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결합한 '다큐드라마', 다큐멘터리의 속성을 활용해 새로운 재미를 창조해낸 페이크 다큐멘터리 '모큐멘터리', 극적인 재연을 가미한 '다큐픽션' 등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더는 다큐멘터리 속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여전히 많은 다큐멘터리 작품의 눈은 남들이 향하지 않는 곳을 비춘다. 우리 주변 일상에서 흔히 보거나 들을 수 없지만 외면하지 않아야 할 현실이 그곳에 있음을 힘주어 말한다. 이미 개봉한, 혹은 곧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세 작품을 소개한다.

 

<대통령의 7시간>

세월호 사건으로부터 벌써 5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이후 하나가 될 것처럼 보였던 나라가 다양한 이슈와 사건들로 인해 많은 분열과 혼란을 겪기도 했다. 여전히 사람들이 궁금해 마지않는 2014년 4월 16일의 진실과 의혹도 규명되지 않은 채였다.

탐사 보도 다큐멘터리인 <대통령의 7시간>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그날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간다. '과연 그날, 그 시간에 박근혜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 다큐멘터리는 MBC 해직 기자 출신으로 현재 GO발뉴스의 진행자로 활동 중인 이상호가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그는 답을 찾기 위해 사건 이전부터 존재했던 박근혜의 개인 시간 및 사이비 교주와의 관계를 추적한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 11월 극장에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7시간> 예고편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한 감독.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와 함께 <베를린 천사의 시>(1987)를 완성한 감독. 영화감독 니콜라스 레이의 삶을 그린 <물 위의 번개>(1980)부터 쿠바 음악의 매력을 세상에 알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 천재 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예술 세계를 담은 <피나>(2011)까지 다큐멘터리 연출에도 일가견이 있는 감독. 바로 빔 벤더스가 이번에는 현 교황인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를 조명한다.

교황이라는 자리가 워낙 가톨릭 종교인뿐만이 아닌 전 세계인의 이목과 존경을 받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프란치스코는 겸손하고 온화하면서도 항상 유머를 잃지 않는 성품, 소박한 생활과 진보적인 성향 덕분에 오늘날 유독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 지금 이 순간 전 세계가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 다시 찾아온 추운 계절에 뉴스 보도나 기사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교황의 삶과 생애를 따라가며 따뜻한 마음을 품어봄도 괜찮을 듯싶다.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 에고편

 

<헤로니모>

카리브해 가장 큰 섬, 대한민국보다 더 넓은 면적을 지닌 아름다운 섬나라 쿠바는 오랜 세월 억압과 핍박의 역사를 견뎌야 했다. 19세기 말까지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20세기에는 부패한 독재 가문 바티스타과 미국이 양분하여 나라를 다스리면서 긴 시간 동안 쿠바의 경제가 쿠바 민중의 것이 아니었던 탓이다. 전체 인구의 12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였고, 초등 교육을 제대로 받은 아이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쿠바의 아름다운 해안 지대는 모조리 미국 부자들의 별장 부지로 팔려나갔다. 민중들의 불만이 확산해 갔지만 독재 정부는 암살과 처형을 통해 힘으로 억누르는 정치를 지속했다. 1953년, 뜨겁게 달아오른 민중들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쿠바의 혁명은 시작됐다.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대표되는 쿠바의 쟁쟁한 혁명가 사이에 한국인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다. 이름은 헤로니모 임(한국 이름 임은조). 그는 지구 반대편 이방인임에도 쿠바의 혁명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혁명 이후에는 여러 도시에 사는 한국인들을 한데 뭉치고 싶어 했다.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쿠바를 여행한 전후석 감독은 헤로니모의 유족들을 찾아 생전 그의 모습을 추적한다.

<헤로니모>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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