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근무>

2011ㅣ감독 구은지ㅣ16분ㅣ출연 변요한, 박서연

인터넷 설치기사인 ‘도연’(변요한)은 고객의 집을 방문하고, 혼자 집을 지키던 어린 여자아이 ‘선아’(박서연)를 만난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토요 근무를 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설치 작업이 다 끝났음에도 아이는 좀처럼 도연을 보내주려 하지 않는다. 급기야 현관문을 막아서며 울음을 터뜨리고, 도연은 그런 아이를 차마 혼자 두고 떠날 수가 없는데.

영화 전반에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두껍게 깔려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라디오의 일기예보부터 무더운 날씨가 강조된다. 도연의 ‘더위에 찌든’ 만사 귀찮은 표정과 두 명이 앉아도 꽉 찬 것처럼 느껴지는 비좁고 답답한 방도 한몫한다. 게다가 여자친구는 몇 번이나 전화기 너머로 도연을 보채고, 아이의 투정은 점점 더 심해진다. 고구마 몇십 개는 집어삼킨 듯한 답답한 전개가 계속될 즈음, ‘후덥지근한 공기’를 단칼에 날려 버리는 섬뜩한 반전이 펼쳐지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영화의 마지막, 아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도연의 애틋한 시선 너머로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치밀한 구성과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돋보이는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연 변요한의 연기다. 데뷔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연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담백하다. 도연이 느꼈을 짜증, 체념, 두려움, 연민 같은 감정들을 별다른 대사나 감정표현 없이 오직 표정 연기만으로 소화해냈다. 2014년 드라마 <미생>의 한석율 역으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변요한은 이후 드라마 <구여친 클럽>(2015), <육룡이 나르샤>(2015~2016),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 <하루>(2017) 같은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대세 배우’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럼에도 2015년 <소셜포비아>와 <타이레놀>에 출연하는 등 자신의 ‘뿌리’인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렇듯 변요한이 보여주는 연기에 대한 남다른 신념은 앞으로 선보일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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