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컬 브라더스의 아홉 번째 앨범 <No Geography>(2019)

영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가 올해 4월 아홉 번째 정규 앨범 <No Geography>를 발표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30년 전인 1989년에 결성한 이들은 여전히 톡톡 튀는 테크노 음악들과 함께 기발한 뮤직비디오를 발표하여 MTV 취향의 일렉트로닉 듀오로 건재함을 과시한다. 이들의 뮤직비디오 중에서도 오래 전 TV에서 보았을 법한 복고풍의 모티프로 제작한 세 편을 모았다.

 

공드리 형제의 특촬물 패러디 ‘Eve of Destruction’

케미컬 브라더스는 올해 6월 <No Geography>의 다섯 번째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노르웨이의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오로라(Aurora)와 일본의 래퍼 네네(NeNe)가 참여하였는데, 뮤직비디오는 일본 스타일의 특수촬영 괴수 드라마를 패러디했다. 1970년대의 <가면라이더>나 <슈퍼전대>에서 본 것 같은 ‘오세박사’, ‘녹색액구체’, ‘수성고리라’와 같은 괴수와 액션 히어로들 간의 댄스 배틀을 담았다.

케미컬 브라더스 ‘Eve of Destruction’ MV(2019)

 

<소울 트레인>의 초현실적 해석 ‘Got to Keep On’

올해 2월에는 <No Geography>가 출반되기 전 싱글 ‘Got to Keep on’ 뮤직비디오를 먼저 발표했다. 미셸 공드리와 그의 동생 올리버 공드리의 공동 작품으로, 1970년대 디스코의 선풍적 인기를 주도했던 댄스 프로그램 <Soul Train>의 초현실주의적 버전이란 부제가 붙었다. 이 프로그램은 1971년부터 35년간 무려 1,117편의 에피소드가 제작되어 2016년까지 깨지지 않은 최장수 기록이었고, 이 뮤직비디오에서 패러디된 것처럼 두 줄로 서 있던 댄서들이 커플을 이루어 각자 독특한 댄스를 선보였다.

케미컬 브라더스 ‘Got to Keep On’ MV(2019)

 

홍콩 무협영화의 추억 ‘Get Yourself High’

부산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한 안준희 감독(영문명: Joseph Kahn) 작품으로, 그는 테일러 스위프트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여 그래미, MTV 시상식에서 수상한 실력파 뮤직비디오 감독이다. 그는 2003년 싱글 ‘Get Yourself High’의 뮤직비디오 제작을 맡았는데, 비행기로 이동 중 노트북 컴퓨터로 장철 감독의 무협영화 <소림여무당>(Two Champions of Death)을 편집하여 완성했다. 홍콩 배우들의 입 모양은 모션 캡처 기술로 립싱크하였고, 레코드 음반이나 마이크 같은 소품은 편집하여 삽입하였다. 홍콩 쇼브라더스 시절 장철 감독의 대표작이었던 <소림여무당>은 넷플릭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케미컬 브라더스 ‘Get Yourself High’ 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