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진을 찍는 가장 큰 이유는 기억에 남기고 싶은 시간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사진에 담는다. 가끔 예전 생각이 날 때면 다시금 앨범을 꺼내 보며 지난 시간을 추억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건 쉽고 빠르게 행복해지는 방법의 하나니까.

하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이의 사진을 찍는다면 어떨까? 심지어 그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면? 그런 사진을 보면 우리는 어떤 감정에 휩싸일까? 폴란드의 사진작가 Wiktoria Wojciechowski는 낯선 행인들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Wiktoria Wojciechowski, 출처 - 'Vision Times'

사진작가 Wiktoria Wojciechowski는 중국 베이징과 항저우에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찍었다. 그에게 중국은 낯선 곳이었다. 그곳에서 작가가 느낀 감정은 크나큰 '고독' 이었다. 피부색도, 눈동자 색도 다른 사람투성이인 곳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홀로 길을 걸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뿐이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 어쩌면 너무나도 간단한 그 행위조차 할 수 없었다. 작가는 대신에 카메라를 들었다.

ⓒWiktoria Wojciechowski

그 순간,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몹시 추웠다. 사진에는 이처럼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일상을 이어나가는 이들의 시간이 잔상처럼 그려져 있다.

ⓒWiktoria Wojciechowski

달아나는 시간 속에서도 사진 속 그들의 얼굴만은 또렷하다. 자세히 바라보면 어딘가에서 봤을 것 같은 친숙한 얼굴들이다. 작가는 이 사진을 통해 알 수 없는 연대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와는 인종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말이다.

ⓒWiktoria Wojciechowski

사진 속 사람들은 그날 어디를 향하고 있었을까? 어떤 감정으로 그 순간을 살아가고 있었을까? 낯설고도 친숙한 얼굴이 보관된 사진 앨범을 스르륵 넘겨보자.

ⓒWiktoria Wojciechowski
ⓒWiktoria Wojciechowski
ⓒWiktoria Wojciechowski
ⓒWiktoria Wojciechowski
ⓒWiktoria Wojciechowski

 

Writer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엔 말로는 부족해서, 사진과 글로 합니다. 우주가 잔뜩 나오는 SF영화, 우연히 마주치는 거리의 말, 잔잔한 주황색 조명, 낮고 조곤한 새벽의 대화, 여름밤의 한강공원, 따뜻한 차, 혼자 찾아가는 카페, 정처 없이 걸어 다니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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