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북유럽 누아르보다 더 인기 있고, 영국 드라마 시장보다 더 클 뿐만 아니라 미국 드라마보다 더 수익이 큰 드라마 시장이 있다. 바로 터키 드라마다. 수치상으로는 미국 다음으로 드라마 수출량이 많은 곳이 터키라고 알려져 있다.

지난 2017년 남미의 칠레, 페루, 우루과이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화제의 드라마 15편을 조사해본 결과, 터키 드라마가 4편이나 되었던 반면 미국 드라마는 한 편도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터키 드라마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탄탄한 문화적 기반을 바탕으로 이를 적절하게 융합한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내며 전 세계에서 터키 드라마 팬들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는 첫 터키 오리지널 시리즈 <The Protector(수호자)>를 선보인 데 이어 점차 더 많은 터키 드라마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주목받으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 터키 드라마를 소개해볼까 한다.

 

<The Protector(수호자)>, 2018

지난 2018년 넷플릭스가 선보인 첫 번째 터키 오리지널 시리즈다. 터키의 떠오르는 신예를 비롯해 스타들이 총출동한 <수호자>는 터키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터키판 슈퍼히어로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탄불을 지켜야 하는 사명을 타고난 '수호자'와 그에 대적하는 '불멸자' 간 대결을 그리며 이국적인 배경과 더불어 넷플릭스 전 세계 구독자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지난 6월 시즌3, 4를 동시에 확정한 <수호자>는 터키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발판 삼아 세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가 더 많은 터키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하는 데 있어 불을 지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인 '하칸'. 그러나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았던 그는 궁지에 몰리고 골동품 가게를 하는 아버지 몰래 골동품을 팔려다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만다. 그날 이후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자신이 팔려고 했던 골동품이 사실은 엄청 중요한 보물이라는 사실과 자신이 이스탄불을 파괴하려는 '불멸자'로부터 이스탄불을 지켜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수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호자>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터키의 역사, 신화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져 이색적인 볼거리를 연출하고 있다. 또, ‘하칸’의 주변인들이 점차 위기에 빠지는 상황에서도 유연함을 잃지 않고 수호자로서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려는 ‘하칸’ 본인의 노력과 고민 등 영웅으로 거듭나는 서사에서도 장르 본연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asum(마숨)>, 2017

<마숨(영제: Innocent)>은 터키 자국에서 런칭된 스트리밍 서비스 BluTV의 첫번째 오리지널 시리즈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오늘날 수많은 터키 드라마들 가운데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 완성도 높은 각본 등이 단연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다.

고향으로 간 형사 '유수프'는 과거 자신의 경찰학교 은사님이자 친구의 아버지이기도 한 ‘제프데트’의 집에 머무르며 그의 가족들을 비밀리에 쫓게 된다. '유수프'는 은사의 맏아들인 ‘타너’가 동생 ‘타릭’의 아내를 살해했으며 아버지 ‘제프데트’가 이를 은폐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에 자신의 죽음을 사고로 위장하고 행방이 묘연했던 '타너'가 ‘유수프’의 주위를 맴돌며 그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한편, 망상, 환각등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 '타릭'은 아내의 죽음 이후 더욱더 위태로워진다.

<마숨>은 복선을 암시하는 듯한 매 장면들 때문에 단 한 장면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드라마로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숨 막히는 긴장감을 몸소 전달하는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는 가히 압도적이다. 특히 경찰로서 명예 그리고 아들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사랑 그 사이에서 내적 갈등과 고민을 고스란히 표현한 ‘제프데트’역의Haluk Bilginer의 연기는 ‘명품 배우’라는 수식어를 입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속 터키 드라마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Immortals(불멸의 주인)>, 2018

<불멸의 주인>는 <수호자> 다음으로 선보인 넷플릭스의 두 번째 터키 오리지널 시리즈로, 뱀파이어가 주인공인 터키의 첫 번째 드라마라고 한다. 현대와 고대가 공존하는 도시 이스탄불을 배경 삼아 인간과 뱀파이어의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대결과 이스탄불의 지배자를 향한 한 뱀파이어의 뜨거운 복수를 담았다.

자신을 뱀파이어로 변하게 한 '드미트리'를 죽이고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가려는 '미아', 그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드미트리'는 이스탄불의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일인자로, 인간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에게도 매우 가차 없는 두려움의 대상. 한편 ‘드미트리’는 다가오는 피의 성좌 때, 고대의 단검을 찾아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과업과 동시에 영생까지 얻고자 혈안이 되어 있지만, 마침 이스탄불에 나타난 미스테리 여인 ‘미아’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그의 과업은 위기를 맞게 된다.

<불멸의 주인>은 완성도 면에서는 다소 설득력이 부족한 결과물로 평가받는 등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출연진과 화면의 매혹적인 비주얼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영미권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뱀파이어 소재가 터키의 고대사, 문화와 만나 만들어 내는 시너지는 터키 드라마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록 <불멸의 주인>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으나 앞으로 터키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과 나아갈 방향이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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