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티드>(2006), <노예 12년>(2013), <문라이트>(2016)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작품들이다. 추가로 하나의 공통점이 더 있는데, 세 작품 모두 브래드 피트가 제작에 참여했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제작사 ‘PLAN B’의 대표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흥행작들의 주연배우였던 브래드 피트는 자신이 나서지 않았다면 완성하기 힘들었을 개성 강한 작품들의 제작에 힘쓰고 있다. 브래드 피트는 여전히 배우로도 활동 중이지만, 최근에는 연기보다 제작에 좀 더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올해 9월은 브래드 피트의 달이라고 할 만큼 그가 관여한 많은 작품이 국내에 개봉한다. 브래드 피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주연을 맡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그가 제작에 참여한 스티브 카렐,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뷰티풀 보이>(2018), 그가 주연과 제작을 겸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애드 아스트라>까지, 브래드 피트가 참여한 세 작품이 9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기와 제작, 두 가지 분야 모두의 폭을 점점 넓히고 있는 브래드 피트. 그가 주연과 제작을 겸한 작품들을 살펴보자.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로버트 포드’(케이시 애플렉)는 악명 높은 ‘제시 제임스’(브래드 피트)를 동경하는 청년이다. 제시 제임스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그처럼 되길 바라던 로버트 포드는 제시 제임스 일행과 함께하게 된다. 그러나 로버트 포드가 가진 환상과 실제 제시 제임스는 많이 다르고, 그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이 커진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6)은 제목 그대로를 담은 영화로, 서부극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인 제시 제임스와 그를 추종하는 로버트 포드의 삶을 다룬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제시 제임스를 연기한 브래드 피트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호주에서 에릭 바나 주연의 <차퍼>로 데뷔한 앤드류 도미닉 감독은 이후에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과 <킬링 소프틀리>(2012) 두 편을 연출했고, 두 편 모두 브래드 피트가 제작과 주연을 겸했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트레일러

제시 제임스는 자신을 동경하는 로버트 포드에게 묻는다. “넌 나처럼 되고 싶은 거야, 아니면 내가 되고 싶은 거야?” 자신을 우상과 동일시하는 시도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흔한 경험이다. 그 과정에서 우상의 명성과 멋진 면만 볼 뿐, 그 뒤에 가려진 유명세의 무게나 상상과는 다른 현실은 신경 쓰지 않는다. 로버트 포드는 제시 제임스를 통해 알려진다. 제시 제임스의 이름이 사라진 로버트 포드는 어떤 존재일까? 타인에게 귀속된 삶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제시 제임스의 이름이 빠진 로버트 포드는 아무것도 아니고, 로버트 포드 혼자서는 명성을 유지할 수 없다. ‘비겁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더라도, 악명도 명성이므로 품고 살 것인가. 악명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게 잊히는 것보다는 가치 있는 걸까. 로버트 포드가 스스로 던진 위험한 질문을 곱씹어 본다.

 

<트리 오브 라이프>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는 자상한 아내(제시카 차스테인), 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둘째 아들이 사고로 죽고 가족 모두 슬픔에 잠긴다. 중년이 된 맏아들 ‘잭’(숀 펜)은 엄격하고 권위적인 아버지를 미워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트리 오브 라이프>(2011)는 미국의 영상 시인으로 불리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작품으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브래드 피트는 <트리 오브 라이프> 이후에도 테렌스 맬릭의 <보이지 오브 타임>(2016)에서 내레이션과 제작을 맡았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우주의 탄생부터 한 개인의 섬세한 감정까지 함께 아우르는 작품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 트레일러 

모든 개인은 하나의 우주다. 부모는 자식이 만나는 최초의 우주다. 우주 전체로 보자면 한 개인은 티끌이겠지만, 한 개인에게 가족은 우주보다 더 크게 와닿는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우주의 탄생부터 가족의 죽음까지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지만, 관객의 마음에 가장 크게 남는 건 ‘가족’이라고 불리는 우주다.

 

<머니볼>

메이저리그의 부자 구단들과 달리 예산이 많지 않은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적은 예산으로 구단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빌리 빈은 다른 구단에 선수 트레이드를 위해 방문했다가 우연히 ‘피터 브랜드’(조니 힐)를 만난다. 피터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수를 파악한다. 빌리는 피터를 부단장으로 임명하고, 둘은 기존의 선수 선발 방식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머니볼>(2011)의 베넷 밀러 감독은 <카포티>(2005)부터 <폭스캐처>(2014)까지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를 연출해왔고, 각본을 맡은 아론 소킨은 <소셜 네트워크>(2010)에서 <스티브 잡스>(2015)까지 어떤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을 중심으로 매력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왔다. 인물을 다루는 데 있어서 탁월한 감독과 각본가가 뭉쳤고, 이들이 만든 매력적인 인물 ‘빌리 빈’은 브래드 피트가 연기했다. 브래드 피트는 <머니볼>의 제작자이자 배우로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머니볼> 트레일러

빌리가 데이터 분석을 통한 구단 운영을 주장하지만, 빌리의 반대파가 주장하는 대로 야구에는 숫자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선수 출신인 빌리 또한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야구와 삶, 두 가지 모두 무수한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거다. 야구에서나 삶에서나 숫자로는 설명 안 될 순간이 있기에 기대를 품고 살 수 있다. 숫자만 봤을 때 뒤처진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패배를 뜻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삶과 야구에서 숫자와 상관없이 승리하는 무수히 많은 반례를 보아 왔다. 그 반례를 희망 삼아서, 오늘도 야구 혹은 삶에 참여한다.

 

<월드워Z>

가족들과 평화롭게 살고 있는 전직 UN 요원 ‘제리’(브래드 피트). 제리는 가족들과 시내로 나갔다가 좀비들로부터 쫓긴다. 아비규환이 된 상황에서 제리의 가족들은 겨우 빠져나오고, 제리는 UN에서 일했던 동료의 도움으로 가족들을 대피시킨다. 제리는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임무에 복귀한다. 제리는 한국 평택 미군기지를 시작으로, 좀비의 발생 원인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월드워 Z>는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간된 맥스 브룩스의 소설 ‘세계대전 Z’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몬스터 볼>(2001), <네버랜드를 찾아서>(2004), <007 퀀텀 오브 솔러스>(2008)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온 마크 포스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월드워 Z>는 관객들이 좀비 영화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요소가 영리하게 사용된 작품이다.

<월드워Z> 트레일러

좀비 영화가 관객들에게 기억되기 위해 중요한 건 좀비가 무엇에 대한 은유로 보이느냐 일 거다. <월드워 Z>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해결의 실마리는 여러모로 아이러니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장벽처럼 전 세계가 점점 장벽을 쌓고 인종과 종교 등 다양한 기준으로 서로를 나누는 지금, 좀비와 인간을 나누는 기준처럼 다양한 인간의 기준점에 대해 생각해본다.

 

Writer

좋아하는 건 영화, 여행, 음악, 문학, 음식. 특기는 편식. 꾸준한 편식의 결과물을 취향이라고 부르는 중. 취향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김승용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