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언제나 빛나기 마련이다. 2020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많은 이들이 약 20년 전을 회상하며 ‘옛것’을 찾아 헤매고 있다. ‘추억 팔이’라고 폄하하던 먼지 쌓인 문화들이 몇 년 사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가 트렌드의 한 축으로 굳건하다. 이러한 흐름을 밀레니얼 세대의 대대적인 추억 여행이라고 명명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린 시절에 즐겨 듣던 노래를 맞닥뜨리면 묘한 그리움에 빠지는 것 마냥 지금의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흐름에는 향수가 만연하다. '패션은 돌도 돈다’와 같은 진부한 명제처럼 옛 감성을 답습하고 있는 우리. 이 모든 것이 그리운 이들을 위해 혹은 낯선 문화를 탐닉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듣는 것, 보는 것, 입는 것을 모두 모았다.

 

20년 전 그 노래

아련한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는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유행처럼 번지던 곡은 그 시절을 대표하는 심볼처럼 당시를 경험했던 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최근 들어 유독 자주 언급되는 곡. 노래를 모르더라도, 하이라이트를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전설이 된 곡. 1999년 발매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데뷔곡 ‘…Baby One More Time’은 세기말을 대표하는 곡으로 뉴트로 바람이 거세짐과 동시에 아티스트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아마 이미 스쳐 지나가는 곡조에 익숙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10월 발매된 세기말 찬가, 찰리 XCX와 트로이 시반의 ‘1999’은 CD 플레이어로 노래를 듣고,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가사와 함께 익숙한 노랫말 “Hit me baby one more time”이 반복해 등장한다. 이 뿐만 아니라 ‘없는 추억도 만든다’는 앤마리의 ‘2002’ 후렴구에서도 역시 2000년대 초반의 여섯 가지 히트곡 제목과 “Hit me baby one more time”이 다시 한번 인용됐다. 이쯤 되면 그 시절의 이름처럼 느껴지는 순간. 두 사례처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대표곡 일부를 노래 중간에 삽입하는가 하면, ‘요즘 감성’을 녹여 재해석한 커버 곡도 시선을 끌었다.

지난 5월 더 마리아스(The Marías)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aby One More Time’을 리메이크해 한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도입부에서부터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마리아스의 ‘Baby One More Time’은 보컬 마리아의 나른한 보이스와 섬세한 신디 사이저는 원곡과는 전혀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뿜는다. 공개된 뮤직비디오 속 빈티지한 필터와 구성의 스타일리시함은 말문이 막힐 정도. 그 시절을 공감할 수 없는 세대라도 반복되는 후렴에는 함께 흥얼거릴 수 있지 않을까.

 

유튜브에 등장한 탑골 공원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구사했던 때와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 가요계도 황금기를 맞이한다. “Hit me baby one more time”이 울려 퍼지 듯, 주옥같은 명곡들의 노랫말을 우리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주말 저녁이면 어김없이 TV 앞에 앉게 만들던 주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SBS <인기가요>가 유튜브를 통해 부활했다. ‘SBS K-POP CLASSIC’ 채널에서는 24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송출하며 채널이 개설된 지 한 달만에 구독자 17만 명을 기록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이 모여 실시간으로 추억을 공유하기 시작하자 ‘온라인 탑골 공원’이라는 별칭이 붙게 된다. 영상 속 익숙하면서도 낯선 가수들의 모습은 20년 전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촌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인기가요 스트리밍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예능 프로그램들과 드라마 역시 유튜브를 통해 송출되고 있다. 유튜브 채널 ‘MBC Classic’은 <보고 또 보고>, <무한도전>, <거침없이 하이킥>을 첫 회부터 차례대로 게재하고 있으며, 또 다른 지상파 공식 채널인 ‘SBS 복고’에서도 <순풍산부인과>, <웃찾사> 등 추억 속 프로그램 편집본을 선보인다. 유튜브 사용자들은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콘텐츠에 열광하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년 전 시트콤이 회자되는 이유

최근 우리가 보고, 듣는 것들에는 상당 부분 다수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역시 이와 같은 주제에서 ‘입는 것’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패션계는 벌써 몇 년째 1990년대 유행하던 패션을 답습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빈티지 숍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추종자를 양산해내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 한 가운데 고전 드라마 하나가 훌륭한 레퍼런스로 떠올랐다. 바로 1994년 미국 NBO에서 방영한 시트콤 <프렌즈(FRIENDS)>가 그 주인공.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유명한 작품이지만, 그들의 패션이 조명 받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크롭드 톱과 와이드 팬츠, 오버사이즈 셔츠와 데님 팬츠, 체크 스커트 등. 요즘 판매하는 제품이라고 해도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전혀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주인공들의 착장을 통해 영감을 얻고 쇼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넷플릭스에서 프렌즈를 정주행하고,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모니카 패션’과 같은 검색어가 주를 이루는 현상으로 미루어 봤을 때 빈티지의 도약은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그 시절을 살아낸, 시간의 흔적이 묻은 옷들. 추억을 낭만이라 부르며 향수를 만끽하는 유행이 어쩐지 반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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