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인 다른 재즈 천재들과는 달리, 존 콜트레인의 음악 인생은 한참이나 늦게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악기를 배웠고, 해군에 입대해서 군 밴드에 있었지만 존재감은 없었다. 제대 후 여러 밴드를 전전하면서 하나하나 배워서 스스로 성장했고, 1950년대 후반에 마일스와 몽크에게 고용되면서 정상급의 연주자로 발돋움했다.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처음 음반을 낸 1957년에는 그의 나이 서른이 넘었다. 이때부터 자신이 작곡한 오리지널 곡으로 음반을 채우며 음악의 색깔을 분명히 하기 시작했다.

애틀랜틱 시절에 출반한 콜트레인 음반들

1950년대 후반 프레스티지와 애틀랜틱 레코드와 계약하며, 존 콜트레인은 많은 재즈 스탠더드를 만들어 냈다. 1960년대에 들어와 그의 음악이 프리 재즈와 종교의 영향을 받아 심오해지면서 그의 오리지널은 길고 난해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래서 1960년대 임펄스(Impulse!) 시절보다 1950년대 후반의 콜트레인 음반이 더 쉽고 편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시기의 콜트레인 스탠더드 중 놓쳐서는 안 될 다섯 곡을 꼽아 보았다.

 

<Coltrane>(1957)의 ‘Chronical Blues’

1955년 10월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에 새로 합류한 그의 재능을 알아본 프레스티지(Prestige)가 앨범 당 3백 달러의 조건으로 세 장의 음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는 마약 문제를 일으켜 곧 마일스에게 해고되었고, 그 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음반 세 장을 차례로 출반한다. 처음 출반된 <Coltrane>에는 ‘Chronic Blues’와 ‘Straight Street’ 두 곡의 오리지널을 실었는데, 곡 제목에서 당시 그의 약물 과용 문제가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Blue Train>(1957)의 ‘Blue Train’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콜트레인이 몽크의 쿼텟에 잠시 고용되어 뉴욕의 재즈 클럽 Five Spot에 연주할 무렵, 블루노트에서 출반한 유일한 음반이다. 하드밥의 산실이었던 블루노트 성향에 맞춰 대부분 하드밥 스타일의 연주로 채웠다. 다섯 곡 중 네 곡이 그의 오리지널이었는데, 앨범 타이틀로 선택된 블루스곡 ‘Blue Train’와 ‘Moment’s Notice’, ‘Lazy Bird’ 등 세 곡이 유명한 재즈 스탠더드가 되었다.

 

<Giant Steps>(1959)의 ‘Giant Steps’

프레스티지와의 계약을 종료한 콜트레인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애틀랜타와 2년 계약을 맺게 된다. 애틀랜타에서의 첫 음반 <Giant Steps>는 콜트레인의 다섯 번째 음반으로, 그 시기의 주류 스타일을 벗어나 자신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기념비적 명반이 되었다. 타이틀곡 ‘Giant Steps’는 색소폰 연주자들이 완주에 도전하는 스탠더드 곡으로, ‘Coltrane Changes’라 불리는 어렵고 복잡한 코드가 연속적으로 전개된다.

 

<Giant Steps>(1959)의 ‘Naima’

콜트레인의 가장 유명한 발라드로, 그의 첫째 부인 Juanita Grubbs의 애칭으로 제목을 삼았다. 깊고 풍부한 코드로 구성되어 콜트레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밝혔으며, 그의 생전 12회나 녹음하였는데 그때마다 다른 코드로 변환하여 연주하였다. 피아노 솔로는 시더 월턴, 토미 플라나건이 여러 차례 녹음했지만 채택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녹음한 윈튼 켈리(Wynton Kelly)의 버전이 마스터 테이크로 최종 결정되었다. 이 곡은 2004년 미국 국회의사당에 영구 보존되었다.

 

<Coltrane’s Sound>(1960)의 ‘Equinox’

콜트레인의 위상이 최고로 올라선 해인 1964년, 애틀랜틱은 콜트레인과의 협의없이 미발표곡을 모아 <Coltrane’s Sound>라는 제목으로 출반하여 논란이 되었다. 여기에 수록된 곡은 그가 <My Favorite Things>을 녹음하던 시기에 녹음된 것으로, 거의 4년 만에 출반된 것이다. 여기에 수록한 ‘Equinox’는 실황으로는 자주 연주되었으나, 스튜디오에서는 처음으로 녹음되었다. ‘Equinox’는 춘분과 추분처럼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은 날을 가리키며, 1926년 추분에 태어난 콜트레인을 위해 나이마가 제목을 붙였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