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각지를 떠돌며 일하는 사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여행지의 감흥을 즐기는 사람. 화상 채팅을 통해 회의하고 메일로 의견을 주고받는 사람. 누구나 꿈꾸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디지털 노마드라 부른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가 그리 꿈같은 이야기만도 아닌 것이,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맞춰 세계에서 몰려오는 워커들이 편하게 일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서비스와 장소를 제공하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곳들은 가장 로컬적이면서 글로벌하고, 가장 보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로컬의 일상에 스며드는 일 – 로컬스티치

이미지 출처 – 로컬스티치 페이스북

해외에서 한참 코워킹 스페이스가 주목받기 시작할 때, 한국에서는 그 개념조차 생소했다. 로컬스티치의 시작은 그쯤이었다. ‘wework’와 같은 글로벌 코워킹 스페이스 기업이 한국에 들어서기도 훨씬 전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로컬스티치가 코워킹 스페이스를 바라보고 공간 운영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로컬스티치의 김수민 대표는 조그만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며 동네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고, 동네 여관을 호텔로 개조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그곳에는 많은 외국인이 찾아왔다. 다만 외국인 중에서도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이 즐겨 찾았다는 것이 특이점이었다. 그들은 한 달 동안 거주하며 일도 하고 로컬에서의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 바로 디지털 노마드들이었다. 그들은 각지에서 홀로 떠나와 이 공간에 모였지만 이곳에서 함께 어울리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켰다.

김 대표는 자신이 꾸린 공간이 디지털 노마들에게 적합한 공간이란 사실을 깨달았고, 이런 공간을 운영하는 일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초점을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로 돌렸다. 2015년,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든 이후, 현재 서울 각지에 8호점까지 확장했다. 코워킹 공간에는 프리랜서부터 1인 기업,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코리빙 공간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로컬스티치의 영향력은 공간 내에 이에 그치지 않고 동네까지 뻗어 나간다. 로컬스티치는 동네와의 상생을 꿈꾸며 세탁소, 커피숍 등 작은 동네 소상공인들과 협업하고 서비스를 공유한다. 이 기업은 입주자들부터 소상공인들까지, 이들 각각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역들이 공유되고 뒤섞여 만들어낼 시너지를 기대한다.

로컬스티치 페이스북

 

공통된 페르소나를 바라보고 일하는 것 – 윌로비

이미지 출처 – 윌로비 페이스북

댄 윌로비는 프리랜서이며 위스키와 재즈를 좋아하고, 주로 밤에 일한다. 때문에 그의 작업 공간은 항상 재즈 음악이 흐르고, 위스키가 놓여 있으며 어두운 조명이 켜져 있다. 이렇듯 공간 어디에서나 그의 취향이 묻어 난다. 그러나 공간 어디에서도 그를 만날 수는 없다. 그는 사실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윌로비는 프리랜서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이다. 미국에서 살던 정재석 대표는 원래부터 프리랜서라는 직업 형태의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그가 살던 미국에서는 프리랜서가 너무도 보편적인 직업이었으며 앞으로 범위가 더 넓어질 노동의 형태로 바라봤다. 때문에 그는 프리랜서가 자신의 영역에서 더욱 능력을 발휘하고 커리어를 쌓아가며, 비즈니스와 연결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고민했고, 이 고민은 한국에 귀국하면서 자연스럽게 코워킹 공간 운영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활발히 운영되는 다양한 코워킹 공간이 한국에는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운영했던 제이의 공간을 거쳐 지금의 댄 윌로비를 기획했다. 이는 상수동의 자리한 공간으로, 댄 윌로비라는 가상의 페르소나를 설정해 그에 맞춰 콘셉트를 정하고 공간을 기획한 곳이다. 그리고 이 기획은 프리랜서들이 함께 일하기에 최적의 공간을 조성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양한 인물을 페르소나로 설정해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를 위한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설정한 인물에 따라 취향과 업무 분야, 작업 스타일이 분명하게 나뉘니, 이에 따라 입주하는 이들의 성향도 비슷할 것이다. 이는 그들에게 쉽게 공통점을 부여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함께 프로젝트를 도모할 기회를 쉽게 제공할 것이다.

윌로비 페이스북

 

연대의 시작, 연대의 공간 – 헤이조이스

이미지 출처 – 헤이조이스 페이스북

여성의 커리지를 인커리지한다.”

헤이조이스는 코워킹 공간이기도 하지만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하다. 멤버십을 가입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멤버들끼리 인사이트를 나누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주력한다.

헤이조이스의 이나리 대표는 여성 직장인들이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있어 서로 동기부여가 되어줄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직업을 당당히 앞세워 성공한 이들이 현재 일을 시작하고 커리어를 고민하는 이들을 이끌고 롤모델이 되어 주길 바랐다. 때문에 이들은 그들만의 아지트 공간을 만들어,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인스파이어들을 섭외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했던 필요는 여성들의 필요와 딱 맞아떨어졌다. 2018년 9월에 오픈한 공간은 오픈 전부터 170명의 멤버가 가입했고, 현재 이곳에는 40여 개의 다양한 업종에서 1년 차부터 25년 차 이상의 경력을 가진 다양한 세대가 모이고 있다.

이곳은 코워킹 스페이스가 업무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연대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는 지금은 주어진 업무를 분담하고 공간을 공유하는, 하드웨어의 공유와 더불어 자신의 업무 방식과 경험 등 소프트웨어의 공유 또한 중요해졌음을 알려준다.

헤이조이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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