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 북부, 브로드 스트리트와 다이아몬드 스트리트의 교차점에 있는 3층 건물에 거대한 벽화 하나가 들어서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9년, CBS 스튜디오에서 녹화 후 휴식을 갖다가 갑자기 찾아온 심장마비에 56년의 생을 마감한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Grover Washington Jr.)의 연주 모습이다. 그는 뉴욕 버팔로 태생이지만 군 제대 후 일찌감치 필라델피아에 정착하여 30여년 동안 거주하면서, 그 곳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Winelight>(1980)에 수록한 최대 히트곡 ‘Just the Two of Us’

1972년부터 꾸준히 음반을 발매하여 미국 재즈 차트의 수위에 오르며 R&B와 재즈를 섞은 소울 재즈의 대표 뮤지션이 되었다. 그는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등 모든 종류의 색소폰을 연주하며 작곡에도 재능을 보였고 점차 프로듀서로도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를 최정상에 오르게 한 앨범은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던 <Winelight>(1980)였다. 그의 11번째 앨범으로 재즈 차트 1위를 차지했고 빌보드 앨범 순위 5위에 오르며 크로스오버 히트곡이 되었다. 이 음반은 그래미에서 R&B Song(‘Just the Two of Us’)과 Jazz Fusion Performance(‘Winelight’)의 두개 영역에서 2관왕을 차지하면서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Winelight>(1980)에 수록한 타이틀곡 ‘Winelight’ 실황

그는 스타덤에 오른 후에도 친근한 인간성과 항상 주변에 베푸는 미덕을 잃지 않았다. 그는 후배 뮤지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무대 위 연주 기회를 제공하며, 성공의 길을 터준 뮤지션으로 유명하다. 케니 지, 네이지(Najee), 스티브 콜(Steve Cole), 조지 하워드(George Howard) 등이 그의 지원으로 성공의 길로 들어선 뮤지션들이다. 그는 사회 봉사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장애 올림픽이나 음악학교, 자선 콘서트에서 앞장서 무료 공연을 했고, 사후에 친지들은 ‘Protect the Dream Foundation’ 펀드를 조성하여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 했다.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의 마지막이 된 CBS 스튜디오 공연 모습(1999. 12. 17)

그는 56번째 생일을 지난 뒤 닷새 후 CBS 스튜디오에서 <Saturday Early Show> 녹화를 하였다. 처음 네 곡을 연주하고 두 번째 세션을 갖기 위해 휴게실에서 잠시 쉬던 중 강력한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었다. 인근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으나 그날 저녁 생을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시는 그가 살던 지역 주변의 3층 높이 건물 벽면에 그의 연주 모습을 담았고, 인근 중학교를 Grover Washington Jr. Middle School로 바꾸었다. 그 학교의 5~8학년 학생들에게는 아트/음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해 말은 사후 20주년, 그를 기억하여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헌정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