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부터 미국 전역에서 소포로 위장된 폭발물이 특정인들에게 배달되어 모두 세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당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 사제 폭탄에는 나사못이나 철제 조각들이 들어있어 폭발할 경우 주위의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폭발물은 특정 수신인을 지정하여 배달되었지만, 그의 비서나 우편 배달부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면서 미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폭발물이 배달된 대상은 대학 교수나 항공사 임원 등으로 범행 동기나 피해자의 연관성을 알 수 없었다. FBI는 University-and-Airline Bomber를 줄여 유나바머(Unabomber)라는 약칭으로 범인을 지칭하여 대규모 전담 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무려 18년 동안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하였다.

유나바머 체포 20주년 보도 영상(2016)

유나바머는 자신의 범행 동기를 3만 5천 단어로 장황하게 서술한 <산업사회와 미래>란 제목의 선언문을 언론에 발표하였고, 이를 읽고 오래 전에 은둔한 형의 글임을 직감한 친동생의 제보로 1996년 마침내 체포되었다. 그의 이름은 테드 카진스키(Ted Kaczynski), 하버드 수학과를 졸업한 천재 수학자로, 일찌감치 교수 생활을 접고 수도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몬타나주 숲 속의 오두막에서 30여년 동안 홀로 생활하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키운 “자생 테러리스트”였다. 그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로튼토마토 93%의 호평 속에 방송된 디스커버리 채널의 8부작 미니시리즈 <맨헌트: 유나바머>(2017)가 있었다.

미니시리즈 <맨헌트: 유나바머> 예고편
체포 당시 유나바머 테드 카진스키의 머그샷

종신형을 선고받고 20여년째 수감 중인 유나바머는, 이 미니시리즈를 통해 수백명의 팬덤을 형성하게 되었다. 서구 문명을 혐오하여 원시적인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주장을 담은 그의 선언문에 동조하게 된 팬들은, 유나바머가 자신의 편지 말미에 썼던 이니셜 FC(Freedom Club)를 결성하여 온라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미니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선언문을 돌려보고, “현대사회가 당신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Modernity crushes your soul) 라는 주장에 동조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의 극단적인 테러에는 반대하며, 대신 자신의 생활을 단순하게 만들고 자연에서의 시간을 늘리는 온건주의를 표방한다. 이들은 수감생활 중인 유나바머에게 생일 카드를 보내 그의 철학에 경의를 표했다.

유나바머가 30여년 거주했던 오두막집은 현재 일반에게 전시되고 있다

이 미니시리즈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되면서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새로운 팔로워들은 트위터에서 다양한 계정을 만들어 온라인 활동을 늘리면서 다양한 분파를 만들어 나간다. 구글 출신을 창립멤버로 하여 “인간다운 기술”을 강조하는 <Time Well Spent> 운동, 19세기 영국의 기계파괴 운동을 현대 인터넷 문화에 재현한 네오러다이트족(Neo-Luddites), 그리고 탈문명을 주창하는 <Dark Mountain Project>와의 연계 가능성도 보이고 있으며, 이들 역시 유나바머를 자신들의 아이콘으로 보고 있다.

<맨헌트: 유나바머> 중 테드 카진스키와 그를 체포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FBI 요원 피츠제럴드. 하지만 그의 실제 공헌도에 관해 논란이 분분하다

디스커버리 채널은 유나바머에 이어 <맨헌트> 시리즈의 두번째 시즌을 기획 중이다. 두번째 모티브 역시 실존했던 독자 테러리스트였던 에릭 루돌프의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낙태와 동성연애를 반대하여 1996년 애틀랜타 하계 올림픽 중 테러 폭발을 일으킨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