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동네 가게,
‘복덕방’ 주인장 강성구 인터뷰 (2)


최근 젊은 기운이 모여들고 있는 망원동에 자리를 잡은 선술집 ‘복덕방’의 주인장 강성구 씨. 지난 인터뷰에 이어, 자기만의 색깔을 담은 공간으로 작지만 또렷한 일상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복덕방’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한다.

이름이 재밌어요, 복덕방.
가게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막걸리 집이니까 ‘전잔치’, ‘참새방앗간’ 이런 것들만 생각 나더라고요. 솔직히 참새방앗간은 좀 괜찮긴 했는데 (웃음) 갑자기 ‘복덕방’이란 이름이 떠올랐어요. 어릴 때 엄마한테 “엄마 어디가?” 하면 “복덕방 아줌마네 집에 가.” 하던 게 생각나는 거예요. 뜻을 찾아보니 북한말로 ‘인심이 좋아서 편의를 잘 봐주는 주인집’이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완전히 엄마랑 제 얘기라고 생각했죠.

막걸리 집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밥집을 하려고 했는데 가게 자리가 다 마땅찮고, 시간만 지체했어요. 그러다 어머니가 동네에서 막걸리 집이나 하자고 제안했어요. 처음엔 무슨 막걸리 집이냐고 단칼에 잘랐는데, 페이스북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통주에 관대하지 않다는 내용의 글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사케나 와인은 5만 원 10만 원씩 주고 마시면서 정작 우리나라 술은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죠. 애주가가 그렇게 많은데. 막걸리 마시면 머리 아프다지만, 어차피 와인도 먹으면 머리 아프잖아요.

원래 막걸리 좋아했어요?
아뇨. 저 소주파였어요. 막걸리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틈새 시장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은 들더라고요. 아는 동생이 대구에서 막걸리 집을 해 조사 차원으로 내려갔을 때도 솔직히 무슨 맛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제 입맛 자체가 경험이 없었던 거죠.

최근 새롭게 소개한 막걸리

 

가끔 막걸리 기행을 떠난다

 

원래 조예가 깊은 분인 줄 알았어요. 손님들에게 그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막걸리 추천을 잘 해주셔서.
인식이 바뀐 계기가 있어요. 그 동생에게 대구에 있는 ‘왕탁’이란 막걸리 집을 소개받아 사장님을 뵈었는데, 막걸리를 잔에 따르기 전에 술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해주시더라고요. 배다리 막걸리는 고양시에 양조장이 있고 전직 모 대통령이 즐겨 먹던 술이다, 도수는 몇 도다, 같은. 단 몇 마디에 신뢰가 생기더라고요. 요즘 그런 가게들 없잖아요. 메뉴판 툭 던져주고 “먹어” 이러니까. 사장님이 와인 영업을 했었대요. 막걸리를 와인 대하듯 접근한 거죠. 파는 사람이 상품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니까 사는 사람이 인식이 바뀌는 그 지점이 너무 신기해서, 저도 손님들한테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만으로는 머리에 안 들어오는 거예요. 전국 양조장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어요. 직접 생산하시는 분들에게 설명 듣고 맛보고 제조 과정도 보고. 그렇게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죠.

가장 기억에 남는 막걸리는 뭐예요?
불곡산 막걸리. 제 인생 막걸리에요. 저희 가게에 있어요. 다음에 드셔보세요.

정갈한 한 상 차림


안주가 조합이 좋아요. 메뉴도 막걸리 찾을 때처럼 고민하면서 구성했나요?

안주는, 실은 다 집에서 먹던 음식들이에요.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제육볶음을 예쁘게 플레이팅해 ‘깻잎 고추장 암퇘지 삼겹볶음’이라 이름 붙인 거에요. 엄마 요리는 ‘그냥 제육볶음’이 아니니까요. ‘복덕방’ 하면서 기쁜 것 중 하나는, 엄마 음식 솜씨가 인정 받는다는 거예요. 가끔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손님들이 있어요. 계산하면서 “잘 먹었다”고 해주시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엄마는 전업주부셨어요. 식당일이 처음이죠. 힘들어도 엄마랑 저랑 둘이서 이만큼 해내고 있는 게 기분 좋아요.

‘복덕방’의 플레이리스트가 귀여워요. 90년대 노래들인데 ‘토토가’는 아닌.
제 가게지만 참 뿌듯한 게, ‘복덕방’에선 다 하나가 되는 거 같아요. 음식, 막걸리, 그릇, 인테리어, 음악까지. 모든 것이 잘 맞아요. 조금씩 바뀌겠지만, 그건 제가 아니라 복덕방을 새로 찾아주는 손님이 바꿔줄 거라 생각해요. 음악은 제가 어릴 때 맨날 듣던 노래인데, 손님들이 막 따라 부르다 가끔 서로 민망해하고 그러는 게 정말 좋아요.

대표 플레이리스트 세 곡만 꼽아주세요.
일기예보의 ‘좋아 좋아’,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 요즘 자주 듣는 아소토유니온의 ‘Think about’ chu’.

‘복덕방’ 간판


최근에 행복했던 일 있어요?

‘시민이 뽑은 아름다운 간판상’ 받았어요. 900여 개 정도를 시민이 제보하면 전문가들이 10개 정도 뽑는대요. 전문가들이 뽑은 1등은 아닌데, 신촌에서 한 스티커 투표는 저희가 1등이래요. 550명이 저희 간판을 찍었대요. 진짜 행복했어요. 전문가들이 뽑은 1등이요? 어딘지 안 물어봤어요.


▶복덕방 주인장 깡구 인스타그램 @imkhang9


(메인, 본문이미지='복덕방'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