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영화 <프랭크> 스틸컷

취향 전성시대. 일과 삶의 조화를 추구하던 트렌드가 이제 삶의 영역에서 ‘좋아하는 것’을 끄집어내라고 이야기한다. 스스로 무엇을 즐기는지 묻는 것은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취향의 부피를 키워나갈 수 있는 콘텐츠는 범람하며 각자의 취향에 맞춰 맘껏 편식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유튜브 성공 신화를 떠올려 보자. 유튜브에는 수많은 영역의 취향이 진열돼 있고, 크리에이터들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세계를 공유한다. 이처럼 점점 견고해지는 입맛은 청신호라 여겨도 되지 않을까? 유튜브뿐만 아니라 열정적으로 취향을 수집하는 이들을 위한 정기 간행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꺼이 덕후의 길을 선택한 이들을 위해 취향을 관철할 매거진 3개를 만나보자.

 

미스터리 덕후를 위하여 <미스테리아>

이미지 출처 – ‘엘릭시스’

미스터리 매니아라면 단연코 환호성을 내지를 매거진, <미스테리아>를 소개한다. 장르소설 전문 브랜드 엘릭시스에서 2015년 6월 창간한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는 ‘미스터리(mystery)’와 ‘히스테리아(hysteria)’의 줄임말로, ‘미스터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매호마다 특정 주제에 대한 미스터리를 집중 조명하며 장르 문학을 기반으로 한 칼럼, 추리 시장 작가들의 이야기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깊이 있게 다룬다. 또한 문예지이지만 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미스터리 그 자체를 심층 탐구하기도 한다. 장르 소설이나 미스터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지점이 바로 이 책의 매력. 오직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엘릭시스’

장르 문학은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영역이며, 장르 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은 매년 증가해왔다. 장르 소설계 아이돌, 정유정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이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차는 것만 보더라도 국내의 장르 문학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해외보다 국내 장르 문학 작가나 작품의 수는 적은 편이다. 미스테리아의 김용언 편집장은 한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는 한국 미스터리 부흥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방향성을 확실히 하고 있기 때문에, 초반에 해외 작품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더라도 후반으로 갈수록 국내에서 그 작품을 어떻게 롤모델 삼아 발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구성으로 기획하고 있다”며 한국 미스터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헌사 <Drift>

이미지 출처 - <드리프트> 공식 인스타그램

국내 20세 이상 인구의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약 353잔에 달한다고 한다(2018년 기준). 이는 세계 인구 연간 소비량 132잔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로, 한국의 ‘커피 덕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아마 지구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문화를 말해 보라면 커피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커피는 세계 어딜 가나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고, 도시마다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토록 다채로운 세계 각지의 커피 문화를 소개하는 매거진 <드리프트>를 살펴보자. <드리프트>는 미국의 컬처 매거진으로, 한국어판은 매년 4월과 10월 일 년에 두 차례 발간되고 있다. 현재까지 스톡홀름, 멜버른, 멕시코시티, 샌프란시스코, 런던 다섯 도시의 커피 이야기를 담아냈으며, 해당 도시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이미지 출처 - <드리프트> 공식 인스타그램

이 책은 커피를 마시는 ‘우리’를 조명하고 있다. 다분히 일상적인 장면을 포착하며 도시의 카페, 바리스타, 로스팅 방식 등을 세심하게 분석해냈다. 타인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게 아닌 도시 안에 녹아든 문화에 집중하는 다정한 접근 방식 또한 눈에 띈다. 풍부한 구성 때문인지 책을 덮을 때쯤이면 짧은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편집장 애덤 골드버그(Adam Goldberg)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커피 소비국 중 하나이다. 특히 서울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언젠가 <드리프트> 서울 편도 볼 수 있길 바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며 한국의 드리프트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가장 먼저 찾는 게 커피라면, 지구 반대편 커피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필독서.

 

가치 있게 소비하는 법 <SSSSL>

이미지 출처 - <SSSSL> 공식 인스타그램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많은 이들이 ‘지구에 무게를 더하지 않는 삶’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했다. 에코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이라면, 분명 소비하는 모든 물건의 출처와 소각되는 과정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잘 쓰고, 잘 버리는 것일까? 이와 같은 의문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꺼내 들어야 할 책, 매거진<SSSSL>을 소개한다. 쓸(SSSSL)은 Small, Slow, Sustainable, Social life의 약자로, 쓸 수 있는 자원과 가치 있게 소비하는 법에 대해 생각하는 친환경 잡지이다. 2017년 1호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시작으로, 2호 ‘쓰레기 대한에 대처하는 자세’, 3호 ‘일회용 컵 없는 생활’, 4호 ‘지구에게 건네는 손수건’을 발간했다. 책에서는 작은 실천, 약간의 불편함이 가져오는 효과와 구체적인 친환경 생활 방식을 소개한다.

이미지 출처 - <SSSSL> 공식 인스타그램

명확한 잡지의 정체성만큼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간단명료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보이지 않는 것에 매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삶. 또한 쓸은 친환경 콘텐츠 전문 기업 ‘제로마켓’에서 창간한 매거진이기 때문에 잡지와 연계해 오프라인상에서도 제로웨이스트 마켓, 다이닝, 살롱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제로마켓 대표이자 쓸의 배민지 편집장은 “가장 쉽게 실천해볼 수 있는 것은 손수건을 들고 다니고, 마트에서 비닐봉지를 하나라도 덜 받는 것이다.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고, 이게 주변에 퍼지다 보면 분명 좋은 영향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친환경이 취향 영역 밖의 일일 수 있지만, 곁에 둬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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