽霊)'라고 불리며 유령이 출몰한다는 괴담이 전해진다. 오래 전부터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살의 숲'(Suicide Forest)라 불리기도 한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고려장'과 유사한 'Ubasute(姥捨て)'가 이 곳에서 행해졌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오며 죽음과 자살이 교차하는 곳이 되었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2010년에 약 2백 명 이상이 자살을 시도하러 이곳을 방문했다고 하며, 그 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여 더 이상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다.

영화 <포레스트: 죽음의 숲> 예고편

이 곳이 서구에서 한번도 영화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서둘러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는데,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성공한 영화가 되었다. <왕좌의 게임>에서 '마저리 타이렐' 연기로 인기를 끈 영국 배우 나탈리 도머(Natalie Dormer)가 주연으로 캐스팅되었고, 레이디 가가와 약혼했다가 1년 만에 파혼한 미국 배우 테일러 키니(Taylor Kinney)가 상대역으로 나온다. 하지만 스토리 구조가 엉성하다 거나 다른 문화에 대해 가볍게 묘사한다거나, 그리고 자살한 사람에 대한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아오키가하라 입구에 세워진 자살 방지 안내판
아오키가하라 숲에 관한 짧은 소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