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왓챠플레이는 HBO의 <체르노빌>을 단독 공개했다. 이후 국내에서 해당 드라마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체르노빌>의 열풍과 함께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자, 시민들 사이에서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찍이 인류 최대 재앙 중 하나인 체르노빌 원전 사태와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꼼꼼히 기록해 원전의 위험성을 알린 작가가 있다. 바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사진 출처 - 'womo'

 

평범한 사람들이 증언하는 '체르노빌' 사태

<체르노빌의 목소리>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원전 사건'이야말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역설한다. 체르노빌 원전 사건은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공화국 수도로부터 130km 떨어져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고다. 러시아 환경단체가 수집한 통계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15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렉시예비치는 이 사건에서 기록되지 않은 역사, 체르노빌 사태로부터 삶이 변해버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감정, 생각, 발언'을 기록하고 수집했다. 그가 이 책을 쓰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년. 그가 인터뷰한 사람은 100여 명에 달한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1997년 처음 출간됐으나 검열 때문에 초판에서는 인터뷰가 제외됐다. 2008년 개정판에서는 빠진 인터뷰와 함께 새로운 인터뷰가 추가됐다.

 

"역사는 우리 모두의 삶이다"

알렉시예비치는 이 책을 통해 체르노빌을 둘러싼 세계를 말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엄청난 파괴와 오염, 죽음과 상실 앞에서 체르노빌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말을 찾지 못했고,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다. 사고 직후 그 사고에 대해 증언하기까지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준비되었을 때 그들은 새로운 문장과 자신의 목소리로 체르노빌의 현실에 관해 이야기했다. 작가는 이를 충실히 전달하며 고백한다.

"운명은 한 사람의 인생이고, 역사는 우리 모두의 삶이다."

체르노빌 발전소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과학자, 심리학자, 의료인, 군인, 이주민, 교사, 해체작업자, 어린이들, 순국한 소방관의 아내... 알렉시예비치가 <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 기록한 목소리의 주인공들이다. 임신한 상태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태를 겪으며 소방관이었던 남편마저 방사선 감염으로 떠나보낸 '류드밀라 이그나텐코', 체르노빌 사태를 기록하고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해 사진작가가 된 '빅토르 라툰', 체르노빌에서 일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아빠를 미워하지 않는 12살 어린이 등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체르노빌'이 바꿔놓은 일상과 공포와 좌절,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사랑, 희망을 이야기한다.

 

체르노빌 사태는 미래와 닮아 있다

작가는 체르노빌의 경험이 우리에게 준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체르노빌 사람들을 통해 다른 눈으로 주변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땅을 기어가는 작은 개미 한 마리, 하늘을 나는 새가 이전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며 모든 것이 삶이라는 작가의 고백은 겸허심을 느끼게 한다.

"사람 없는 물건, 사람 없는 풍경... 목적이 없는 길, 목적지 없는 전선... 이것은 과거일까, 미래일까?"

그렇다면 체르노빌 원전 사태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알렉시예비치는 두려움만이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체르노빌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나라에서는 수백 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중 20%가 지진 위험 지역에 있다. 따라서 작가는 '우리는 아직도 체르노빌의 공포 속에 살아간다'며 이 책은 과거에 대한 책이지만 미래를 닮았다고 말한다.

 

Writer

망원동에서 사온 김치만두, 아래서 올려다본 나무, 깔깔대는 웃음, 속으로 삼키는 울음, 야한 농담, 신기방기 일화, 사람 냄새 나는 영화, 땀내 나는 연극, 종이 아깝지 않은 책,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