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많은 풍경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공항은 실제로 우리가 국경을 가장 많이 실감하는 공간이다. 나라 간의 철저한 보안을 위해 삼엄한 경계와 검사를 받는 곳인 동시에, 365일 24시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막상 도착하면 낯선 풍경에 긴장하기 바쁘고, 여행의 끝에선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밀려오는 피로에 쫓기듯 나오는 곳. 공항은 여행의 설렘과 추억을 가장 잘 상징해주지만, 실제로 그 환상만큼 공항을 마음껏 누린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여러 시선에서 공항을 바라본 영상들이 있다. 이들의 눈을 빌려 지난날의 추억과 앞으로의 여정을 꿈꿔보자.

 

1. DutchPilotGirl

조종사의 시점으로 촬영한 런던 공항 착륙

이착륙의 풍경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종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항공 조종사로 일하고 있는 미셸 구리스(Michelle Gooris)는 이 풍경을 15만 명의 구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유럽의 대형 저가 항공사부터 소규모 항공사까지 500시간 이상의 비행을 해온 프로 항공 조종사인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e북을 통해 조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항공 산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들을 담으면서도 아름다운 이착륙 뷰까지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위의 영상은 착륙이 어렵기로 유명한 런던 공항으로 향하는 영상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런던의 전경은 그동안 측면으로만 감상해야 했던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2. Guillaume Laffon

BOEING 777를 조종하는 조종실에서 촬영한 LA 착륙

에어프랑스 소속의 항공 조종사 기욤 라폰(Guillaume laffon)의 채널이다. 미셸 구리스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착륙영상을 중점으로 업로드하고 있어서 세계 각국의 전경과 공항의 밤낮을 엿볼 수 있다. 수백 개의 버튼이 나열되어 있는 계기판을 다루는 능숙한 모습은 감상에 멋을 더한다.

위의 영상은 로스앤젤레스 공항으로 착륙하는 영상이다. 지평선의 하늘과 도시의 불빛들이 어우러져 밤 비행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 있으며, 정차할 때까지 공항에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은 마치 함께 비행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의 노하우가 녹여진 이착륙 영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세계를 몇 바퀴나 돌고 있을 것이다.

Guillaume laffon 인스타그램

 

3. Dubai Film

두바이 공항에서 짐들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운반 과정

내가 맡겼던 수하물을 찾는 과정은 긴 여정에서 마지막으로 집중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혹여나 누락되지는 않았는지, 다른 사람과 바뀌지는 않았는지,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내 짐을 꺼낼 수 있는지 등. 나의 캐리어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누구나 한 번쯤 기다리며 상상할 법한 시간이다.

위는 두바이 필름을 통해 롭 휘트워스(Rob Whitworth) 영상감독이 프로젝트 성으로 제작한 영상이다. 착륙한 항공편에서 운반 카트, 컨베이어 벨트를 거쳐 승객들의 손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수하물의 시점으로 있는 그대로 흥미롭게 담았다.

 

4. Nomadic Ambience

공항의 백색소음

Ambience Hub에서 운영하는 소리 채널이다. 자연, 도시, 사무실, 우주, 전쟁 등 다양한 소리를 실감 나게 들려주고 있다. 아래 영상은 실제 미국의 한 공항에서 녹음 및 편집된 1시간 분량의 백색소음이다.

공항을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이착륙 하는 비행기 소리, 캐리어를 끄는 소리, 안내 방송 메세지 등 마치 공항에 와있는 것처럼 실감나는 소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