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의 다크 유니버스(Dark Universe) 실행계획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미이라, 프랑켄슈타인, 지킬박사와 하이드, 늑대인간, 투명인간 등 1930~1950년대 유니버설 영화사의 클래식 몬스터 캐릭터를 하나의 공유 세계관으로 모으려던 원대한 계획은, 톰 크루즈를 캐스팅하여 의욕적으로 시도한 첫 번째 영화 <미이라>(2017)가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하이에르 바르뎀(Javier Bardem)이 프랑켄슈타인으로 출연할 예정이었던 <Bride of Frankenstein>(프랑켄슈타인의 신부, 1935)의 리부트 제작이 갑자기 취소되었고, 조니 뎁(Johnny Debb)에게 맡기려고 했던 투명인간 캐릭터 역시 포기하기에 이른다.

2007년부터 추진했던 투명인간 리부트 프로젝트는, 공유 세계관과 관계없는 독자적인 캐릭터의 영화 제작으로 변경했다. 올해 초 유니버설의 공동 제작사로 나선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Blumhouse)는 제임스 완 감독의 단짝으로 그의 시나리오를 도맡아 썼던 리 워넬(Leigh Whannell) 감독을 고용했고, 그는 영화사의 별도 간섭없이 자신만의 투명인간 이야기를 썼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신속히 진행되어, 이제 내년 2월 28일 개봉을 예고하고 있다.

리부트 영화 <The Invisible Man>(2020) 예고편

11월 초에 공개된 예고편에 의하면, 이번 영화가 H.G. Wells의 <The Invisible Man>(1897) 원작의 주인공 이름 '그리핀(Griffin)'과 과학자라는 직업을 차용했을 뿐 원작의 내용과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투명인간 그리핀 대신 그의 전 여친 '세실리아'를 중심으로 죽음을 가장하고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상태에서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히는 전 남친을 피해 달아나고 결국 그에 맞서는 스토리 라인의 호러 영화다. 세실리아 역은 드라마 <Handmaid’s Tale>에서 에미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모스(Elisabeth Moss)가 맡았다.

원작에 가까운 클래식 영화 <The Invisible Man>(1933) 주요 장면

H.G. Wells가 1897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원작 소설에 충실하게 제작한 영화 <The Invisible Man>(1933)은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인 성공 모두 거머쥐었다. 유니버설 영화사는 원작자로부터 몇 편의 영화를 더 제작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여 후속작 <The Invisible Man Returns>(1940)를 내놓았고, <The Invisible Woman>(1940), <Invisible Agent>(1942), <The Invisible Man’s Revenge>(1944)를 연이어 제작했다. 투명인간 콘셉트는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로 진화했다. 최근까지도 <투명인간의 사랑>(Memoirs of an Invisible Man, 1992)이나 <할로우 맨>(Hollow Man, 2000) 같은 투명인간 콘셉트의 영화는 인기리에 개봉되었다.

영화 <할로우 맨>(2000)은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을 CG로 표현하여 호평을 받았다

2007년부터 유니버설 영화사는 <블레이드> 3부작과 <다크 나이트> 3부작의 작가로 명성을 떨친 데이빗 S. 고이어를 고용하여 투명인간의 리부트 영화 시나리오를 쓰도록 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이어서 조니 뎁을 캐스팅하여 다크 유니버스의 일원으로 데뷔하게 하려 했지만 이 또한 좌절되었다. 결국 투명인간은 독자적인 호러 캐릭터로 리부트되는 것으로 정했다. 하지만 다크 유니버스의 홈페이지가 아직 살아있어, 이 콘셉트가 다시 부활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크 유니버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