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Landscapes’ ©David Egan

정적 속 데이빗 이건(David Egan)의 시선은 덩그러니 남겨진 것들을 응시한다. 네온사인과 텅 빈 공터. 때때로 자동차들과 가로수 몇 그루가 전부이지만, 그만큼 여백의 강한 존재감이 인상적이다. 많은 피사체가 채워져 있지 않아도 시선이 가는 이유는 우리의 마음속에 흐르는 ‘불온전함’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은 자유로움보다 외로움을 먼저 느끼게 하지만, 불이 켜진 창을 통해 누군가는 잠들지 않고 있을 거라는 위안으로 이어지기도 하기에.

데이빗 이건은 워싱턴 출생의 사진 작가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작가 활동과 Harvey Milk Photo Center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사진 시리즈는 주로 거리의 풍경과 인테리어, 그 속에 녹아 있는 인물을 담는다.

‘I always hoped for better’ ©David Egan

야간 촬영 시리즈인 'Night Landscapes'와 'I always hoped for better'는 야간 장시간 노출 작업으로 미국 시골의 한적한 밤거리를 기록해 두었다. 'I always hoped for better'는 현재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70, 80년대에 머물러있는 네바다주 리노의 한적한 밤의 공기를 주목하고 있다.

그의 사진은 한 발짝 떨어진 익명성이라는 점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새우는 사람들(Nighthawks)>과 닮았다. 공적인 공간에서 바라보는 사적인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분리된 자신을 인지하게 될 때 묘한 고독감이 안겨 온다. 오롯이 어둠이 내릴 때만 나타나는 신기루 같은 시공간이다.

에드워드 호퍼 ‘Nighthawks’(1942), 이미지 출처 – ‘Edward Hopper

심리학자 얄롬이 제시하는 세가지 유형의 고립 중 하나인 '대인관계적 고립'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차단된 정도에 따라 경험하는 고독이다. 혼잡한 소음에서 벗어나 격리되고 싶은 마음과 외톨이가 되고 싶지는 않은 현대인의 모순적인 심리가 고스란히 투영되어서 두 작품이 같은 대화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Night Landscapes ©David Egan

고독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주입된 사회지만, 고독 또한 인간이 느끼는 감정 중 하나로 결국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외로움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온기를 찾는 것처럼 일차적으로 눈에 들어온 빛으로 사람의 신호를 찾아내고, 이후에 누군가의 흔적으로 동질감을 느끼며 우리는 다시 자가치유를 한다. 묘한 경험을 선사하는 데이빗 이건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다면 그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David Egan 인스타그램

David Egan 홈페이지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