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 마이마이, 카세트테이프. 기억나십니까? 아니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셨나요? 골든두들의 박태성 씨는 테이프와 CD 모두를 경험한 세대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CD 한 장을 사느니 테이프 세 개를 사겠다며 이것저것 많이도 들었지요. 지금은 디지털 음원을 스트리밍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국내외 뮤지션 중에 카세트테이프로 앨범을 발매하는 분도 가끔 보입니다. 요즘은 음악 제작도 디지털로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한때는 스튜디오에서 테이프로 녹음과 편집을 하던 시절도 있었죠. 그 시대에 고안된 기법들은 지금도 유산처럼 남아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데요. 자, 그럼 빠르게, 느리게, 거꾸로, 다르게, 이렇게, 저렇게, 묘하게 돌려 볼까요?

 

빨리 돌리기, 더 스미스(The Smiths)

우선 PLAY 버튼을 눌러봅니다. 곧 음악이 재생되어 나오네요. 그 상태에서 FF 버튼을 누르면? 철컥 소리가 나며 PLAY 버튼이 도로 튀어나오고 테이프는 재생하지 않은 채 앞으로 빨리 감기게 됩니다. 보통의 카세트 플레이어라면 그렇지요. 하지만 재생을 하면서 빨리 감는 기능이 있는 기기도 드물지만 있기는 했고, 원래는 그러면 안 되지만 PLAY 버튼을 꾹 누른 채로 강제로 FF 버튼을 누르는 것이 가능한 경우도 있었지요.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꾸 그러면 테이프가 망가집니다. 그건 그렇고, 재생되어 나오는 소리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음의 높이가 높아지지요. 사람의 목소리는 마치 풍선 속 헬륨을 먹은 것처럼 변하게 됩니다.

더 스미스(The Smiths)의 세 번째 앨범 <The Queen Is Dead>(1986)에 수록한 ‘Bigmouth Strikes Again’에는 특이한 백 보컬이 등장합니다. 앨범 크레딧에는 Ann Coates라는 이름으로 올라와 있는데요, 사실 이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목소리의 정체는 밴드의 리드 싱어 모리세이(Morrissey)의 목소리를 빨리 감으며 재생한 것이지요.

▲ The Smiths ‘Bigmouth Strikes Again’ 

 

느리게 돌리기, 옌스 렉만(Jens Lekman)

자, 이번엔 천천히 감아볼까요. 테이프를 너무 많이 재생하면 늘어지는 소리가 나게 된다는 것, 실제로 경험해 보신 분도 있을 것이고 전해 듣기만 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 소리가 나는 이유는 실제 테이프의 길이가 길어졌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온도를 낮게 하여 수축시키면 잠깐이라도 테이프의 길이가 짧아지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으면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죠. 그런데 음악에서는 늘어지는 소리를 일부러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테이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재생하면서 감는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이지요. ‘Tape Stop’이라고 하는 이 기법은 실험적인 요소로 종종 사용되다가 전자 음악의 유행과 함께 DJ들이 즐겨 사용하는 효과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별다른 장비가 없어도 컴퓨터의 음악 제작 프로그램 안에 디지털 음원을 집어넣고 간단한 설정만 해주면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지요.

스웨덴 출신의 옌스 렉만(Jens Lekman)은 샘플링과 관현악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뮤지션입니다. 하지만 손에 들고 있는 악기는 대체로 기타나 우쿨렐레이고, 노래 또한 전통적인 팝의 아름다움에 충실한 편이지요. 그런 가운데 재치 있게 마련한 전자 음악의 기법들이 효과적으로 부각되어 듣는 사람을 미소 짓게 합니다. 2집 앨범 <Night Falls Over Kortedala>에 수록한 ‘If I Could Cry (It Would Feel Like This)(내가 울 수만 있었다면 (아마 이런 식이었을 거야))’ 들어보시죠. Tape Stop 효과는 1분 37초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 Jens Lekman ’If I Could Cry (It Would Feel Like This)’

 

거꾸로 돌리기,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

기억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피가 모자라. 직접 서태지와 아이들의 테이프를 열고 거꾸로 감아서 들어 보신 분도 많을 겁니다. 흔히 백워드 마스킹(Backward Masking)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그건 전혀 관련 없는 다른 분야의 용어이고 올바른 이름은 ‘백마스킹(Backmasking)’입니다. 백마스킹 기법은 1966년 비틀즈가 사용한 이후 크게 유행하여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주 많은 뮤지션들이 의도적으로 사용하였고, 실제로 넣지도 않았는데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를 거꾸로 재생하여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처럼 집어넣는 전형적인 수법부터, 타악기 종류를 짧게 뒤집어 특이한 느낌을 뽑아내는 것도 있고, 아예 노래 전체를 거꾸로 재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의 대표곡 ‘Waterfall’을 반으로 접어 데칼코마니한 다음 약간 손을 본 ‘Don’t Stop’이죠. 앞 곡의 가사 “She'll carry on through it all / She's a waterfall”은 뒤의 곡에서 “Don't stop / Isn’t it funny how you shine?”으로 들리게 되는데요, 물론 보컬 트랙은 더 확실하게 들리도록 다시 녹음한 것이긴 합니다. 동명의 1집 앨범에서 나란히 늘어서 있는 두 곡을 이어 들어보면 3차원에서 4차원으로 넘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 The Stone Roses ‘Waterfall’ + ‘Don't Stop’ 

 

두 개를 다르게 돌리기, 테임 임팔라(Tame Impala)

‘우왕’과 ‘슈왕’으로 표현할 수 있는 ‘페이저’와 ‘플랜저’에 대한 조금 어려운 얘기가 되겠습니다만, 가능한 한 쉽게 해보겠습니다. 테이프 데크 두 개에 똑같은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 두 개를 넣고 동시에 재생합니다. 아마 같은 음악이 나오고 있겠죠. 그 상태에서 한쪽 데크의 감는 속도를 아주 조금 느리게 낮춥니다. 그러면 두 테이프 사이 미세한 시간의 틈새에서 비행기가 날아오르며 미묘하게 슈왕거리는 소리가 나게 됩니다. 플랜징은 그렇게 탄생한 기법입니다. 테이프 레코딩 초기에는 의도적인 효과라기보다는 오작동에 가까운 것이었죠. 플랜징이 시간의 차이를 이용하는 기법이라면 페이저는 위상의 차이를 이용하는 기법…… 여기부터는 쉽게 할 수가 없으니 그만하겠습니다. 어쨌든 1970년대 이후로는 플랜저와 페이저 이펙터 페달이 등장하면서 많은 기타리스트가 ‘우왕슈왕’ 하는 소리를 즐겨 사용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골든두들의 박태성 씨는 젊었을 때 밤새 술을 마시고 나서 다음 날 아침 토익 시험을 보러 갔다가 듣기 평가에서 페이저와 플랜저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뮤지션 중에서 페이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밴드로는 테임 임팔라(Tame Impala)가 있습니다. 페이저는 기타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키보드나 사람의 목소리에도 쓰입니다만, 드럼에 걸어도 아주 멋있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골든두들의 ‘스크류드라이버’에서도 사용하였죠.) 밴드의 1집 앨범 <Lonerism>(2012)에 수록한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 들어보실까요.

▲ Tame Impala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

 

Writer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연극 무대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 여름과 바다와 알파카를 담은 노래와 소설, ‘해변의 알파카’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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