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개봉을 앞둔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가 전 세계 영화제에서 24관왕을 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사람들은 이에 한국의 독립영화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것에 한 번, 이토록 많은 국제영화제가 존재하고 있음에 또 한 번 놀란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베를린 국제영화제 화제작’ 등 영화 포스터를 수놓는 다양한 영화제 중 세계적인 명성과 특색을 동시에 가진 영화제들을 꼽아봤다. 대중들에겐 생소할지 모를 이들의 이야기는 아직 엔딩크레딧이 오르지 않은 한 편의 영화처럼 상하 곡선을 그리며 흐른다.

 

시네필이 꿈꾸는 무대, 선댄스 영화제

제35회 선댄스 영화제 포스터

떠오르는 신인 영화 감독을 알고 싶다면, 혹은 앞으로 거장이 될 감독을 미리 점지하고 싶다면 선댄스영화제에 주목해야 한다. 선댄스영화제 영화배우 겸 감독인 로버트 레드포드가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연기한 배역 ‘선댄스’의 이름을 따 만든 협회에서 만든 영화제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하던 작은 영화제를 흡수하면서 시작되었다.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다양성 영화에 초점을 맞춘 영화제는 지금껏 세계적인 영화감독들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코엔 형제, 스티븐 소더버그, 쿠엔틴 타란티노, 데미언 샤젤 등의 세계적인 감독들이 이 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처음 소개된 감독들의 작품이 이후 칸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상업영화와는 다른 독창적인 내용과 연출로 대중에 사랑을 받아 흥행한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수많은 영화인들이 선댄스영화제를 주목하고,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들을 앞다퉈 소개하곤 한다.

 

흑역사를 딛고 다채롭게 피어난,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

제54회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포스터

체코의 온천 도시로 유명한 카를로비 바리에서 매년 7월 열리는 영화제이다. 1960년 설립된 영화제는 모스크바 영화제와 번갈아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다가 94년부터 매년 개최하기 시작했다. 동유럽을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영화제라 불리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제3세계의 영화들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현재 동구의 칸 영화제라 불릴 만큼 세계적인 영화제로 인정을 받는다. 특히,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진출하는 데 큰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 2000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심사위원 대상 및 3개 부문에서 수상한 이후로 ‘한국 영화 회고전’, ‘홍상수 감독 특별전’ 등 한국영화를 포커스로 한 섹션이 열리기도 했다.

사실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는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이념을 선전하기 위한 영화가 상영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주의 영화제라 불렸던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붕괴와 함께 영화제의 문이 넓어지자 다양한 영화를 소개한다는 특성이 빛을 발하며 위상이 높아졌다.

 

세계적이면서 지역적인,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포스터

1976년 ‘축제 중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영화제는 1994년 토론토 국제영화제로 이름을 바꿔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캐나다 영화를 소개하는 동시에 장르와 상관없이 좋은 영화를 상영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북미를 대표하는 영화제인 동시에, 세계적인 명성도 높아 칸 영화제 다음으로 두 번째로 영향력을 가진 영화제로 꼽히기도 한다. 특히, 이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수상작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킹스 스피치>, <노예12년>,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영화관계자 사이에서는 토론토 국제영화제 상영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여겨진다. 때문에 할리우드의 대형 배급사들이 기대작들을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만큼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러나 어느 영화제보다도 축제가 열리는 지역인 캐나다의 영화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또한 토론토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문화예술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며 지역 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뜨거운 도시에서, 가장 실험적인 영화를, 뉴욕 영화제

제57회 뉴욕 영화제 포스터

1963년 설립된 뉴욕영화제는 북미에서 인정받는 영화제 중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영화제지만,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가장 최근이다. 뉴욕 영화제는 뉴욕이라는 지역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높은 위상을 갖기에 유리했다. <뉴욕타임스> 등과 같이 뉴욕에서 발행되는 잡지를 비롯해 이 도시를 기점으로 둔 언론들이 매년 영화제를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산업 분야에서 뉴욕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 영화제로 이어져 온 경향도 있다. 그런데도 영화제가 그동안 다른 영화제에 비해 유명세가 없었던 이유는, ‘씨네클럽’이라는 자체 상영회를 통해 실험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영화제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관객이든 영화 관계자든 장르적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영화제의 규모를 넓히고 다양한 섹션과 프로그램을 새롭게 진행하며 세계적인 영화제로 거듭나고 있다. 물론, 뉴욕영화제가 가지고 있던 비경쟁 영화제로서의 실험 영화 상영은 그대로 지속하여 개성은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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