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제71회 에미상이 열렸다. 에미상은 미국 TV 드라마 단일 부문 최대 시상식으로, 미국 4대 엔터테인먼트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등 매년 배우, 감독 등 드라마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는 중요한 행사다. 올해도 쟁쟁한 후보작들을 비롯한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후보에 오르고 상을 받은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 바로 TV영화 부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Brexit:TheUncilvil War>의 주인공, 영국 출신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우리나라에서도 영국 드라마 <셜록>,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어벤져스> 시리즈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려 국내 여느 남자 배우 못지않은 대중적인 인지도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많은 배우가 영화나 드라마 중 한 가지에 집중하는 데 반해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영화 뿐만 아니라 매년 TV 드라마를 통해서도 꾸준하게 두각을 드러내며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Brexit:The Uncivil War>(2019)

이미 벌어진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여전히 영국 사회 뜨거운 화두인 ‘브렉시트’를 소재로 한 첫 번째 메이저 영화 <Brexit : The Uncivil War>(브렉시트: 치열한 전쟁). 이 TV 영화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국민 찬반 투표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유명 극작가 제임스 그래함이 각본을 쓰고, 영국 인기 TV 드라마 <셜록>, <블랙미러>, <비잉 휴먼> 등을 제작한 토비 헤인즈가 제작 및 연출을 맡았다. 극 중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Vote Leave’ 캠페인을 진행하는 총괄 책임자이자 기성 체제에 대한 변화를 갈망하는 도미닉 커밍스로 분했다. <브렉시트: 치열한 전쟁>은 올 1월 공개되자마자 까다로운 영국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정교한 각본, 짜임새 있는 연출로 에미상 TV 영화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르게 되었다.

대략 90분 분량의 <브렉시트 : 치열한 전쟁>은 브렉시트 국민 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한 도미닉 커밍스의 선거 전략이 주를 이루며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도미닉 커밍스와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크레이그 올리버의 대결로 함축된다. 마치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속도감 있는 전개가 특징이지만 지난 2016년 영국을 뜨겁게 달군 국민 투표의 열기를 비교적 사실에 가깝게 담고자 노력했다. <브렉시트: 치열한 전쟁>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유럽연합 탈퇴 찬반 대결 또는 어느 진영이 옳다고 말하기 위함이 아니다. 개인 정보의 무단 사용 및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를 경계하는데 있으며 오늘 날 민주주의의 위기와 정치 생태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Patrick Melrose>(2018)

<Patrick Melrose(패트릭 멜로즈)>는 영국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어빈의 일련의 소설 시리즈들을 바탕으로 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은 ‘패트릭 멜로즈’는 에드워드 어빈의 개인사 일부를 반영하고 있으며 <패트릭 멜로즈>는 한 남자의 불우한 어린 시절이 장기적으로 그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한 인간의 끔찍한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규정, 형성하는지 면밀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패트릭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패트릭이 아버지의 시신이 있는 뉴욕으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뉴욕에 온 첫날부터 마약 금단증상과 마약 과다복용을 넘나들던 그는 이윽고 약을 끊고 그동안 통제 불가능했던 제 삶을 고치기로 한다.

극 중 패트릭멜로즈는 영국 부유층의 자제이나 아버지의 성적 학대와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인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극심한 알코올, 약물 중독자로 자란다. 패트릭 멜로즈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입은 학대와 트라우마로 성인이 되어서도 고통스러워하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발버둥 치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Parade's End>(2012)

지난 2012년 BBC Two에서 처음 방영된 5부작 미니시리즈 <Parade's End(퍼레이즈 엔드)>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포드 매독스 포드의 5부 연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BBC2에서 방영되자마자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았는데, 이듬해 영국 BAFTA, 미국 에미상에서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뿐 만 아니라 <퍼레이즈 엔드>가 방영된 BBC2에서는 2005년 <Rome>이후 가장 많이 본 드라마로, 7년 만에 그 기록을 경신하는 등 원작 소설 판매량 증가로 연결되며 적지 않은 화제성을 뿌렸다.

<퍼레이즈 엔드>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무렵 영국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어긋난 사랑을 담고 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극 중 아내 ‘실비아’와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할지, 첫사랑 ‘발렌타인’에 대한 순정을 지킬지 고민하는 '크리스토퍼 티전스'역을 맡았다. 그 뿐만 아니라 레베카 홀 등 주연과 조연 가리지 않고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과 아름다운 영상미가 맞물려 소설을 드라마화한 BBC 드라마들 가운데 단연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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