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이어지는 탐험의 시대, 위험을 무릅쓰고 미지의 땅을 개척한 영국의 선구자들은 영웅으로 추앙되었다.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아프리카를 탐험하였고, 로버트 팔콘 스콧은 남극을 탐험하여 명성을 얻었지만 끝내 현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들보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퍼시 포셋(Percy Fawcett) 소령은 아마존 지역에 고대 문명의 유적이 있을 것이라 믿고 위험한 지역을 여덟 번이나 탐험하였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정글에서 실종되었다. 영화 <잃어버린 도시 Z>(The Lost City of Z, 2017)는 뉴요커(New Yorker)지 작가인 데이비드 그랜(David Grann)의 동명의 서적을 바탕으로 그의 일대기를 다루었다.

<잃어버린 도시 Z> 예고편

이 영화는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실패를 면치 못하였다. 탐험가 퍼시 포셋 소령은 '인디아나 존스'라는 그 유명한 캐릭터 설정에 영감을 주었으나, 영화의 관점에서는 많이 달랐다. 우선 그는 원주민과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총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탐사 비용이 넉넉하지 않아 뗏목을 타고 다녔고 여의치 않은 정글에서는 걸어 다녔다. 따라서 그의 탐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느라 오락적인 요소가 결여된 이 영화는, 그를 잘 모르는 관객이 2시간 20분 동안 보기에는 지루할 수도 있다. 로버트 패틴슨, 시에나 밀러, 톰 홀랜드 등 빛나는 조연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국내 개봉했을 때도 4만 7천명의 관객에 그쳤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 시에나 밀러, 로버트 패틴슨, 톰 홀랜드 인터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퍼시 포셋과 그의 아들은 원주민의 약물을 마시고 사망하는 것으로 묘사되나, 실제 그의 실종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아내에게 보낸 1925년 5월 29일자 편지를 마지막으로 그의 행적은 사라졌다. 그를 찾기 위해 13번이나 탐사대가 조직되어 아마존으로 들어갔지만 허사였다. 적대적인 원주민 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살해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나, 정글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굶어 죽었다는 얘기도 있다. 남은 가족들은 그들이 살아 있다고 믿었고, 그의 아내는 1954년에 사망할 때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때 그의 뼈가 발견되었다고 대서특필되기도 했으나 후일 분석 결과 아닌 것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수십 년 동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퍼시 포셋의 가족들
아마존 탐사 당시의 퍼시 포셋 소령
아마존 탐험 당시 12미터 길이의 아나콘다를 목격했다는 보도의 우화

최근에는 영화의 진실에 대한 반론도 등장했다. 캐나다의 아마존 전문가 존 헤밍은 <The Spectator>지에 영화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맹비난했다. 원래 퍼시 포셋 소령은 탐험가가 아니라 지도를 만드는 측량 전문가였다는 것이다. 영화의 묘사와는 달리, 그는 인종 차별주의자였고 서구의 관점에서 아마존 원주민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의 마지막 탐사처럼, 단 두 명의 신참자와 함께 별다른 준비없이 아마존 정글로 들어간 것은 거의 자살행위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워싱턴 포스트>에 “퍼시 포셋은 여덟 번이나 아마존에 들어갔지만, 발견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그의 업적이나 그가 신문에 기고한 내용이 많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했다.

퍼시 포셋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상

퍼시 포셋 소령에 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30대 후반의 뒤늦은 나이에 오지 탐험을 시작하여 아마존 정글을 여덟 번이나 들어간 그의 열정은 놀랍다. 그가 'Z'라고 이름을 붙인 고대 문명의 자취는 최근에 '쿠히쿠구(Kuhikugu)'란 이름의 대규모 집터와 도로 등이 발견되어 포셋 소령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 영화는 비록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으나, <타임(Time)>은 스토리의 힘을 인정하여 2017년 톱 10 영화의 하나로 선정했다.

포셋 소령 실종된 지점 부근에서 발견된 쿠히쿠구(Kuhikugu) 유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