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은 지난 30년 동안 성실한 작곡자, 뮤지션, 프로듀서로 활동해왔다.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1980-90년대에 멤버로 활동했던 Tony! Toni! Toné!, Lucy Pearl의 음악부터 다섯 장에 이르는 그의 솔로 앨범까지 10장에 이른다. 자신의 앨범 외에도 John Legend, Solange, D'angelo, Joss Stone, Erykah Badu, Whitney Houston의 음악을 작곡하거나 프로듀싱을 맡으며 R&B, 소울 신에서 명성을 쌓았다. 이젠 거장이란 칭호로 불림이 마땅한 라파엘 사딕의 8년 만의 신보 <Jimmy Lee>가 나왔다. 본 앨범은 그의 음악이 언제나 그랬듯이 완성도 높은 음악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이번 앨범에 힘을 불어넣는 건 라파엘 사딕의 '이야기'이다.

이미지 출처 – © Columbia Records & Sony Music Entertainment

<Jimmy Lee>엔 라파엘 사딕이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다. 라파엘 사딕은 이를 두고 정말 하기 싫었지만 해야만 했던 이야기라고 말한다. 'Jimmy Lee(이하 지미 리)'는 라파엘 사딕의 큰 형의 이름이다. 그는 라파엘 사딕이 그룹 Tony! Toni! Toné!를 떠날 무렵(1998) 약물 중독으로 죽었다. 라파엘 사딕과 지미 리는 15살 터울에도 불구하고 무척 가까웠고, 형은 라파엘 사딕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였다. 그런 형을 마약 중독으로 잃고 이는 라파엘 사딕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라파엘 사딕은 다른 3명의 형제마저 비극적인 사고들로 떠나보냈기에 이 모든 어두운 감정이 뒤섞여 'Jimmy Lee'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 이야기는 마약 중독자의 삶, 여러 가지 중독, 마약 중독자를 둔 가족의 붕괴, 나아가 흑인사회가 가진 문제와 사회적 변화 촉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형의 죽음이 약물 남용에 대한 라파엘 사딕의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음을 알 수 있다.

Mel D. Cole
라파엘 사딕 ‘So Ready’

라파엘 사딕은 본 앨범에서 다양한 시점과 창법을 활용한다. 그는 지미 리가 겪었을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형의 시점이 되어보기도 하고 때론 제3자가 되어 멀리서 형과 그를 차갑게 대했던 세상을 바라본다. 첫 곡 "Sinners Prayer"에서 라파엘 사딕은 마약을 끊지 못해 권총 자살을 택한 또 다른 형 Desmond가 되어 남겨질 가족들을 위해 신께 애원한다.

라파엘 사딕은 마약 중독자와 타인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So Ready’에는 마약 중독자인 남성과 그를 사랑하는 여자가 등장한다. 그는 남성을 지미 리로 특정하진 않은 채 연인을 향한 사랑과 미안한 마음을 노래한다. ‘Kings Fall’에선 마약 중독자와 딜러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라파엘 사딕은 밝은 멜로디의 곡들도 앨범에 수록했다(‘Something Keeps Calling’, ‘I'm Feeling Love’). 그는 이런 곡에서조차 중독자의 심리와 헤로인에 취해 항상 웃고 있던 형의 모습을 얘기하며, 그가 얼마나 중독에 대해 깊이 생각했는지를 보여준다.

라파엘 사딕 ‘Somthing Keeps Calling (ft. Rob Bacon)’

앨범 전반부는 마약 중독자와 중독을 다뤘다면, 후반부로 접어들어서 라파엘 사딕은 마약 중독자 형으로 인해 영향받은 자신의 삶과 세상의 문제들에 대해 얘기한다. ‘My Walk’ 속엔 힘든 일들을 잊기 위해 음악에만 몰두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았을 때 이를 회피한 라파엘 사딕이 있다. 그리고 처음으로 지미 리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는 여기서 약에 취해 동생의 색소폰을 팔아 약을 구할 돈을 마련하는 형의 모습이다.

한 트랙으로 봐도 무방한 ‘Rikers Island’와 ‘Rikers Island Redux’는 지미 리가 사기죄로 억울하게 뉴욕에 위치한 감옥 'Rikers Island'에 감금됐을 때의 기억에 관한 곡이다. 라파엘 사딕은 '감금'이란 표현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많은 흑인 남성들을 풀어달라고 외친다. "이 얼굴색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감옥에서 죽을 확률이 높다는 건 참 복잡한 일이야" 마지막으로 ‘Rearview’에서 그는 비극으로 점철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구하며 이 긴 이야기를 끝낸다. 여기서 켄드릭 라마의 목소리를 빌려 보다 완곡하고 간접적인 메세지로 표현했다.

"it's complex how being born with this complexion ups the likelihood of dying in a prison complex."

라파엘 사딕 ‘Rikers Island’
Ron Galella

라파엘 사딕은 <Jimmy Lee>는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곡으로 완성했다. 그는 트랙 순서를 정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썼고, 곡의 연결을 의도적으로 편집했다. 매 곡의 끝부분은 플러그가 뽑히듯 갑자기 중단되고 바로 다음 곡이 시작된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과거부터 현재를 하나로 이었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자신도 어느 정도 과거를 털어낼 수 있었지만, 어머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인생의 한 챕터를 마무리 지은 라파엘 사딕은 벌써 다음 챕터를 준비 중이다. 얼마 전,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그룹 Tony! Toni! Toné!의 재결합을 예고했다. 라파엘 사딕에게 음악은 지난 30년간 험악한 삶을 피해 몰두할 수 있는 존재였다면, <Jimmy Lee>에선 그가 과거의 아픔을 얘기할 수 있게 한 매개체였다. 이복 형제인 Tony! Toni! Toné!의 멤버 D'wayne과 다시 음악을 함으로써 서로의 가족들에게 사랑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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