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스타그램 #비주얼맵]은 지금 주목할 만한 젊은 비주얼 아티스트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소개하고, 이들의 작업에 접근하는 간단한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의 찬란한 그리드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의 인스타그램(@seeouterspace)은 마치 보물창고 같다.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이 아닐지라도, 어딘가 비밀스럽고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인물과 형태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윤예지의 작업을 본 적이 있다면 누구든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할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무엇을 보고 듣는지, 평소에는 어떤 연습을 하고 무슨 도구를 사용하는지. 인스타그램은 글이 아닌 이미지 중심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소식이 궁금한 누군가의 계정을 클릭하는 순간, 정사각형의 알록달록한 그리드가 눈 앞에 펼쳐진다. 윤예지의 인스타그램은 곧 작가의 그림 세계와 같다. 프로필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드로잉 테크니션, 그리고 기억 수집가’. 두 가지 모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에 있어 중요한 덕목이다.

드로잉 테크니션 윤예지의 세계는 넓고 조금은 복잡하다. 장난스럽고 생동감 가득한 움직임, 화려한 색의 사용이 인상적이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필선이 보이는가 하면, 다양한 인쇄 기법과 콜라주가 등장한다. 연필과 다양한 펜, 에칭 기법과 실크스크린의 판화작업, 커다란 캔버스를 가득 메운 색채화까지 무궁무진한 기법들이 자유롭게 펼쳐진다. 눈물 흘리는 덩어리와 헤엄치는 과자들을 지나 북유럽풍의 거대한 동물들이 신비로운 공간을 연출하는 것을 보고 나면 홍콩의 복고적이고 컬러풀한 거리가 펼쳐진다. 꽃나무와 사람들이 어우러진 화사한 풍경을 지나면 소설들의 표지에 당도한다. 그곳은 서늘하고 미스터리하다. 작가가 수많은 클라이언트와 바쁘게 작업할 수 있는 건 그들의 요구에 맞는 무한한 세계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사람들이 그 세계를 아름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 그는 기억을 수집하고, 멀리 다른 우주를 보는(‘see outer space’) 작가다. 어딘가의 낯선 풍경들을 촬영한 감각적인 사진들은 그가 늘 움직이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서울 태생인 작가가 런던에서 수학한 것을 굳이 모르더라도, 개성이 드러나는 작업실 풍경과 일상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드로잉들은 장소나 국적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성을 지닌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나 감정을 표현한 사적인 그림들, 모으거나 발견한 오브제 사진들을 서로 비교하고 감성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일은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여행지 풍경과 즉석에서 그린 드로잉을 함께 찍은 사진으로 작가의 흥미로운 이미지 변환 과정을 살펴보거나, 작가가 촬영한 강아지가 그림 속에서 길게 늘어나 실크스크린으로 가방 위에 찍히는 것도 볼 수 있다. 그것은 이를 테면 기억이 물화하는 과정이다. 누구에게나 아주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것이지만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수집된 기억들이 비밀스럽게 자라나 작가의 세계를 어떻게 완성하는 지를. 우리 구경꾼들이 윤예지의 세계에서 채집한 기억과 감정들도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란다.

 

* 윤예지는 서울 출신 일러스트레이터로, 동화책과 소설책의 표지와 삽화, 소규모 단체 및 기업들의 상업이미지 등의 다양한 협업으로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다.

 

윤예지 홈페이지
윤예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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