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5의 앤소니 번 감독과 애나 칼비, 사진 출처 - 링크

영드 <피키 블라인더스>가 올해 9월 BBC One을 통해 시즌 5를 방영하여, 이전 시즌을 넘어서는 인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당초 예고했던 대로 양대 세계대전 사이의 영국을 배경으로 시즌 7까지 순항할 것이 확실시된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에 삽입되었던 사운드트랙을 두 장의 CD 또는 세 장의 바이닐에 담아 출시했다. 여기에는 블랙 사바스, 라디오헤드, 데이비드 보위 등 강렬한 브랜드의 브리티시 로커들 사이에, 애나 칼비(Anna Calvi) 라는 생소한 여성 이름이 보인다. <피키 블라인더스> 제작자의 언급처럼 드라마의 스토리와 사운드트랙은 한 몸이나 다름없다. 시즌 5부터 드라마에 소개된 애나 칼비의 강렬한 음악을 따라가 보자.

토킹헤즈(Talking Heads)의 데이비드 번이 피처링한 ‘Strange Weather’(2013)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기타를 가르치던 애나 칼비는, 밴드를 전전하며 연주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유튜브에 자신의 음악을 올리다가 음반사의 눈에 띄었다. 2011년에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 데뷔 앨범을 내며 브리티시록 신에 단박에 등장했다. 어둡고 음울한 목소리와 함께 기타 명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머큐리상을 비롯하여 각종 수상 후보자로 등장했다. 두 번째 앨범 <One Breadth>(2013)에 이어 EP <Strange Weather>(2014)을 연이어 출반했고, 오페라 <The Sandman>의 곡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앨범 <Hunter>(2018) 역시 The Guardian지로부터 “영광스럽고 의기양양한(Glorious and Triumphant)” 라는 찬사와 함께 머큐리상 후보로 올랐다.

<Hunter>(2018)의 첫 싱글 ‘Don’t Beat the Girl out of My Boy’

음악과는 달리, 그의 성격은 지극히 내성적이다. 애나 칼비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두려워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기타 소리로 보컬을 대신했고, 혼자 방안에서 니나 시몬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조용히 연습했다. 지난해 2월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여자 친구의 사진을 올리면서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공개했다. “그건 커밍아웃 같은 것은 아니었다. SNS에서 나를 팔로우한 누구라도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금방 알았을 것이다. 내 음악 자체가 원래 동성애적이지 않았나?”라며 그동안 구태여 숨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출반한 <Hunter>(2018) 수록곡들은 성적 지향성에 관한 한 더욱더 노골적이다.

앨범 <Hunter>에 수록한 타이틀곡 ‘Hunter’

그에 관한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 성소수자로 살아온 그의 힘들고 화나는 삶이 곳곳에 드러난다. “인간의 기본값은 남자이고, 그 외는 모두 색다른 변형이라는 점이 문제다. 여성이 동등하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거의 남자가 되어야 한다. 일할 때도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남성적인 악기인 기타를 들었고, 거칠고 음울한 연주와 보컬을 하는 지도 모른다. “동성애는 재미나 장난이 아니다. 상품화를 위한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삶과 죽음과 같은 원초적인 문제다.” 라며 남성 중심의 사회에 분노한다. (인터뷰 출처 - 'Independent')

애나 칼비의 ‘Wish’ 실황 (The Great Escape Festival 2019)

애나 칼비는 현재 분명히 뜨고 있다. 그의 노래는 영국 최고의 여성 록스타로 인정되는 PJ Harvey와 비교되고,  사람들은그의 기타 실력을 말할 때 지미 헨드릭스를 떠올린다. 최근에는 패션업계도 그에게 주목하고 있다. 구찌나 샤넬, 펜더의 행사에 초대되었고, 유명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그를 꼽는다. 실력 뿐만 아니라 대중적 이미지에서도 그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애나 칼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