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처럼 감미로운 목소리, 청중과 호흡하는 무대 매너, 스캣(Scat)과 비트박스 같은 다양한 창법으로 1980년대를 풍미한 알 재로(Al Jarreau, 1940~2017)가 올해 2월 12일 L.A.의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77번째 생일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재즈 가수로 음악계에 발을 디뎠지만, 총 7개의 그래미상을 재즈, 팝, R&B 분야에서 고루 탔을 정도로 음악 스타일이 다양했다. 30대부터 음반을 내며 빛을 보기 시작한 그는, 1980년대 들어서 일약 대중적인 스타로 올라섰다. 특히 1981년 발표한 세 번째 앨범 <Breakin’ Away>로 상업적 성공과 그래미 어워드 2관왕을 동시에 거머쥐었는데, 그중 두 곡을 들어보자.

▲ <Breakin’ Away>에 수록한 그의 대표적 발라드 ‘After All’
▲ <Breakin’ Away>의 첫 번째 싱글로, 빌보드 팝 차트 6위까지 오른 최대 히트곡이다 

그는 미국 ABC의 인기 드라마 <Moonlighting>(1985~1989)의 타이틀 송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 드라마가 시즌 5까지 인기를 누리면서 더욱 유명세를 떨친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루문 특급>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주연을 맡은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는 스타덤에 올랐다.

▲ 미국 드라마 <Moonlighting>의 테마송. 브루스 윌리스와 시빌 셰퍼드가 주연을 맡았다 

그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정통성을 주창하는 재즈계로부터는 상반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게다가 1990년대 들어, 잦은 여행과 콘서트 투어로 앨범 <Heaven and Hell> 이후 스튜디오 활동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재즈 레이블 Verve와의 계약으로 꾸준히 앨범을 냈으나 예전만큼의 인기를 회복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다 2010년 프랑스 공연여행 중 심장에 이상을 느껴 장기간 입원을 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왔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 2006년 폴란드 공연 모습. 2008년에는 조지 벤슨과 함께 내한했다

알 재로의 최근 공연 모습은 유네스코가 매년 주관하는 인터내셔널 재즈 데이(International Jazz Day)의 작년 공연에서 볼 수 있다. 리 릿나워(Lee Ritenour), 칙 코리아(Chick Corea), 사다오 와타나베(Sadao Watanabe), 크리스찬 맥브라이드(Christian McBride) 같은 오랜 재즈 동료들과 함께 그의 독특한 스캣 창법을 선보였다. 관중석에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의 모습도 보인다.

백악관에서 오랜 동료와 'Take Five'를 열창하는 알 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