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상징이자 랜드마크. 시민들의 애환부터 여가의 여유를 함께 나누는 존재, 한강. 사람들은 저마다의 한강을 누린다. 그래서인지 대중문화 속에서 등장하는 한강은 같은 곳이지만 사뭇 다른 곳처럼 느껴진다. 한국 개발의 흔적이 남겨진 곳부터 사랑의 시작과 끝, 누군가의 기쁨과 누군가의 슬픔의 배경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한강이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욕망이 강을 넘어, 영화 <강남 1970>

영화 ‘강남 1970’은 종대와 용기, 두 주인공이 살던 판잣집이 아수라장이 되면서 시작한다. 서로만을 의지하던 그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헤어지게 되고, 이후 강남 개발에 얽히며 재회하게 된다.

줄거리만 봐도 예측할 수 있듯이,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는 이야기의 중심은 강남 개발이다. 두 주인공은 강남 개발로 삶의 터전과 서로를 잃은 동시에 부와 꿈을 얻었고, 또한 가족을 얻고 또 잃었다. 이는 영화 하나의 러닝 타임에 충분히 담길 만큼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 사건들이었다. 그만큼 강남 개발은 실제로도 빠르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진행되었다.

강남, 한강 이남이란 뜻을 가진 지역은 사실 영화에서 나오듯 판자촌으로 이루어진 지역이었다. 커다란 능과 공동묘지, 농지가 주를 이뤘던 허허벌판이었던 곳. 이곳이 개발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던 이유는 과거, 사람들에게는 ‘한강’이 넘지 못할 산, 아니 건너질 못할 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강북으로 쏠린 인구 밀집 현상을 해결해야만 했고, 한강 너머에 있는 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결과 제3한강교(지금의 한남대교)를 시작으로 한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하나둘 건설하기 시작했고, 강남지역의 판자촌 정리, 부지 확보, 아파트 건설 등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성공을 꿈꾸며 달려들었다.

영화 속에서 한강은 사람의 온갖 욕망을 담은 공간이다. 두 주인공을 포함해 한강 이남의 지역에서의 성공을 꿈꾸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스며든 공간. 영화 중간에 흘러나오는 혜은이의 노래 ‘제3한강교’가 그저 사랑 노래만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 한강교 밑을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마음을 싣고서 젊음은 피어나는 꽃처럼 이 밤을 맴돌다가 새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만 갑니다.” (노래 ‘제3한강교’ 중에서)

 

절망이 희망으로 넘어가는 순간, 영화 <김씨표류기>

한강은 오래도록 자신의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이들의 공간으로 여겨진다. 인식을 넘어 실제로 그런 일들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영화 ‘김씨표류기’에서 또한 한강은 그런 존재로 등장한다. 영화의 주인공 남자 김 씨는 한강 다리에서 자살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고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하여 표류한다. 섬에 도착한 그는 목을 매려던 시도도 실패하자 자신을 사방으로 둘러싼 한강을 보며 혼자서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한다. 특히 그의 열정에 불을 붙인 것은 짜장라면 봉투. 면 없이 수프만 들어 있는 봉투를 보며 그는 꼭 짜장면을 스스로 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면을 만들기 위해 경작을 시작한다. 결국 그는 구조 요청도 포기한 채 밤섬에서의 일상에 만족하게 된다. 내일을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이곳에서 찾은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자 생각지 못했던 누군가와의 관계가 싹 트고, 발전하게 된다.

영화에서 한강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변화한다. 삶을 마감하는 장소였지만, 이내 김 씨를 고립시키는 존재가 되고, 또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를 보며 관객들은 알게 된다. 같은 장소라도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같은 처지라도 생각하기에 달렸음을. 한강도, 우리의 삶도 그렇다.

 

강은 외로움을 싣고 유유히, 음악 ‘한강에서’

한강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우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추천에 빠짐없이 거론되는 장소 중 하나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한강을 따라 걷기 좋게 조성된 공원은 연인들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노래 ‘한강에서’는 사랑 때문에 행복한 사람들보다 사랑 때문에 외로운 사람들에게 집중한다.

인디 음악 가수 안녕하신가영이 부르는 한강에서는 한강을 따라 걷는 이들의 마음을 담았다. ‘강하나를 따라 걷고 있는 사람 하나에 사랑 하나’라 이야기하는 노랫말은 홀로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전한다. 청아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가사 한 절마다 쓸쓸함이 묻어나온다. 그리고 노랫말처럼 ‘사랑해도 하지 않아도 저마다 외로울 한강의 많은 사람’은 한강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는다. ‘늘 파도만 치는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해’ 한강을 찾는다는 그들은 자신의 마음과 대비되게 유유히 잔잔하게 흐르는 한강에 외로움을 털어놓는다.

이처럼 한강은 항상 사람들을 위로하는 존재가 되어준다. 그래서인지 대중음악 속에서 한강은 일상의 고단함과 외로움, 상실감이 묻어나오는 곳이 되곤 했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10cm의 ‘한강의 작별’이 대표적이다. 한강이 이러한 존재가 된 이유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오래도록 서울의 낮과 밤을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기복 없는 한강의 위로는 음악과 함께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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