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에 인접한 외딴집에서 사는 여인은 언제나 불안하다. 숲에서 사는 아이들을 ‘차일더(Childer, Children의 방언)’ 라 부르며 이들을 경계한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타이르지만, 숲이 자기들 집이라고 우긴다. 하나뿐인 아들 ‘마크 (Mark)’가 이들과 어울릴 까봐 걱정이다. 집 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지만, 여인의 심리적인 강박은 점점 깊어만 간다. 지난해 첫 장편영화 <악령의 수도원>(The Devil’s Doorway)로 데뷔한, 북아일랜드의 첫 여성 호러 감독 에이슬린 클락(Aislinn Clarke)의 단편이다.

단편 호러 <Childer>(2016)

분명 단편 호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지만, 무섭거나 놀라는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여인의 일상생활을 날짜별로 조명하면서 그의 정신적 장애가 깊다는 점을 조금씩 암시한다. 급기야 숲에서 더러워진 아들을 살해하고 마당에 묻은 후, 불안한 듯이 다시 숲을 바라본다. 숲에 사는 아이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그의 심리적 장애가 만들어낸 존재다.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 특히 여성 안에 내재한 심리적인 공포 요소를 파헤치는 포크 호러의 공식을 따른다. 영화 포스터가 던지는 질문 “아이들은 어디서 왔을까?”(Where do childer come from?)는 엄마의 딜레마(Mother’s Dilemma)에 빠지는 첫 관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