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디자인과 기하학 형태의 디지털 벡터 아트가 오늘날 대부분의 일러스트 풍경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직접 손으로 그리고 만든 핸드메이드 작품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작품에는 선과 채색 등 요소마다 깔끔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이 드러나지만, 손으로 만든 작품에는 어딘지 모르게 끌리는 인간적 매력이 묻어 있다.

Charlotte Edey의 작품들을 살펴보자. 현대 구조물에 자연적이고 초현실적인 상상력을 덧대고, 손에 잡아 쥔 연필로 그림을 그려 마치 20세기 네덜란드 드로잉 화가 에셔(M. C. Escher)와 같은 인상을 주면서도, 천에 자수(刺繡)를 놓은 독특한 질감과 파스텔 톤 색상으로 따뜻한 인간미까지 느껴진다. 특유의 동화적 분위기와 여성의 정체성을 다룬 주요 테마에서는 왠지 익숙하지만 신선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에셔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Relativity'(1953)

Charlotte Edey는 일러스트, 그림, 수공예, 도자기공예 등을 두루 다루는 젊은 독립예술가다. 1992년 런던에서 태어나 2011년 첼시 아트스쿨을 졸업한 후, 미국과 유럽 여러 갤러리에 자기 작품들을 소개해왔다. 그는 주로 인간이 만든 인공물(건물, 계단)과 자연(나무, 물, 사막), 우주의 별이 한 풍경에 나타나는 초현실적 세계를 그린다. 그리고 이 세계는 작품이 상징하는 개인의 정체성과 환상, 그것이 주는 신비로운 감상과 섬세한 수작업 감각이 교차하며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Edey의 창조한 세계가 어딘가에 정말 존재하는 것처럼.

Edey가 창조한 꿈 같은 세계에는 종종 여성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림의 주인공에게서는 어떤 대사와 표정도 읽을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실루엣만으로 관능과 불안 등 일상과 초현실 사이 모호한 경계에 놓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읽히기도 한다. Edey는 파스텔 톤 색상과 각종 캔버스와 천 등 수공예 질감의 재료를 주로 사용함으로써, 작품의 비현실적인 배경에 인간미를 더하기도 한다.

'Pool'은 Edey의 첫 자화상이다. 낭만적인 분홍빛의 수영장에 몸을 담근 주인공의 뒷모습과 오렌지빛 하늘을 수놓은 행성, 지상의 깊은 구멍 등 마치 황량하지만 동시에 동화적 세기말 풍경 같은 배경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고독과 어딘지 모르게 들뜬 기분이 동시에 느껴지는 감성, 여러 세계관을 아우르고 있는 듯한 상상력 덕분에 작품은 SF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Edey에 따르면 작품의 메시지는 개인과 세계의 갈등을 분명히 드러내고 이를 화해하는 데 있다고 한다. 내면의 탐험을 외부 환경과 연결해 영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숭고한 것과 엉뚱한 것 사이 구분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 목적인 것.

워낙 개성 넘치는 작업으로 수년 만에 명성을 얻은 그의 작업은 이미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엘르>와 <데이즈드> 등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었으며, 2019년에만 8건이 넘는 그룹 전시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9월 4일부터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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