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순회공연 중이던 두 사람은 1975년 독일 하노버에서 전 공연을 녹화하였다. 이듬해에는 <Duets in Hannover 1975>라는 제목으로 출반되어 지금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다른 반주 없이 엘라 피츠제럴드의 목소리와 조 패스의 기타 연주로만 구성되어, 보컬/기타 듀엣의 걸작으로 남았다. 재즈 보컬과 재즈 기타에서 정상의 위치에 있던 두 거장은, 그룹 연주의 부담을 떨치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먼저 등장한 조 패스는 솔로 기타연주를 선보였고, 27분 무렵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해 블루스곡 ‘You Turned the Tables on Me’을 시작으로 아홉 곡을 선보인다.

공연 영상 <Duets in Hannover 1975>

엘라 피츠제럴드와 조 패스는 최고의 기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소심하고 착한 성격 탓에 쇼 비즈니스에 어울리지 않던 불운한 스타였다.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던 재즈 프로듀서 노먼 그랜츠(Norman Granz)가 자신의 레이블 버브(Verve)를 매각한지 10여년 만인 1973년, 파블로 레코즈를 설립하여 복귀했다. 그는 오스카 피터슨, 아트 테이텀, 엘라 피츠제럴드, 조 패스 등 자신의 옛 동지들을 불러들였다. 파블로는 신생 레이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재즈 음악의 전통적 콤보 구성에서 벗어난 파격을 시도했다. 그중 하나가 두 사람의 보컬/기타 듀엣이었다.

명반 <Fitzerald and Pass .. Again>(1976)

과거에 몇 곡에서 시도했던 보컬/피아노 듀엣 외에는 대부분 콤보나 빅밴드 편성에서 노래했던 엘라 피츠제럴드는, 조 패스와의 듀엣으로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뽑아낼 수 있었다. 첫 듀엣 음반 <Take Love Easy>(1973) 이후 두번째 듀엣 음반 <Fitzgerald and Pass .. Again>(1976)으로 그래미 재즈보컬상을 수상했다. 엘라는 후일 자서전에서 이 음반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고 자랑스럽게 밝힌 바 있다. 그 후에도 두 사람은 듀엣으로 두 장의 스튜디오 앨범과 두 장의 실황 앨범을 더 출반하였다. 정상에서 하락세를 보였던 엘라 피츠제럴드는 조 패스와 협연하며 전성기의 기량을 찾았고, 자동차나 식당에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모했다.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Easy Living>(1986)에 수록한 타이틀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을 포함하여 파블로에 소속한 세 사람의 거장은 함께 순회공연을 다니며 단짝처럼 친해졌다. 후일 엘라 피츠제럴드가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로스앤젤레스에 보육원(Ella Fitzgerald Child Care Center)을 설립할 때도 두 사람 모두 자금을 기꺼이 갹출한 일화는 많이 알려졌다. 파블로가 설립된 해인 1973년에 시작하여 13년 동안 이어진 두 사람의 듀엣 콜라보레이션은, 그들의 우정에 기반하여 사전 리허설이나 연습에 의한 연출이라기보다 즉흥적인 잼 세션 같은 느낌이 물씬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