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적인 재즈 팬으로 알려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Piano Blues>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인 그가 직접 레이 찰스, 닥터 존, 제이 맥샨 등 블루스 피아노의 거장들과 인터뷰하면서 블루스 장르의 역사를 찾아 나서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는 어린 시절 엄마가 패츠 왈러(Fats Waller)의 음반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이것이 진짜 피아노 연주야!” 라고 외치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다큐멘터리 <Piano Blues>(2003)

요즘은 초심자를 위한 블루스 피아노 교본이 출판되고 블루스 피아노를 가르치는 음악학원도 많이 생겨나 블루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1백여 년의 블루스 피아노 역사에서 굵은 족적을 남긴 블루스 피아니스트와 그들의 클래식 스탠더드를 모아 보았다.

 

Jimmy & Mama Yancey ‘How Long Blues’

이 곡은 1920년대의 인기 블루스 피아니스트 레로이 카(Leroy Carr)의 1928년 히트곡으로, 초기의 클래식 블루스 스탠더드 중 가장 유명하다.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며 아픈 마음을 토로하는 가사는, 우리의 아리랑 민요와 비슷한 감성을 가졌다. 지미 얀시(Jimmy Yancey)는 1940년대 시카고에서 활동하던 부기우기 피아니스트로, 결혼 후에는 솔로에서 벗어나 마마 얀시(Mama Yancey)로 불리던 부인과 듀엣으로 주로 활동했다.

 

Professor Longhair ‘Tiptina’

프로페서 롱헤어는 1950년대부터 뉴올리언스 지역 뮤지션들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 자리 잡은 R&B 피아니스트다. 그는 블루스에 룸바, 맘보 리듬을 도입한 흥겨운 블루스 스타일로 유명했다. 그의 히트곡 ‘Tiptina’는 1977년에 뉴올리언스 중심가에 오픈한 라이브 클럽의 이름이 되었으며, 지금도 그곳에 가면 곳곳에 그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마디그라스 축제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그의 히트곡 ‘Go to the Mardi Gras’는, 오스카 수상작 <그린북>(2018)에 삽입되기도 했다.

 

Dr. John ‘Junco Partner’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1986)

닥터 존은 원래 음악에 뜻이 없었으나 열세 살의 나이에 Professor Longhair를 만나 그의 음악을 듣고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 평생 30여 장의 정규 앨범을 출시해 그래미를 6회 수상했다. 뉴올리언스의 부두교에 관심이 많아 부두 스타일의 화려한 복장으로 무대에 올랐고, 뉴올리언스 지역의 음악 페스티벌에 단골로 출연했다. 올해 6월 6일에 78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Ray Charles ‘Ray’s Blues’

영화 <레이>(2004)에서 제이미 폭스의 연기로 자신의 일생을 알린 레이 찰스는, 블루스, 소울, 가스펠, 팝, 재즈 등 폭넓은 장르 음악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천재’ 가수다. 다섯 살 때 녹내장에 걸려 일곱 살에는 완전히 시력을 잃고 시각 장애인이 되었다. 블루스 피아니스트로 시작을 했으나 1950년대 들어 애틀랜틱 레코드에서 연이어 성공적인 크로스오버 음반을 발표하여 소울, R&B 영역을 개척하였다. 이 곡은 애틀랜틱 레코드에서의 첫 음반 <The Genius Sings the Blues>(1961)에 수록된 자작곡이다.

 

‘Champion’ Jack Dupree ‘Chicken Shack Blues’

잭 듀프리의 인생은 실로 파란만장하다. 여덟 살 때 고아가 되어 보육원에서 피아노를 배웠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 시카고에서 권투선수가 되어 107번의 시합을 치렀다. 2차대전에 참전하여 일본군의 포로로 2년을 지냈고, 종전 후에 고향 뉴올리언스로 돌아와 블루스 가수가 되었다. 그의 음악은 대부분 감옥, 마약, 술 등 거친 생활을 담고 있으며, 전형적인 뉴올리언스 블루스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사후에 런던의 빈티지 댄스 신에서 그의 음악이 리바이벌 붐을 타며 새로이 조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