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개러지 클럽을 알게 된 이후 나는 전과 달라졌다. 나는 DJ 래리 레반의 음악에 완전히 매료됐다"

이미지 출처 - 'Dazed'

키스 해링은 음악과 항상 함께였다. 전시 일정 차 유럽에 머물 때도, 토요일 밤을 파라다이스 개러지 클럽에서 보내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마저도 어려울 땐, 뉴욕의 친구들이나 래리 레반 같은 친한 DJ들이 선곡해준 최신 믹스테이프를 챙겨 다녔다. 키스 해링의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었다. 뉴욕에서 공수해온 음악을 들으며 키스 해링은 뉴욕 다운타운으로 순식간에 이동하여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Fate Beats'
이미지 출처 - 'Sound of the Universe'

최근, 런던의 한 레코드 레이블이 1980년대 뉴욕 클럽 문화를 통해 키스 해링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시도를 성공적으로 벌였다. Soul Jazz 레코드는 영국에서 키스 해링의 첫 전시를 기념하여 컴필레이션 앨범 <The World of Keith Haring>을 발매했다. 전시 베뉴인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과 연계하여 키스 해링에게 영향을 준 음악 20곡을 골랐다. 키스 해링의 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80년대 뉴욕 클럽 음악 신에 주목한 것이다.

이미지 출처 - Keith Haring in subway car by Tseng Kwong Chi, (New York), circa 1983Photo © Muna Tseng Dance Projects, Inc. Art © Keith Haring Foundation, 링크

1980년대에 뉴욕은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거리에선 평등을 위한 시위가 이어졌고, 성 지향성의 새로운 물결이 요동쳤다. 70년대를 상징하던 디스코 신은 운명을 다 해갔지만, 힙합과 펑크가 새로운 언더그라운드 문화로 떠오르며 음악 신에 활기와 창의성을 분출했다. 뉴요커들은 음악적 실험으로 가득한 클럽에서 영감을 찾았고 미래에 가까운 것을 봤다. 클럽은 키스 해링을 빠르고 절대적으로 사로잡았다. 뉴욕에 정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낮에는 뉴욕 지하철 빈 광고판에 그라피티를 채우고 밤에는 클럽에 가는 것이 생활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 Madonna at Paradise Garage in 1983, Photograph: Moshe Brakha (링크)

키스 해링에게 클럽은 삶의 방식이 아닌 삶 자체였다. 그는 클러버이기도 했고 동시에 클럽 문화에 영향을 주는 예술가이기도 했다. 몸을 흔들며 힙합을 즐겼고, 마돈나와 같은 영향력 있는 친구들을 사귀기도 했다. 때때로 클럽은 키스 해링의 예술 활동 근거지가 되어, 시를 낭독하거나, 아트 쇼를 큐레이팅하거나 자신의 비디오 아트를 상영하기도 했다. 키스 해링은 클럽 57, 머드 클럽, 댄스테리아 등 당대 뉴욕의 클럽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발견한 파라다이스 개러지는 그의 음악취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Photograph: Bill Bernstein DJ Larry Levan at Paradise Garage

역사상 최고의 DJ 중 한 명으로 꼽히는 DJ Larry Levan은 뉴욕의 전설 파라다이스 개러지를 이끈 인물이다. 키스 해링은 래리 레반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DJ 셋을 처음 듣고 경이로움을 느꼈다. 이후 키스 해링에게 음악은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당시 뉴욕의 음악은 그의 전시회 오프닝이든 벽화 그림 작업을 할 때든 항상 울려 퍼졌다. <The World of Keith Haring> 앨범은 실제로 키스 해링이 듣던 19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뉴욕의 사운드로 구성됐다. 힙합, 포스트 펑크, 댄스 뮤직, 초기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이는 당시 장르의 경계가 흐릿해진 뉴욕 음악 신의 특징과 상통한다.

Class Action - Weekend (Larry Levan Remix)

<The World of Keith Haring>은 훌륭한 선곡을 통해 키스 해링의 작품을 감상하고 해설을 읽는 것만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영역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청자는 앨범을 들으며 음악이 전달하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통해 80년대 뉴욕의 강렬함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실제로 앨범의 몇몇 트랙은 뉴욕 다운타운 클럽에서 플레이되던 곡들이다. 파라다이스 개러지에서 울려 퍼지던 Damon Haris, Sylvester의 트랙과 DJ 래리 레반 리믹스 버전인 Class Action의 곡이 수록되었다. 머드 클럽 DJ인 Johnny Dynell의 'Jam Hot'은 당시 댄스 플로어의 뜨거운 공기를 뿜어낸다. 키스 해링의 친구이자 80년대 언더그라운드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인 오노 요코, 그라피티 아티스트 겸 힙합 선구자인 Fab 5 Freddy, 장 미쉘 바스키아의 그룹 Gray곡 역시 수록되어 트랙 리스트를 완전하게 한다. 우리는 <The World of Keith Haring>을 들음으로써 키스 해링이 믹스 테이프를 들으며 그러했듯, 80년대 뉴욕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 해당 앨범은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 되고 있지 않아 스포티파이 링크 외에 필자가 제작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링크를 첨부합니다. 이는 개인적인 수익과는 관계 없음을 밝힙니다.

 

Writer

소니뮤직 코리아 팝 마케팅 팀에서 근무했음. 월드뮤직, 해외의 서브컬쳐 음악과 인디 음악이 취향입니다. 취향을 살려 아주 작은 해외음악 레이블을 혼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