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후덥지근한 공기에 숨이 턱 막힐 때? 겨우내 잠자고 있던 모기들이 침공한 순간? 여름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상황으로 다가오지만, 무엇보다 청각과 시각으로 가장 먼저 다가온다. 아래 영상 속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선풍기, 강렬한 태양 빛에 피부가 타지 않도록 열심히 짜대는 선크림, 치켜든 우산 위로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빨대로 빙그르르 돌리는 얼음 넣은 레모네이드 같은 이미지와 사운드는 한여름의 무더운 공기 속으로 우리를 불쑥 데려다 놓는다.

▲ <Stuff that Sounds like Summer> by ‘Fragmento Universo’

영상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영상 제작 및 사운드 디자인 스튜디오 프라그먼토 우니베르소(Fragmento Universo)에서 제작한 것으로, 그동안 본적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단편 영화라 해도 좋고, 예쁜 색감의 비주얼 영상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프라그먼토 우니베르소는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요소들에서 받은 영감들을 가장 미니멀한 색감, 사운드, 소품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물로 표현해낸다. 꼭 어떠한 메시지가 있진 않아도 파스텔 톤의 예쁜 색감과 영상미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물건들과 그것들이 내는 사운드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는,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무궁무진한 영감을 선사한다. 관련 영상들을 보자.

<오후 6시의 음료(6 pm drinks)> [바로가기]
<비센츄리 익스피리언스(Bicentury experience)> [바로가기]
<티피컬 스패니쉬(Typical Spanish)> [바로가기]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 가을로 가볼까.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갔던 자리에는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쌓였고, 얼음을 동동 띄운 레모네이드 대신 따뜻한 홍차가, 흐르는 땀을 식혀준 선풍기는 들어가고 푹신한 담요가 등장한다. 색감도 변화했다. 시원함이 느껴지던 푸른색 대신, 가을을 상징하는 자주빛으로 배경이 바뀐 것.

▲ <Stuff that Sounds like Autumn> by ‘Fragmento Universo’

여름과 가을이 오는 소리를 더 리얼하게 즐기고 싶다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자. 그리고 음량은 귀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높이고 소리에만 오감을 집중하여 들어보자. 여름은 더욱 청량하게, 가을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진정한 ‘백색소음’이자 ‘ASMR’*이다. 프라그먼토 우니베르소가 우리에게 선보일 겨울과 봄의 영상은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 ASMR-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어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속삭임이나 소음

 

그밖에 보그, 맥도날드 같은 브랜드와 협업한 영상들도 프라그먼토 우니베르소 홈페이지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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