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배드>, <워킹 데드>을 연이어 인기 장수 드라마로 등극시키며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한 AMC가 새로운 앤솔러지 호러 시리즈 <The Terror>를 내놓았다. 올해 말 열 번째 시리즈를 예고한 <워킹 데드>를 주축으로 호러/미스터리 왕국을 유지하며, F/X의 <American Horror Story>나 CBS의 <Twilight Zone 2019>과 같은 앤솔러지 호러 드라마 경쟁에서도 지지 않겠다는 심사다. 2018년 10편의 에피소드로 방영한 시즌 1 <The Terror>는 로튼토마토에서 93%의 우호적인 평가를 받으며 무난히 합격점을 받았다. 150년 전인 1845년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북극으로 향한 탐험선의 미스테리를 다뤄 단순한 괴생명체 이야기를 넘어섰다는 호평을 받았다.

<The Terror> 시즌 1 예고편

시즌 1은 댄 시몬스의 동명 소설 <The Terror>를 바탕으로 했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더 빨리 갈 수 있는 북서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1845년 5월 북극으로 출항한 영국 해군의 최신예 탐험선 HMS Terror호와 HMS Erebus호가 빙하에 고립되며 실종되었던 사건이었다. 그 후 20여 년 동안 영국은 지속적으로 수색대를 보냈으나, 몇 가지 실마리 외에는 선박과 선원의 행방을 찾을 수 없어 오랜 미스터리로 남았다. 최근 2014년에야 HMS Erebus호가 캐나다령 해저에서 발견되었고 2년 후 HMS Terror호 마저 근처에서 찾았다. 이 사건은 선장의 이름을 따서 ‘프랭클린 미스터리’라 불리며 그들에게 어떤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는지 탐험가와 학계의 오랜 탐험의 대상이 되었다. (HMS: Her/His Majesty Ship)

‘프랭클린 미스터리’를 그린 상상도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했으나, 시즌 1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에 기반한 픽션 드라마다. 북극곰보다 훨씬 강력한 괴수가 좌초된 탐험선을 습격하며 호러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만,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원들의 심리 드라마가 되기도 하다. 고위 장교들 간의 알력이나 배에 비축된 식량의 불량에 따른 질병, 일부 선원들의 반란 등 역사가들의 탐사 결과들도 드라마 곳곳에서 언급된다. 원작자인 댄 시몬스나 해양 전문가인 리들리 스콧도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힘을 보탰다.

캐나다령 Beechey Island의 무덤에서 발견된 선원 3명의 유해. 선원 중 일부가 1845년 이 섬에서 겨울을 보냈다는 사실이 후일 드러났다

올해 8월 12일에 방영을 시작한 시즌 2는 <The Terror: Infamy>란 제목으로 미스터리 요소 대신 J-호러의 공포 요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2차대전 당시 미국 서부의 일본인 억류 캠프에 나타난 일본의 전통 요괴(Bakemono)를 모티브로 한다. 그는 형태를 바꿔가며 캠프의 일본 가족들에게 나타난다. 영화 <고질라>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 맥스 보렌스타인의 작품으로, 올해 8월 12일에 첫 에피소드를 방송하였다. 이미 공개된 예고편 영상을 보면 J-호러스러운 음산한 공포를 물씬 풍기며, 로튼토마토 91%의 괜찮은 평점을 받았다.

시즌 2 <The Terror: Infamy> 예고편

시즌 1이 1845년 북극에서 실종된 난파선 The Terror호를 제목으로 땄다면, 시즌 2는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 사건을 제목의 모티브로 삼았다. 당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 날을 ‘오명 속에서 살아가야 할 날’(A date which will live in infamy) 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시즌 2 역시 역사적인 배경 하에서 벌어지는 픽션 스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2 <The Terror: Infamy>의 스크린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