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밴드의 성사는 이름에서 갈린다고 했던가. 록 밴드 멤버는 아니지만, 자칭 '록 스타'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의 이름에선 커트 코베인(Kurt Cobain)처럼 이름이 풍기는 일종의 '간지' 같은 게 느껴진다. 포스트 말론은 데뷔 이래 계속해서 히트곡을 내놓으며 상업적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음악을 통해 성공한 삶을 살길 갈망했고, 자신의 바람대로 데뷔와 동시에 하는 일마다 성공하며 돈을 쓸어담는 중이다. 포스트 말론에게 성공이란 무엇인가? 왜 그는 이토록 질주하는 걸까?

이미지 출처 - 'Rich Fury'

 

Austin Post에서 Post Malone이 되기까지

포스트 말론(본명은 Austin Richard Post)은 어릴 적 뉴욕에 살 당시, 아버지의 영향으로 힙합, 록, 컨트리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이를 자양분으로 청소년기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흡수하며 텍사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포스트 말론 특유의 장르 섞기가 어린 시절 영향받은 여러 장르를 그만의 방식으로 구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포스트 말론의 밥 딜런, 너바나, 그린데이 커버 영상

포스트 말론은 개성 표출을 위해 패션을 연구하던 아이였다. 그는 10대 때, 패스트푸드 매장 Chicken Express에서 아르바이트하여 모은 90만 원을 베르사체 페니로퍼를 사는 데 탕진했다. 고등학생 시절에 친구들 사이에서 그가 "제일 옷 잘입는 애", "나중에 제일 유명해질 것 같은 애"로 뽑힌 건 자신을 브랜딩하는데 타고난 포스트 말론의 스타 기질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일화다.

이미지 출처 ⓒ Vogue

'White Iverson'(2015)으로 하룻밤 사이 스타가 되기 전까지 그에게도 어두운 시기가 있었다. 무일푼으로 친구 따라 LA에 가서 친구 집에 얹혀 살았는데, 이때 유명세를 좇아 유튜버(Leon DeChino)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공연이나 인터뷰를 할 때 항상 담배를 물고 있는 그가 친구 차에 떨어져있는 동전을 모아 담배를 사곤 했다니 당시 상황이 그려진다. 집에만 박혀서 '기타 히어로' 게임에 심취해 기타를 독학하고, 음악에 빠져 지냈다고. 이젠 잃을 것도 없다는 심정으로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White Iverson'으로 그는 인생의 암흑기를 끝낸다. 곡이 공개되자마자 위즈 칼리파, 맥 밀러의 관심뿐만 아니라 대형 레이블 Republic Records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는다. Austin Post, Leon DeChino를 거쳐 그가 원했던 포스트 말론으로서의 새 삶이 주어진 것이다.

Leon DeChino의 영상
Post Malone 'White Iverson'

 

랩퍼? 록 스타? "어쨌든 내 음악 듣기 좋잖아"

포스트 말론이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던 이유들 중 핵심은 그가 좋은 음악을 만들 줄 안다는 것이다. 초창기 작품인 'White Iverson', 'I Fall Apart', 'Congratulations'은 충격적 일만큼 새로웠다. 그만의 사운드와 발성법이 지난 음악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울부짖는 듯한 발성, 담배 연기로 자욱한 공간의 분위기를 풍기는 사운드가 결합되어 작동할 때, 날 것의 감정이 차올라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힙합, 알앤비, 컨트리, 이모 코어, 팝, 포크 같은 다양한 장르를 잘 혼합한 음악 역시 음악적으로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래미 어워즈는 'Better Now'를 팝에 포함했지만, 'Rockstar'는 랩의 범주에 담겼다. 포스트 말론은 그의 음악적 정체성을 둘러싼 분분한 논쟁에 "난 좋은 음악을 만들 뿐, 내 음악을 장르에 가두려 하지 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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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Malone 'Better Now'

그가 음악에서 다루는 몇 가지 소재에 대해 나열해보면 이렇다. 나약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 지난 사랑에 대한 후회, 자신을 무시했던 이들을 향한 복수심과 더불어 성공을 과시하는 것이다. 포스트 말론의 음악이 가장 매력적인 것이 될 때는 우울과 나약함을 섬세하게 드러낼 때이다. 데뷔앨범 <Stoney>의 'I Fall Apart'에서 헤어지자는 연인 앞에서 무너지는 포스트 말론에게 우리는 뜨겁게 공감했다. 새 앨범 <Hollywood's Bleeding>에서 매력을 뿜어내는 트랙 역시 같은 맥락을 따르는 'Circles', 'Goodbyes'다. "내 침대에서 나가줘. 난 널 구원해줄 수 없어. 너처럼 나도 구원이 필요한걸. 아, 난 정말 이별하는 데는 소질이 없다." ('Goodbyes')

Post Malone 'Goodbyes'

'Rockstar'에서 그는 여자들과 즐기고, 약을 하면서 록 스타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세상을 돌파하는 록 스피릿 대신 탕진과 일탈을 일 삶는 록 스타의 삶을 취한다. "맥주 마시는 거랑 담배 피우는 것도 좋아하지. 그리고 피 흘리는 것도 좋아해."라고 자기파괴적인 면모를 보인다. 실제로 제임스 딘의 삶으로 상징되는 'Live Fast, Die Young' 정신을 동경하여 양손에 엘비스 프레슬리, 존 레논, 커트 코베인 등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기기도 했다. 덕분에 그는 단기간에 성공했고, 어마어마한 부를 즐기고 있지만, 우리는 재능 있는 뮤지션을 빨리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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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제일 잘 나가는 뮤지션 포스트 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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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팝 음악계에서 포스트 말론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2집 <beerbongs & bentleys>(2018)가 그해 겨울 차트에서 화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뒤로 현재까지 포스트 말론의 음악이 빌보드 차트 10위권을 벗어난 적은 단 한 주밖에 없다. 이제 그는 음악 외에도 의류, 주류 브랜드들과 함께 협업한 제품을 출시하고, 영화배우로서 데뷔를 앞두는 등 스타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성공을 향해 돌진하는 존재는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위태롭다. 오랜만에 등장한 강렬한 슈퍼스타 포스트 말론이 우리 곁에 오랫동안 있어 주기를 바란다.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